할아버지, 플리즈를 주세요

콩콩이는 여행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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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두 번째 여정지→ 타호 호수

네바다에서 열린 미국 최대의 열기구 축제 그레이트 리노 벌룬 레이스에서 커다란 꿀벌 벌룬에 쫓겨 놀랐던 게 아주 잠깐 전이었던 것 같은데, 까무룩 잠에서 깨어보니 콩콩이는 둘레만 152km에 이른다는 북아메리카 최대 규모의 고산 호수에 와 있다. 순간 이동이 신기했을까. 커다란 호수가 놀라웠을까. 네 살 콩콩이의 눈에는 무엇이 담겼을까.

[콩콩이는 여행중]할아버지, 플리즈를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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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랗고 많은 물
콩콩이는 일찍 일어나 전에 없이 아침도 잘 먹고 잘 놀다가 오전 11시쯤이면 눈꺼풀이 무거운 아이가 됐다. 이렇게 되면 어른들의 점심시간까지 꿀잠에 드는 터라 엄마의 식사의 질은 높아지지만 오후에 또다시 졸려 하는 게 문제였다. 서울에서 자던 낮잠 버릇이 오전에 잤다고 없어지지는 않았던 것. 오후가 저녁으로 바뀌느라 햇빛의 색깔이 달라질 때쯤 콩콩이는 또 졸린다고 했다. 콩콩이는 네바다의 대륙을 누비는 일정 내내 낮잠을 하루에 두 번씩 쪼개 잤다. 짧게 푹 자고 일어나는지 깨어나면 컨디션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그러면서도 고맙게도 밤에는 밤대로 잤고 동이 트면 일어났다. 함정은 해가 뜨기 무섭게 깨어난다는 데 있었다.

“엄마, 해가 빤짝 아침이야, 얼른 일어나!” 하는 모닝콜을 매일 듣는 것은 달콤한 만큼 괴로운 일이기도 했다. 오전, 오후로 짧게 나눠서 자는 낮잠 시간에 어른들은 부지런히 움직였다. 아침을 먹고 리노 리거시 호텔 로비에서 뛰었는데 정신을 차리면 타호 호수, 물장난 좀 하다 까무룩 하고 나면 제퍼 코브의 오두막집인 상황을 콩콩이는 이상하면서도 재미있게 여기는 것 같았다. ‘뽀로로’의 루피처럼 입을 손으로 가리고 과장되게 웃으며 “아하하하, 엄마 여기는 또 어디예요? 도대체”라고 말하는 것이다. ‘도대체’를 아무 데나 붙이기를 좋아하는 아이는 깔깔거리며 네바다의 땅과 호수, 하늘을 두루 돌아봤다.

콩콩이가 만난 타호 호수는 정말 파란 물이었다. 자기가 아는 물의 종류를 모두 말하더니-제주도, 주문진, 한강, 수영장과 할머니 집 앞 대야만 한 연못까지-이 물이 제일 크다고 몇 번이고 반복해 말하는 것을 재미있어 했다. 그림책 「무지개물고기」 의 파란 물고기가 떠올랐는지 그 파란 물고기는 저 파란 물속에 있으면 무지개 물고기는 알아보지도 못하겠다고 걱정하는 아이에게 호수의 개념, 타호라는 지명, 비행기를 타고 열 몇 시간을 날아와 지금 미국 여행 중이라는 사실 따위는 모두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듯했다.

타호 호수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제퍼 코브 리조트.

타호 호수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제퍼 코브 리조트.

콩콩이는 콩콩이대로 ‘파아아아아랗고 마아아아않은 물’로 타호 호수를 눈에 담느라, 엄마는 엄마대로 수심 8m까지 보이는 기절할 만큼 깨끗한 물, 시에라네바다 산맥이 없다면 하늘과 경계도 없을 그 파란 물에 마음을 놓느라 오랫동안 호숫가에 서 있었다. 타호 호수는 정말 깨끗했다. 타호의 ‘호’자가 ‘湖'가 아닐까 하는 하나 마나 한 농담을 하며 바라본 미 서부 최고의 휴양지인 타호 호수는 압도적으로 장관이었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라고 하는데, 그 면적은 숫자로 아무리 들어도 가늠이 되지 않았다. 호수에 면한 완만한 땅에는 아름다운 리조트들이 띄엄띄엄 들어서 있었고, 울창한 숲이 호수와 닿아 있으며 캠퍼들의 낙원이 펼쳐져 있었다.

곰 나타나면 엄마 꼭 부를게
휘황한 리노를 떠나 차로 잠깐 달려 도착한 콩콩이의 두 번째 숙소는 타호에서도 유명한 제퍼 코브 리조트였다. 타호를 배경으로 누릴 수 있는 자연의 즐거움은 모두 만끽할 수 있게 만든 곳이었다. 자전거는 기본이었고 말을 타고 호수와 산을 돌 수도 있고, 맘만 먹으면 바람에 몸을 맡겨 유랑을 할 비싸 보이고 쌔끈한 요트도 가득 들어서 있었다. 숙소의 형태도 다양해서 콩콩이가 정말 좋아했던 2층짜리 통나무집을 비롯해서 결혼식 피로연이 가능한 어엿한 별장부터 타호 호숫가에 몸을 뉘일 수도 있는 캠핑카나 텐트까지 있었다. 작은 통나무집 침실 창문에는 타호 호수가 들어차 있었고, 그 창틀 바로 밑 침대에서 깨어난 콩콩이는 새로운 환경에 놀라지도 않고 가만히 창밖을 보고 앉아 있어 엄마를 놀라게 했다. 그러고는 잊고 있었던 것이 생각난 아이처럼 화다닥 일어나며 “엄마, 저기 가보자. 짹짹이 있다!”라고 했다.

콩콩이는 집에서 1분도 채 걷지 않아도 다다르는 호숫가에서 갈매기로 추정되는 크고 예쁜 새를 쫓거나, 젖어서 더 만지며 놀고 싶은 모래 장난을 하며 그야말로 ‘놀멍 쉬멍 걸으멍’했다. 더 많은 것을 보게 하려고 채근할 까닭도 없었고, 하지 마라, 더 해라 할 것도 없었다. 그곳에 그 시간과 공간에 아이를 맡겨놓는 것이 그 순간의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자 엄마의 걸음도 느슨해졌다.

그렇게 호숫가에서 얼마쯤 보내다 끝이 보이지 않는 키다리 나무들에 관심이 생긴 콩콩이는 목을 한껏 뒤로 젖힌 채 숲 속을 뛰어다녔다. 관리사무실 직원쯤으로 보이는 한 청년이 오두막 근처에서 솔방울을 차고 노는 우리를 굳이 찾아 초록색 편지를 주며 한쪽 눈을 찡긋했다. 주는 품새로는 연애편지였는데 내용은 ‘호러’였다. 곰의 갑작스러운 출현을 각별하게 주의하라는 내용이었다. 곰이 아이의 기저귀, 배설물 냄새에 아주 민감하니-실제 내용은 ‘아주 좋아하니’-절대로 집 밖에 그것들을 버리지 말아야 하며, 바비큐 등을 하고 남은 음식물도 밖에 두어서는 안 된다는 느낌표 세 개가 달린 편지였다. 곰은 아이에게는 특히 위험하다고 당구장 표시로 다시 강조한 편지를 읽으니 주위를 둘러보게 됐다.

어디서 나타날까. 아무리 엄마라도 1분 이상은 맡기 힘든 아이의 배설물을 곰은 왜 좋아한다는 건지 웃기면서 무서웠다. 무엇을 받았는지 궁금해하는 콩콩이에게 초록색 편지에 커다랗게 그려진 곰 그림을 보여주며 여기는 곰이 나타나는 곳이니 엄마와 꼭 함께해야 한다고 했더니, 콩콩이는 “응, 곰이 나타나면 엄마 꼭 부를게. 꼭 같이 보자”라고 했다. 저녁은 리조트에서 준비해둔 잘 마른 장작을 피워 근사한 바비큐 파티를 했다. 콩콩이는 불 맛을 들이며 지글지글 익어가는 고기보다는 자기가 직접 포일에 꽁꽁 사서 불 속에 감춰둔 감자와 고구마를 얼른 꺼내어 보고 싶어 했지만 그 감자를 꺼내기도 전에 잠이 들고 말았다. 그리고 곰은 종일 연어를 잡아먹느라 피곤해 일찍 잠에 들었는지 나타나지 않았다.

[콩콩이는 여행중]할아버지, 플리즈를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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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사전적 의미 그대로 찬란했다. 사진을 찍으면 액정화면에는 인위적으로 만들어 넣은 것 같은 별 아이콘이 물 위에 가득했다. 눈이 부셔서 눈꺼풀을 다 올리지도 못하면서 콩콩이는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윤무부 교수라도 와야 이름을 알 것 같은 새들은 호숫가에 떼 지어 다녔다. 사람이나 새나 서로 관심이 없었다. 이제 콩콩이도 몇 번 불러도 자기에게 오지 않고, 뛰어가면 한참 있다 귀찮은 듯 날아가는 새에게 흥미를 잃었다. 오전 내내 호수에서 노는 동안 새들의 분비물을 볼 수 없는 것이 신기했다. 물이 무척 깨끗하니 자기들도 다른 데 가서 볼일을 보나 싶었다. 제퍼 코브 리조트에 딸린 레스토랑의 아침도 좋았다. 물론 꼭두새벽에 일어나 대한민국 국민 유아 조식인 햇반과 김으로 이미 한 그릇 뚝딱 해치운 위용을 보인 콩콩이였지만 크레용과 함께 나온 그릴 버거를 절반이나 먹었다.

기브 앤드 테이크의 미덕
호수의 파란색에 마음을 빼앗긴 우리는 타호 퀸이라는 보트를 타고 두 시간 반이나 되는 시간을 호수 위에서 보냈다. 눈높이에서 보이는 코발트블루의 물에 놀라고, 내려다보면 강바닥까지 보이는 투명함에 다시 놀라는 시간이 이어졌다. 그러나 콩콩이는 봐도봐도 파란 물보다는 함께 뛰는 눈이 파란 친구가 더 좋았다. 3층이나 되는 배를 함께 오르내리며 어른들의 관심을 독차지했다. 그런데 콩콩이가 정말 좋아한 것은 한 할아버지가 준 땅콩이었다. 한 줌 먹어보고는 마치 처음 먹어본 애처럼 “엄마, 좀만 더 주세요, 해도 돼?”라고 물었다. 그렇게 부탁드려보라고 하자 자기도 민망한지 엄마가 해달라고 한다.

타호 호수를 돌아보는 데 제격인 타호 퀸 크루즈 코스.

타호 호수를 돌아보는 데 제격인 타호 퀸 크루즈 코스.

엄마는 못할 것 같다고 하니 머리가 노랗다 못해 하얗게까지 보이는 할아버지에게 쭈뼛거리며 다가가 두 손을 내밀고는 “플리즈를 주세요” 한다. 어디서 나타난 플리즈인지…. 할아버지가 또 한 줌을 주셨는데 또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하더니 이제는 못 달라고 하겠는지 돌아선다. 그러다 땅콩을 팔고 있는 바를 발견하고는 내 손가락을 이끌고 가 사달라고 졸랐다. 조르는 일이 별로 없는 아이라 뭔가를 조를 때 사주는 게 옳은지 아닌 게 옳은지, 갑작스럽게 많이 먹은 땅콩 때문에 설사 수발을 하게 되는 건 아닌지 고민하는 찰나, 아이는 생전 처음 뒤로 누워 울며 떼를 쓰려고 했다. 바 앞에서 땅콩 때문에 울며 실랑이하는 아이를 둔 동양 엄마가 되기 싫어 재빨리 아주 작은 봉투를 하나 쥐어줬다. 훈육이고 배변이고 창피한 게 싫었으니 좋은 엄마가 되긴 틀렸다고 생각했다. 자책의 시간이 10초나 흘렀을까. 콩콩이는 그 봉투를 열어서는 할아버지 앞으로 갔다. 자기도 있다고 자랑하려나 했다. 그런데! 콩콩이는 할아버지 손을 자기가 펴더니 땅콩을 한 줌 드리는 기염을 토했다.

할아버지가 자기에게 한 것과 똑같은 동작이었다. 기브 앤드 테이크가 확실하다고 해야 할지 결초보은이라고 해야 할지, 내슈빌에 산다는 그 할아버지는 배가 떠나가라 웃었다. 콩콩이는 괜히 따라 웃었고 주변 사람들은 영문도 모르는 채 같이 웃었다. 타호 퀸을 타고 도는 타호 호수는 어른에게는 많은 상념을 안겨주었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갑자기 잘 아는 줄 알았던 일이 전혀 몰랐던 것으로 판명되는 것 같았다. 할아버지한테 왜 땅콩을 더 주었냐고 물었지만 콩콩이는 대답도 없이 새로 사귄 인도 동생을 쫓아 뛰어간다. 손이 닿을 것 같아 팔을 뻗었다가는 50m 아래로 빠지게 된다는 말이 실감되도록 물은 비현실적으로 맑았다. 그 순간의 내 아이의 느낌이 꼭 그랬다.

서부 개척 시대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버지니아시티.

서부 개척 시대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버지니아시티.

배에서 내리고 나서 콩콩이는 타호 호수에서 수영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곳에 뿌리박은 나무처럼 서서 자기도 저 오빠처럼 물장난을 하겠다고 했다. 수영복에 모자, 샌들까지 챙겨 착용하고는 정작 그 오빠 옆에는 가지도 못하고 물 반 모래 반 장난에 여념이 없다. 엄마는 몇 발자국 떨어져 엄청난 인내심으로 세월을 낚았다. 아무리 세월을 낚고 낚아도 콩콩이는 수영복을 벗을 생각이 없었다. 아이를 물장난에서 빼내오는 방법은 다른 액티비티 말고는 없었다. 멀리 지나가는 마차 소리까지 들리는 조용한 호숫가라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 우리 그러면 말을 타자!” 30분 정도 호수 주변을 산책하는 시속 5km의 마차였다. 여자 마부는 지나가는 사람들과 농담을 하고 자신의 말을 자랑하느라 말이 많았다. 사람들은 평온했고 여유가 넘쳤다. 콩콩이는 바람이 솔솔 불어오고 오후의 햇살이 따뜻하게 흔들거리는 마차에서 당연한 듯 오수에 들었다.

달려라 낙타야
타호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는 것은 어려운 일 같았다. 물론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는 20만 교민이 대자연을 즐기러 오는 유명 휴양지라고는 하지만 가 있는 동안 한국인은 물론이고 동양인조차 만날 수 없었다. 그러다 중식당 ‘기 푸 로’에서 한국어로 말하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하라스 레이크 타호 카지노 호텔에 있는 타호 최고의 중식당인데 큰돈을 쓰는 ‘하이 롤러’들이 아시안 푸드를 선호해 긴급 영입한 셰프가 한국인 유현주였다. 한국인을 만나기 어려워 그녀 역시 반가운 마음에 버선발로 나왔다고 했다. 그녀가 직접 말아준 롤은 물론 누룽지탕, 팬 프라이한 로브스터, 가지볶음까지 매우 맛있는 음식들이 즐비했다. 이 식당의 이 음식을 먹기 위해서라도 다시 타호를 찾고 싶다고 한 인사는 빈말이 아니었는데 그녀 역시 그렇게 느꼈는지는 모르겠다.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장관을 선사하는 해븐리 빌리지의 곤돌라.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장관을 선사하는 해븐리 빌리지의 곤돌라.

콩콩이가 타호에 있던 기간 중 네바다의 큰 행사 가운데 하나인 낙타경주대회가 버지니아시티에서 있었다. 네바다에 낙타가 있다는 것도 이상했지만 그 낙타들이 경주대회를 한다는 것도 이상했다. 낙타가 오래 달릴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겅중겅중 빨리 달리기도 하나? 1850년부터의 서부 개척 시대 때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버지니아시티는 서부 영화를 즐겨 본 꽃할배 연배라면 아주 좋아할 곳이었다. 미국 사람들의 향수는 여전히 순수해 많은 사람들이 눈빛을 반짝이며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곳의 큰 행사인 낙타경주대회가 있는 날이어서 그런지 그 시대의 복장을 한 자원봉사자들이 가득했다.

온갖 드레스에 열광 중인 콩콩이는 환호했다. 그곳에 맞게 앤티크한 레이스 원피스를 입고 도착한 콩콩이를 샌프란시스코의 한 지역 신문 기자가 카메라에 담아가기도 했다. 낙타대회는 한 편의 코미디였다. 정말 경주가 아닌, 관광객들 중에 지원자들이 낙타를 타고 달리는 이벤트였다. 만돌린 연주가 흥을 돋우고 재치가 넘치는 사회자의 진행으로 관객들은 배꼽을 잡았고, 달리다가 떨어지거나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되는 것이 이벤트의 주요 내용이었다. 콩콩이는 관객들 사이에 자리해 똑같이 손을 입에 대고 소리를 질렀고 함께 웃었다. 버지니아시티에서 콩콩이의 신명은 극에 달했다. 자신을 예쁘다고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고 드레스 입은 사람들이 넘쳐나며 거리에서 장난이라 하더라도 총격전이 벌어지니 “엄마, 우리 여기서 살까? 아빠도 좋아할 거야~” 했다.

믿지 않는 장관의 곤돌라
타호 호수가 1천8백m 고도에 위치했다는 것도 현실감이 없었지만 잘 자고 일어난 아이와 함께 찾은 해븐리 빌리지의 9천 피트의 곤돌라는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장관을 선사했다. 제퍼 코브가 자연 친화적이라면 해븐리 빌리지는 거기에 미국적인 요소가 가미됐다. 6월까지 산 아래에서는 수영을 하고 산 위에서는 스키를 타는 스포츠의 천국이 이어진다고 했다. 스키 마니아들에게 이 리조트는 꿈의 실현과 다름없었다. 파란 호수가 펼쳐진 지면을 향해 내리꽂듯 활강하는 슬로프는 초록이 우거진 상태에서도 그림 같았다. 해븐리 빌리지의 또 다른 매력은 건배럴 레스토랑이었다. 동네 사람들도 바로 엄지를 척 내보이는 곳으로 음식이 아주 맛있었다.

비트 샐러드와 토르티야 수프는 정말 정신이 번쩍 나도록 훌륭한 맛이었다. 값도 싸고 서비스도 따뜻했다. 주인도 잘생겼고 잠든 콩콩이를 매우 예뻐했으며 깨어날 아이를 위해 포장도 꼼꼼하게 해주었다. 1천8백m에서 2천7백m를 더 올라와 내려다보아도 타호 호수의 전부를 볼 수는 없었다. 30m는 족히 넘는 키다리 나무들이 이쑤시개처럼 보이는 것은 과장이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높은 곳에 올라온 적이 없다는 자각이 들자 괜히 몸이 앞뒤로 흔들거리는 것 같았다. 콩콩이에게도 얼마나 높이 올라왔는지를 일깨우려 했으나 아이의 “엄마, 비행기가 더 높아” 하는 말에 입이 다물어졌다. 콩콩이는 어른들도 간헐적으로 소리를 지르게 되는 스릴 만점의 투명 곤돌라에서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가며 발밑에 펼쳐진 네바다의 자연을 감상했다. 저 멀리 보이는 광활한 호수도, 곤두서서 올라가는 능선도 아이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한마디 감탄사로 끝이었다. “우우와아아”. 정말 ‘우와’였다.

날이 밝으면 호수에서 놀고 해가 지면 오두막에서 감자를 구워 먹다 자고, 별은 호수에 입을 맞출 것처럼 낮게 그리고 밝게 뜨는 밤이 이어지는 타호의 나날들은 온화하고 아름다웠다. 지겨울 만도 했고 지루할 만도 했지만 아이는 아이패드에 빵빵하게 담아간 뽀로로 전 시즌과 호비 놀이극장, ‘소피아 공주 되다’도 떠올리지 않았다. 없으면 안 보는 것인지, 보여주지 않으면 안 찾는 것인지 엄마에게 또 하나의 물음표를 안겨줬다. 콩콩이는 이날들을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그 호수에서 행복해했던 아이의 모습을 내가 기억하니 그것으로 됐다, 충분하다는 생각을 했다. 콩콩이는 미국을 떠나며 이제 어디에 가냐고 물었다. 집에 간다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또 미국에 올까?” 했더니 “좋아, 그게 좋겠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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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호 퀸(Tahoe Queen Emerald Bay Sightseeing Cruise) 에메랄드 베이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코스로 타호 호수를 둘러보기에 제격이다. 2시간 30분정도 소요된다. 배를 타고 호수를 돌며 자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도 있고 2, 3층에 마련된 카페테리아에서 간단한 차와 칵테일을 즐길 수도 있다. 중간중간 선장이 레이크 타호의 역사, 에메랄드 베이에 대해 설명해준다. 아이들을 위한 따뜻한 핫초코와 주스도 마련돼 있다. 요금은 성인 47달러, 어린이(3~11세) 10달러. South Lake Tahoe Marina 900 Ski Run Blvd. South Lake Tahoe, CA
●문의 (530) 544 9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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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퍼 코브(Zephyr Cove) 타호 호수 주변에 있는 꽤 큰 규모의 리조트. 자연에서 원할 수 있는 즐거움의 거의 대부분을 얻을 수 있다. Zephyr Cove Resort & Lake Tahoe Cruises 760 U.S. Hwy 50 Zephyr Cove, NV 89448 ●문의 (775) 589-4907, www.zephyrc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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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배럴 터번&이터리(Gunbarrel Tavern&Eatery) 이 지역 주민들에게는 베스트 레스토랑으로 손꼽히는 식당. 주방장 빌리 맥 컬러에 대한 이들의 신망이 음식에 그대로 드러난다. 저녁에는 와인, 맥주, 모히토, 칵테일도 함께 즐길 수 있다. 1001 Heavenly Village WaySte 33&34 South Lake Tahoe, CA 96150
●문의 (530) 542-1460 www.gunbarreltavern.com

기 푸 로(Gi Fu Loh) 하라스 레이크 타호(Harrahs Lake Tahoe) 카지노 호텔 2층에 있는 아시아 전통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중식당. 해산물 쌀국수, 로브스터, 볶음밥 등의 메뉴를 선보이며 최근에는 스시바를 오픈해 퓨전 롤과 신선한 생선회, 전통 초밥도 맛볼 수 있다. 한국인 셰프가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운영 시간은 월·목·금요일은 오후 5시 30분~오후 9시, 토요일은 오후 5시30분~오후 9시30분. 화· 수요일은 휴무. Harrah’s Lake Tahoe 15 U.S. 50 Stateline, NV 89449 ●문의 (800) 427 7247

낙타경주대회(International Camel Races) 1959년에 시작됐다. 5만여 명이 넘는 관광객들을 모으며 매년 9월 열리는 네바다 주 최고의 인기 행사로 자리 잡았다. 대회가 끝난 후 어린아이들이 직접 낙타를 타보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입장료는 요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관람 좌석의 프리미엄은 15~18달러, 입석 티켓은 12~15달러, 텐트 안에서 맛있는 바비큐 뷔페와 음료를 즐기면서 관람할 수 있는 VIP 티켓은 40~50달러 선이다. 86 South C Street P.O. Box 920 Virginia City, NV 89440 ●문의 (775) 847-7500 www.visitvirginiacitynv.com, VisitorInfo@StoreyCounty.org

콩콩이는…
2011년생. 말 잘하고 밥 잘 안 먹는 여자아이. 잡지사 편집장 엄마에게서 태어난 덕과 탓에 생후 6개월부터 뉴욕행 비행기를 타기 시작해 현지의 시차와 상관없이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눕는 여행형 어린이로 성장 중.

콩콩이 엄마는…
「GQ」, 「W」의 피처 디렉터, 「Off」, 「magazine C」, 「RAUME」의 편집장으로 일했다. 한 끼의 식사가 지닌 의미와 그 사이의 감정들을 두루 쓴 「더 테이블」을 펴내기도 했다. 이따금 텔레비전과 라디오에도 나왔지만 지금은 발간 직전의 잡지 「ojo」와 「magazine K」의 편집장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글 / 조경아 ■진행 / 오아라 ■사진 / ojahwa ■취재 협조 / 네바다관광청, 일본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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