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당신을 위한 맞춤형 강릉 여행

휴일엔 가족 여행

(3) 당신을 위한 맞춤형 강릉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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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재미는 제각각이다. 아직 연인 시절의 습성을 버리지 못한 신혼부부는 로맨틱한 코스를 찾고, 어린 자녀가 있는 부부는 아이 위주로 여행을 준비한다. 관조하듯 시간을 보내고 싶은 중년부부는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싶다. 신혼에서 중년까지 부부와 아이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맞춤형 강릉 여행 코스를 먼저 다녀왔다.

이른 봄 경포호수는 한적한 멋스러움이 있다.

이른 봄 경포호수는 한적한 멋스러움이 있다.

솔숲의 편안함과 한옥의 정갈함을 동시에
경포대
고려 충숙왕 13년(1326년)에 방해정(강릉 저동 소재) 뒷산에 처음 지었던 것을 조선 중종 3년(1508년)에 현재의 위치로 이전했다. 이후 여러 차례 중수해 지금에 이른다. 48개의 기둥으로 이뤄져 있을 만큼 규모가 꽤 크며 마루의 높이를 달리해 2층 구조로 만들어 입체적이다. 경포대에 걸려 있는 현판 글씨들은 최고의 문장가와 서예가들이 남긴 것들이다. 2013년 12월에 경포대와 경포호가 국가지정문화재인 명승 제108호로 지정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포대는 경포호와 경포해변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유명세가 덜하다. 하지만 강릉 사람들은 경포대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최고의 경치라고 주저 없이 말한다. ‘관동별곡’을 쓴 송강 정철 역시 강릉 경포대를 관동팔경 중에서 으뜸이라고 했다.

4월 중순이면 경포호수 주변에 벚꽃이 만개한다. 벚꽃의 아름다움이 정점을 찍는 곳 역시 경포대 주변이다. 휘영청 달 밝은 밤에 경포대를 찾아보라. 하늘의 달과 호수 속의 달, 바닷속의 달, 술잔 속의 달, 사랑하는 사람의 눈동자에 비친 달, 마지막으로 내 마음속에 뜬 달까지 찾아낸다면 최고의 여행을 했다고 자부할 수 있다.

 따사로운 햇볕을 받으며 걷는 솔숲 산책은 일상의 피로를 가시게 한다.

따사로운 햇볕을 받으며 걷는 솔숲 산책은 일상의 피로를 가시게 한다.

경포호 이른 봄 경포대에서 바라본 호수는 한가롭기 그지없다. 사람들로 붐비는 여름이 아니어서 더욱 그렇다. 잔잔한 수면 위로 날아오르는 새들도 여유롭기는 매한가지다. 수면이 ‘거울처럼 맑다’ 해서 경포호라 부른다. 호수의 둘레는 4km 정도인데 옛날에는 12km나 됐다고 한다. 호수 중간에 있는 바위가 인상적이다. 누군가 바위를 옮겨놓고 그곳에 정자를 세운 게 아닐까 싶지만 이 바위에는 ‘딸을 건지기 위해 호수를 헤엄치다가 몸이 굳어 바위가 됐다’라는 목숨을 담보한 어미의 사랑이 담겨 있다.

주변 상가에서 자전거를 빌려 호수 한 바퀴를 돌아봐도 좋고, 가족끼리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소원했던 관계를 회복해도 좋겠다. 자녀들에게 특별한 체험 기회를 주고 싶다면 조랑말이 끄는 꽃마차에 몸을 실어보자. 경포호를 출발해 해안 상가와 중앙 통로를 거쳐 돌아온다. 이용 요금은 어른 7천원, 어린이 5천원.

경포해변 여름 바다는 열정이요, 가을과 겨울 바다는 낭만이다. 두꺼운 옷에서 해방된 봄 바다는 어떨까?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첫걸음처럼 봄 바다는 사람들을 꿈꾸게 한다. 목덜미를 타고 들어오는 바람에 계절의 변화를 실감한다. 겨울을 이겨낸 바다의 낯섦이 바람에 묻어 있다. 하지만 이내 익숙함이 돼 바다와 동화된다.

강릉의 대표적인 유적 오죽헌.

강릉의 대표적인 유적 오죽헌.

바람 많고 파도 센 동해에는 방풍림이 무성하다. 특히 강릉 바닷가에는 소나무가 많다. ‘솔향 강릉’이라 부름 직하다. 수령이 족히 수십 년 이상은 됐을 법한 나무들이 곧게, 때론 몸을 꼬며 빽빽하게 자랐다. 솔숲 사이로 난 산책로는 왠지 걷지 않고는 병이 날 것처럼 마음을 요동치게 한다. 자연을 향한 상사병은 자연과 동화될 때야 비로소 치유된다. 오늘만큼은 나를 위해 자연이 온전히 수고하는구나 싶다. 봄 바다는 찾는 이의 발길이 많지 않다. 그래서 오롯이 나다움을 발견하기 좋은 시간이 돼준다. 번잡한 여름에 앞서 여행의 묘미를 깊이 탐닉하고 싶다면 봄 바다를 찾아보라.

아직 연인 같은 신혼부부라면
테라로사
언제부터인가 강릉은 커피의 고장이 됐다. 우리나라 최초로 상업용 커피가 생산된 커피 농장도 강릉에 있다. 강릉항 주변에는 횟집보다 커피숍이 더 많다. 심지어 논밭 한가운데 자리한 곳도 있다. 나아가 강릉시는 2009년부터 매년 10월에 커피문화축제를 개최한다. 이러니 누가 강릉을 제외하고 커피를 논하겠는가. 여러 커피 전문점 중에서 남강릉 요금소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는 테라로사가 인기다. 공장과 커피숍을 함께 운영하고 있어 근처에만 가도 커피 볶는 냄새가 밀려온다. ‘공장에 딸린 커피숍이니까 그저 그렇겠지. 그냥 자체 공장에서 생산하는 커피를 홍보하는 부스 정도 아니겠어’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1 강릉을 찾는 연인들의 필수 코스가 된 테라로사. 2 따뜻한 한 잔의 커피는 여행의 촉매제이다.
3 커피숍에서 판매하는 커피나무.

1 강릉을 찾는 연인들의 필수 코스가 된 테라로사. 2 따뜻한 한 잔의 커피는 여행의 촉매제이다. 3 커피숍에서 판매하는 커피나무.

공장 주변에는 자작나무가 운치를 더하고 빈티지한 분위기에 별점 1개가 붙는다. 바닥엔 붉은 벽돌이 깔려 유럽의 어느 골목길에 들어선 기분이다. 출입구 주변에 뒤엉킨 넝쿨은 싱그러운 여름날을 떠올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왠지 문을 열 때 ‘삐거덕’ 소리가 날 것 같은 녹색 문을 열고 들어서면 완전 딴 세상이 펼쳐진다. 이때쯤 별점 1개가 추가된다. 매장 내부는 독일의 유명한 맥줏집 호프브로이하우스처럼 넓고 시원하다. 진열장에는 예쁜 커피 잔들이 손님을 기다리며 대기 중이다. 맞은편 벽면에는 큼직한 기계가 들어앉아 있어 이곳이 공장임을 실감하게 한다. 격 없이 앉아서 커피와 빵을 즐기는 손님들의 모습에서 여유가 넘친다. 커피에 대한 상식을 높일 수 있는 도서와 커피 관련 기자재가 함께 전시돼 있어 커피 박물관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야외 정원에도 테이블이 있는데 실내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유럽의 노천카페라고 말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 실내 온실에서는 커피나무를 구경할 수 있다. 물론 호기심 천국에 빠진 아내를 위해 작은 커피 묘목을 선물할 수도 있다.
주소 강릉시 구정면 현천길 25 문의 033-648-2760, www.terarosa.com

자녀를 위한 체험 학습 여행이라면
참소리축음기·에디슨과학박물관
“에디슨의 발명품을 만나고 싶다면 미국이 아닌 강릉의 참소리축음기·에디슨과학박물관으로 와야 한다.” 손성목 관장의 말이다. 여섯 살 때 선친에게 선물받은 콜롬비아 축음기 G241호를 계기로 그는 축음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매료돼 수집가의 길을 걷게 됐다. 외길을 걷는 장인의 심정으로 오로지 축음기와 에디슨의 과학 발명품만을 모은 그는 전 세계의 축음기 및 에디슨 발명품의 3분의 1을 소장한 수집광이 됐다.

관람객들은 박물관 입장과 함께 음악 감상실로 이끌려 간다. 12자 자개 장롱보다 더 큰 대형 스피커가 객석에 앉은 관람객을 주눅 들게 한다. 난생처음 접하는 묘한 분위기에 아이들은 어리둥절하다. 예쁜 가이드 누나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진행되는 음악 감상. 음악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어도, 음향 장비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어도 ‘음~ 뭔가 다르다’라고 느끼게 마련. 놀라움과 부러움이 얼굴 가득 밀려온다. 이어 나팔꽃처럼 꽃잎을 활짝 피운 참소리축음기박물관으로 들어선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이렇게 많은 축음기를 본 적이 없다. 의자 안쪽에 뮤직 박스가 장착된 1800년대 후반에 제작된 스위스산 뮤직 의자, 바퀴와 손잡이를 달아 이동이 쉽도록 만든 오르간, 스페인 왕실에서 사용했던 나팔 축음기, 에디슨과 헨리 포드가 휴양소에서 타고 다녔다는 세상에 단 두 대뿐인 자동차, 1913년에 에디슨이 개발한 전기자동차(일렉트릭 배터리카)도 볼 수 있다. 수천 가지의 수집품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것을 개인이 수집했다는 점이다.
주소 강릉시 경포로 393 문의 033-655-1130~2, www.edison.kr 관람 시간 오전 9시~오후 5시 입장 요금 성인 7천원, 청소년 6천원, 어린이 5천원

4 에디슨이 발명한 다양한 색상의 축음기. 5 에디슨은 영화 관련 기자재도 많이 발명했다. 6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동양자수박물관의 자수 체험.

4 에디슨이 발명한 다양한 색상의 축음기. 5 에디슨은 영화 관련 기자재도 많이 발명했다. 6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동양자수박물관의 자수 체험.

오죽헌과 동양자수박물관 ‘우리나라 5만원과 5천원권 지폐에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 모자(母子)가 함께 등장했다!’ 이보다 대단한 가문의 영광은 없다. 오죽헌은 율곡 이이 선생이 태어난 곳이다. 이런 역사적 의미 외에도 조선시대 상류층이 기거하던 주택의 별당과 사랑채가 가장 잘 보존됐다는 점에서 건축학적 의의도 크다. 율곡 선생이 태어난 방인 몽룡실도 챙겨봐야 한다. 오죽헌을 나와서 오른편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면 한·중·일 전통 자수를 감상하고 체험할 수 있는 동양자수박물관이 있다. 아이와 함께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손가방을 만들 수 있다. 체험 시간은 1시간 30분 안팎이며 체험비는 작품당 1만5천원이다.
주소 강릉시 율곡로 3139번길 24 문의 033-644-0600

여유로움을 즐기는 중년부부라면
하슬라아트월드 푸른 동해를 조망하기 좋은 곳에 갤러리, 예술정원, 호텔이 자리했다. 해와 밝음의 뜻을 가진 강릉의 옛 이름 ‘하슬라’에는 뭔지 모를 신비로움이 가득하다. 바다와 조화를 이룬 큐브처럼 생긴 호텔은 색이 화려하다. 발길이 먼저 닿는 곳은 바다 카페 앞에 마련된 전망대. 콘크리트 벽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넥타이를 맨 사내 조각상에 눈길이 간다. 마치 무엇인가로부터 도망치듯 달려 나오려 한다. 작품의 이름은 ‘포세이돈의 귀환’이다. 포세이돈에게는 바다가 일상이듯 어쩌면 일상 탈출을 꿈꾸는 현대인의 모습을 표현하지 않았을까 싶다.

7 어느 것 하나 예술적이지 않은 것이 없는 하슬라아트월드. 8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을 촬영한 실내 전시관. 9 소똥을 소재로 한 작품이 한창 전시 중이다. 10 주문진항에서 꼭 먹어봐야 할 바다의 맛 생선모둠구이. 11 강릉항 주변에 카페촌이 조성돼 젊은 연인들이 즐겨 찾는다.

7 어느 것 하나 예술적이지 않은 것이 없는 하슬라아트월드. 8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을 촬영한 실내 전시관. 9 소똥을 소재로 한 작품이 한창 전시 중이다. 10 주문진항에서 꼭 먹어봐야 할 바다의 맛 생선모둠구이. 11 강릉항 주변에 카페촌이 조성돼 젊은 연인들이 즐겨 찾는다.

바다를 전망할 수 있는 하슬라 카페 ‘항상’은 해와 달 그리고 바다를 벗 삼아 유유자적할 수 있는 곳이다. 그림 같은 풍경을 배경으로 직접 로스팅한 커피까지 맛볼 수 있다니 오랜만에 바람 쐬러 나온 중년부부가 신혼으로 돌아간 기분을 내기에 좋다. 카페를 나서면 성성활엽길을 따라 길이 이어진다. 이어서 키 작은 분재 소나무들이 물결처럼 춤추는 소나무 정원이다. 탐방의 편의와 소나무를 보호할 목적으로 깔아놓았을 법한 관람 데크는 대형 설치 작품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곳곳에 숨어 있는 설치미술품들과 오래된 의자는 지나온 시절에 대한 아련한 기억을 더듬게 한다. 이어진 길을 따라가면 ‘시간의 광장’이다. 아이들이 미술 체험 학습을 할 수 있는 놀이정원, 추억의 영화 ‘E.T’에 나왔을 법한 하늘을 나는 의자도 볼 만하다. 예술가의 상상력은 끝이 없음을 증명하는 소똥미술관에는 소똥을 모아 만든 작품이 전시 중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가 소화시키지 못한 볏짚을 발견할 수 있다.

야외뿐만 아니라 뮤지엄 호텔 전시실에도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품들이 여럿 있다. 푸른 바다가 작품의 일부분이 되는 현대미술관과 동화책에서 튀어나온 듯한 피노키오 작품이 전시된 피노키오미술관,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사람 흉내를 내는 마리오네트미술관 등도 챙겨봐야 한다. 낯섦과 친근함, 자연과 인공, 조화와 부조화가 어우러진 하슬라아트월드는 일상 탈출을 원하는 중년부부에게 신선한 자극제임이 분명하다.
주소 강릉시 강동면 율곡로 1441 문의 033-644-9411, www.haslla.kr 관람 시간 오전 8시 30분~오후 6시 30분(성수기 오전 8시~오후 9시)

임운석 작가의 코스 제안

1일 차
테라로사→하슬라아트월드→경포해변→경포호→숙박

2일 차
참소리축음기·에디슨과학박물관→오죽헌→귀가

Tip 여행 정보
맛집
참소리축음기·에디슨과학박물관을 돌아보고 오죽헌 가는 길에 초당순두부마을이 있다. 400년집초당순두부(033-644-3516)는 4백 년 넘은 고택의 주인 심상진씨의 후손들이 거주하며 전통의 초당순두부 맛을 전하고 있다. 생선모둠구이는 주문진항의 명물이다. 두 자매가 운영하는 실비생선구이(033-661-4952)에서는 아침 식사도 가능하다. 생선구이는 1인분에 8천원.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생선은 매일 주문진항에서 공수하는 것. 강릉항 커피숍거리에 있는 엘빈(033-652-2100)은 커피 맛은 당연히 좋고, 매장에서 직접 구운 다채로운 케이크의 향연에 눈이 즐겁다. 눈송이처럼 녹아내리는 케이크는 무엇과도 비교 불가다.

숙소 하슬라아트월드에서 하룻밤 머문다면 특별한 밤이 될 것이다. 모성을 상징하는 침대와 독특한 세면기, 욕조 등 다른 곳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독창적인 인테리어의 객실이 남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여행 문의 강릉시 종합관광안내소, 033-640-4414, 4531

[휴일엔 가족 여행](3) 당신을 위한 맞춤형 강릉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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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임운석은…
평생 여행만 하며 살자고 한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니던 외국계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전업 여행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20대 때는 연극배우로 활동하면서 신인상 후보에 올랐으며,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문화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국여행작가협회 회원으로 문화재청 헤리티지채널 사진작가, 국내 아웃도어 전문 업체의 로드플래너와 사진작가로 활동 중이다. 블로그 ‘빛과 바람 그리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나라(http://roomno1.blog.me/)’를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으며 「최고다! 섬 여행」, 「대한민국 사계절 물놀이사전」, 「여행의 로망 캠핑카 스토리」를 썼다.

■글&사진 / 임운석(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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