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바람 난 거제도를 아시나요?](http://img.khan.co.kr/lady/201404/20140408140115_1_kojedo1.jpg)
[휴일엔 가족여행](4) 봄바람 난 거제도를 아시나요?
외도 보타니아는 거제도에서 바닷길로 4km 정도 떨어진 섬이다.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찾는 사람들이 바람처럼 몰려든다. 외도 보타니아 관광에 앞서 해금강 선상 관광이 먼저 진행된다. 검푸른빛의 바다에 두둥실 떠서 들쑥날쑥한 섬들을 감상하는 거제도 여행의 백미다. 해금강은 해금강마을 남쪽 약 500m 해상에 위치한 2개의 큰 바위섬을 일컫는다. 한려해상국립공원에 포함돼 있으며 1971년 명승2호로 지정됐다. 유람선이 섬을 한 바퀴 도는 동안 사자바위, 두꺼비바위, 쌍촛대바위, 해골바위, 곰바위, 십자동굴과 석문 등 기암괴봉이 만들어내는 천혜의 풍경을 마음에 담아갈 수 있다. ‘바다의 금강산’이라는 이름이 절대 헛말이 아님을 실감하게 된다. 해금강 선상 관광의 재미는 바다 풍경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풍경이 눈을 즐겁게 한다면 구수한 입담을 자랑하는 선장의 설명은 귀를 즐겁게 한다. 근사한 바다 풍경과 함께 듣는 설명은 잘 버무려진 봄나물처럼 입에 착착 감긴다.
해금강 관광이 끝나면 외도 보타니아에 입항한다. 외도는 입도 인원이 한정돼 있다. 봄철 주말에는 배편이 조기에 마감될 수 있으니 가급적 온라인으로 사전 예약을 하는 게 좋다. 예약자에 한해서 요금 할인 및 출항 정보를 문자메시지로 받아볼 수 있다. 섬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은 1시간 30분이다. 마음 같아서는 반나절 정도로 충분히 머물고 싶지만 그럴 수 없으니 아쉽다.
1995년 개장한 이후 연간 1백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을 만큼 거제도 여행의 1번지로 자리매김했다.

1 봄은 ‘바다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해금강 선상 유람을 즐기기에 가장 좋은 시기다. 2 오붓한 산책을 누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3 천혜의 자연 속에서 아이들도 절로 즐겁다. 4 거제팔경에 이름을 올린 신선대 풍경.
봄바람 난 신선이 놀던 그곳
신선대, 이름부터 신선하다. 얼마나 좋으면 신선이 놀았을까? 풍경이 빼어나지 않고서야 신선대라는 이름을 함부로 사용하진 못했을 게다. 봄날의 신선대는 유채꽃 천국이다. 연두색의 길쭉한 꽃대 위의 노오란 유채꽃이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은 제주도를 연상시킨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을 배경 삼아 멋지게 펼쳐진 바다 풍경이 압권이다. 거제팔경에 이름을 올렸으니 최소한 거제시가 보증서를 끊어준 셈이다. 신선대까지 가는 길에는 나무 산책로가 조성돼 있어 걷기에 수월하다. 길목에 자그마한 해변이 있는데 파도가 오가며 조약돌을 간질인다. ‘자그락자그락’, 아이의 웃음소리처럼 귀엽다.

수목이 아름다운 외도 보타니아.
신선대 옆에 있는 해금강 테마 박물관도 한 번쯤 들러보면 좋다. 1950, 60년대 모습을 각종 소품을 통해 관람할 수 있다. 어른들에게는 향수를, 아이들에게는 부모 세대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테마형 박물관이다. 1층 한편에서는 주전부리와 기념품을 판매한다. 2층에 올라가면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예술품과 밀랍 인형 등이 가득하다.
땀과 정성으로 일군 봄날의 천국, 공곶이
수선화는 하늘에서 떨어진 별처럼 곱다. 그 아름다운 자태를 보기 위해 봄바람 난 여행자들이 공곶이를 찾는다. 공곶이는 거제시 일운면 와현리해변에서 서이말 등대를 찾아 3km 정도 해안길을 달리면 닿는다. 20여 분 언덕을 올라야 하는데 동백꽃이 수줍게 인사를 건네니 힘들지만은 않다. 공곶이를 지금처럼 수선화 천국으로 만든 주인공은 강명식·지상악 부부다. 1957년 결혼한 두 사람은 1969년 봄에 본격적으로 공곶이에 터를 잡았다. 이때부터 공곶이의 역사가 새롭게 쓰이기 시작했다. 공곶이에는 동백나무, 종려나무, 조팝나무 등이 시간을 달리하며 꽃을 피운다.

1 이국적인 경치를 뽐내는 바람의 언덕. 2 신선대 전망대에서 커플의 신선놀음도 한창이다. 3 은하수가 내려앉은 듯한 공곶이 수선화 꽃밭. 수선화 천국이란 말이 절대 과장이 아니다.
4월 꽃송이째 바닥에서 동백꽃을 피우는 지심도
동백은 겨울에 핀다. 그러나 꽃송이째 떨어져 바닥에서 다시 피며 절정을 뽐내는 시기는 4월이다. 동백꽃은 나무에 매달려 있을 때보다 바닥에 떨어졌을 때 더욱 애잔한 아름다움이 있다. 4월에 지심도를 찾으면 ‘툭, 툭’ 묵직하게 떨어지는 동백꽃송이를 볼 수 있다. 지심도는 장승포에서 뱃길로 15분 정도면 도착한다. 섬의 생김새가 하늘에서 내려다봤을 때 ‘마음 심(心)’ 자를 닮았다 해 지심도라 부른다. 산책로를 따라 2시간 정도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을 만큼 아담하다. 하지만 울창한 수림과 섬이 주는 독특한 매력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하룻밤을 묵어도 좋다. 섬에는 유독 동백나무가 많다. 그래서 거제도 사람들은 지심도를 동백섬이라 부른다. 선착장에서 마을까지 오르는 구간만 가파르고 나머지 구간은 평평하다.
사람의 손을 타지 않아 원시림에 가까울 만큼 숲이 우거졌다. 무엇보다 푹신한 흙과 낙엽이 층층이 쌓여 양탄자 위를 걷는 기분이다. 공해를 만들 만한 시설이 전혀 없다 보니 공기는 상쾌함, 청량 그 자체다. ‘미끝’이라 불리는 지점에는 쪽빛 바다와 해안 절벽을 감상하기 좋도록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두 사람이 나란히 걸을 수 있을 정도로 다정스러운 숲길을 따라 걸으면 지금은 폐교된 장승포초등분교 운동장이 나온다. 철봉과 학교 시설물들이 아직 남아 있다. 분교를 지나 섬 정상에 다다르면 비상 활주로로 이용되는 잔디밭이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눈은 물론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풍경이다. 화창한 날에는 일본 대마도까지 볼 수 있다. 다시 숲으로 들어가면 한낮에도 어두컴컴할 정도로 동백 숲이 터널을 이룬다.

4월의 지심도는 더욱 로맨틱하다.
거제도 포로수용소는 한국전쟁 당시 발생한 포로들을 수용한 곳이다. 1951년에 포로들이 정치 단체를 조직하면서 반공 포로와 친공 포로 간에 극심한 대립이 일어나기도 했다. 휴전 이후 폐쇄됐던 것을 1999년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으로 개관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현장감을 살린 입체적 전시 기법을 도입해 아이는 물론 어른들의 만족감도 높다. 공원에 들어서면 한국전쟁 당시로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하다. 특히 볼 만한 것은 각종 배경 위에 모형을 설치해 하나의 장면을 재현한 디오라마관이다. 국내 최초의 단일 디오라마관으로 수용소의 생활상과 폭동 현장이 사실감 있게 다가온다. 북한의 남침을 받은 국군의 사수관에 화염이 터지고 불꽃이 튀는 등 생생한 현장감이 전해진다. 포로폭동체험관에는 이념 대립으로 시작된 폭동을 최첨단 복합 연출 기법으로 재현해놓아 당시의 긴박감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야외에 마련된 막사 체험 코너와 기념 촬영 코너도 함께 돌아보기를 권한다.
덕포 아라나비 체험은 국내 최초로 17m 높이에서 왕복 800m를 헤엄치듯 날아갈 수 있는 짚라인 체험 프로그램이다. 안전 장구를 착용하는 순간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을까?’라는 후회가 밀려오지만 그것도 잠시다. “출발” 구호와 함께 하늘로 점프한다. 아찔한 순간이다. 얼마나 지났을까. 사람의 마음은 간사해서 ‘이런 기분 처음이야. 신 난다’라며 짜릿한 쾌감에 빠져든다. 급기야 여유를 부리며 발아래 있는 사람들에게 고함도 질러보고 팔을 휘휘 저으며 나비처럼 날갯짓도 해본다. 어린아이는 부모님과 함께 탑승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 것.

1 “엄마!” 외마디 비명이 끝나기가 무섭게 즐거운 웃음꽃이 피어나는 짚라인 체험. 2 색다른 볼거리가 많아서 체험 학습장으로 제격인 거제도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맛집 거제도에서 꼭 먹어야 할 음식으로 멍게·성게비빔밥이 있다. 알싸한 향이 강한 멍게와 성게, 참기름, 깨소금, 김가루 등을 넣고 뜨끈한 밥을 비벼 먹는데 안 먹어봤으면 말을 하지 말자. 거제도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인근에 있는 백만석식당(055-638-3300)이 유명하다. 간장게장을 가격 부담 없이 맛보고 싶다면 장승포항 주변에 있는 싱싱게장(055-681-5513)이 좋다. 양념게장과 간장게장을 함께 내놓는다. 봄이 되면 도다리의 육질이 단단해진다. 여기에 쑥과 된장을 넣어 끓인 도다리 쑥국은 구수한 향과 담백한 맛이 좋아 집 나갔던 봄철 입맛이 찾아온다. 성포청해횟집(055-632-4799)은 신거제대교와 가까워 편리하다. 거제도 사람들이 구이용으로 가장 좋아하는 생선이 볼락이다. 짭짤하게 구워내면 내장과 대가리까지 남기지 않고 먹을 수 있다. 호텔 요리사 경력 25년의 손맛을 자랑하는 요리사회식당(055-636-1664)은 현지인들이 추천하는 맛집이다. 학동 몽돌해수욕장 가까이에 자리하고 있어 신선대, 바람의 언덕 등과 연계하기에 좋다.
숙소 저렴한 유스호스텔부터 최고급 펜션까지 다양하다. 바다 경치가 좋은 동남 해변을 따라 일운면과 동부면, 남면에 시설 좋고 경치 좋은 펜션이 많다. 모텔은 고현동과 장승포항, 옥포항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인구 밀집 지역에 주로 분포돼 있다. 구조라해수욕장, 학동 몽돌해수욕장 등 유명 해수욕장 부근에 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민박집이 많다. 지심도에는 10여 개의 펜션과 민박이 영업 중이다.

1 싱싱게장의 맛깔스러운 간장게장. 2 잘 구워내 내장과 대가리 모두 먹을 수 있는 볼락구이. 3 봄철을 맞아 살이 통통하게 오른 도다리를 넣어 끓인 도다리 쑥국. 4 거제도 별미의 대표주자 멍게·성게비빔밥.
해금강유람선 055-633-1352, 055-633-3079, www.hggtour.net
외도 보타니아 055-7715-3330, www.oedobotania.com
지심도 055-681-6007, www.jisimdoro.com
지심도유람선 예약센터 1688-3883, jisimdoticket.com
거제도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055-639-0625, www.pow.or.kr
덕포 아라나비 055-688-2351, www.deokpoland.com
임운석 작가의 코스 제안
●아이를 동반한 가족 코스
신선대→해금강 테마 박물관→바람의 언덕→해금강 선상관광, 외도 보타니아→숙소→거제도 포로수용소 유적공원→덕포 아라나비 체험→귀가
●중년 부부를 위한 호젓한 코스
지심도 숙박→신선대→바람의 언덕→공곶이→귀가
●연인 같은 신혼부부를 위한 코스
신선대→바람의 언덕→해금강 선상관광, 외도 보타니아→숙소→덕포 아라나비 체험→공곶이→귀가
profile 임운석은…
평생 여행만 하며 살자고 한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니던 외국계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전업 여행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20대 때는 연극배우로 활동하면서 신인상 후보에 올랐으며,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문화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국여행작가협회 회원으로 문화재청 헤리티지채널 사진작가, 국내 아웃도어 전문 업체의 로드플래너와 사진작가로 활동 중이다. 블로그 ‘빛과 바람 그리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나라(http://roomno1.blog.me/)’를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으며 「최고다! 섬 여행」, 「대한민국 사계절 물놀이사전」, 「여행의 로망 캠핑카 스토리」를 썼다.
■글&사진 / 임운석(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