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알프스 일본 호쿠리쿠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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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쿠리쿠 지역은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일정을 확인하며 정보를 찾아봤지만 설벽으로 유명한 알펜루트 외에는 익숙한 명소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나 3박 4일간의 여정을 마치고 기사를 작성하려는 순간,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으로 가득했던 호쿠리쿠를 어떤 것부터 풀어내야 할까 고민이 앞선다.

동양의 알프스 일본 호쿠리쿠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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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기 좋은 가나자와
이시카와 현의 현청 소재지가 있는 가나자와는 에도시대부터 카가 하쿠만고쿠 성을 중심으로 형성돼 호쿠리쿠 지방의 으뜸 도시로 번창했을 만큼 문화유산과 볼거리가 많다. 특히 금박 공예, 가가유젠(염색 기법)을 비롯한 전통 공예 등 다방면에서 풍요롭고 격조 높은 문화가 발달해온 편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4백50년간 제2차 세계대전과 같은 전쟁은 물론 대규모 지진의 피해를 입지 않아 교토에 이어 일본의 전통문화가 가장 잘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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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카와 현에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겐로쿠엔. 이곳은 오카야마의 고라쿠엔, 미토의 가이라쿠엔과 함께 일본의 3대 정원으로 불리는 곳으로 일본인들도 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로 꼽는 명소다. 평일 오후 시간이었음에도 봄의 절정을 알리며 흩날리는 벚꽃들 사이로 관광객들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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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99,174m²의 방대한 규모로 펼쳐져 있는 겐로쿠엔은 1676년 5대 영주 마에다 쓰나노리가 가나자와 성 건너편 경사지에 렌치정 정자를 짓고, 그 주위에 공원을 조성한 것이 시초가 됐다. 그러나 1759년 화재로 많은 부분이 손실됐고, 11대 영주인 하루나가가 복구에 힘을 쓰며 축조한 것이 현재까지 보존되고 있는 유가오테이 정자와 미도리타키 폭포다. 이후 13대 영주인 나리나가가 가스미가이케 연못을 더욱 넓혀 물이 숲 속을 가로지르는 정원, 이른바 임천회유식 정원을 조성했다. 이것이 현재의 웅장한 정원의 기본 골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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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산책을 하는 마음으로 정원을 거닐다 보면 사자, 용, 거북 등 다양한 형상을 한 돌들을 만날 수 있다. 무병장수를 기원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것들이라고 한다. 자연 수압을 이용한 것으로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됐다는 높이 3.5m의 분수와 11개의 안산암을 이용해 기러기가 줄지어 비상하는 모습을 본떠 만들었다는 간코바시는 정원의 대표 볼거리다. 현재 특별 명승지로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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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로쿠엔에서 마유미자카 입구 쪽으로 나와 길을 건너면 21세기 박물관이 보인다. 다양한 만남과 체험의 장을 지향하는 미술관은 열린 공원을 컨셉트로 해 누구나 언제든 쉽게 들를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전람회존과 교류존으로 구분되며, 원형 구조로 사방이 유리로 돼 있어 안팎의 모습을 서로 구경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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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은 빛의 뜰 앞에 위치한 ‘더 스위밍풀(The Swimming Pool)’. 물을 채운 수영장의 바닥에 강화유리를 깔아 지상과 지하(수영장 내부)가 마치 마법의 공간처럼 느껴지게 한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또 하나의 설치물 ‘컬러 액티비티 하우스(Colour Activity House)’는 청록색, 빨간색, 노란색 3색의 유리가 보는 이의 움직임에 따라 다른 색의 풍경을 연출한다. 미술관 잔디 곳곳에 설치된 총 12개의 튜바 형태 관은 각각의 소리를 이어 신비로움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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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시대로 시간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히가시 차야거리를 추천한다. 이곳은 과거 술, 식사와 함께 게이샤들의 춤과 연주를 즐기던 유흥가로 현재는 대다수가 음식점, 찻집, 기념품점으로 바뀌었다. 아름다운 격자창이 돋보이는 고풍스러운 목조 가옥이 길게 늘어선 골목길은 길 전체가 국가 문화재로 지정돼 있는데, 가만히 이 길을 걷고 있노라니 마치 외딴 시골길을 걷는 듯한 고즈넉함이 느껴졌다. 웨딩 사진 촬영 장소로도 인기가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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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 차야거리 중간에 위치한 카이카로에서는 게이샤들의 공연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서 가업을 이어 5대째 게이샤로 활동하고 있는 하나코씨를 만났다. 금박으로 둘러싸인 방 역시 시선을 뗄 수 없게 한다. 직접 부채를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고, 궁중에서 신에게 바치는 음식이었던 고급 간식, 말차와 화과자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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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카가야 료칸 일본 여행 신문사에서 주최하는 ‘프로가 선정하는 일본의 호텔, 료칸 100선’ 종합 부문에서 32년간 연속으로 종합 1위를 차지한 카가야 료칸이다. 노천탕, 대욕탕 등의 시설이 완비돼 있으며 탕 안에서 눈앞에 펼쳐진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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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벽으로 유명한 다테야마 알펜루트
도야마 남동쪽에 위치한 높이 3,015m의 다테야마는 후지 산, 하쿠 산과 함께 일본 3대 영산으로 꼽힌다. 이곳의 고산 풍경이 유럽 알프스를 닮았다고 해서 일본의 알프스, 알펜루트라 불린다.

둘째 날. 불과 하루 차이로 다시 겨울을 맞았다. 견고하고 장대한 설벽을 자랑하는 일본 도야마 현의 다테야마 알펜루트에 올랐기 때문이다. 눈앞에 펼쳐졌지만 믿을 수 없는 설벽의 경이로움을 기록하고자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그러나 높이가 20m는 족히 돼 보이는 설벽이 만들어지는 원리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겨우내 쌓인 눈으로 인해 쉽게 접근할 수 없었던 산간 도로에 GPS를 이용해 길을 찾고 그 길 위에 쌓인 눈을 불도저로 깎아 들어가면 형성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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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호설지대인 다테야마의 적설 깊이는 평균 7m. 폭설이 잦은 11월부터 4월 초까지는 출입을 제한한다. 때문에 다른 산들이 분주하게 꽃단장을 하는 4월 중순이 돼야 관광객들을 맞이할 수 있다. 봄이라고 해도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므로 옷을 단단히 챙겨 입고 가야 한다. 안타깝게도 이와 같은 절경은 6월 초까지만 감상할 수 있다. 눈 녹은 다테야마는 여름에는 청량함으로, 가을에는 알록달록 물든 단풍으로 또 다른 매력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험한 산세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테야마 역에서 오오기사와까지 대자연의 여정을 케이블카와 고원 버스 등을 이용해 편리하게 즐길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다테야마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구로베 협곡이다. 일본에서 제일 깊은 협곡인 구로베 협곡은 울창한 산림에 둘러싸여 수천여 개의 골짜기가 형성돼 있다. 거친 협곡 사이를 장난감 기차처럼 생긴 토로코 열차를 타고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토로코 열차는 댐 건설을 위해 만든 철로를 관광용으로 개조한 것으로 종착역까지 약 1시간 20분 동안 협곡을 따라 크고 작은 41개 터널과 22개 다리를 통과하며 절경을 감상하게 된다. 참고로 알펜루트는 총 86km 길이의 산악 루트다.

Tip
1·2 산, 바다, 그리고 풍요로운 평야로 둘러싸인 이시카와 현은 식재료가 풍부해 1년 내내 산해진미를 맛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가 가이세키 요리는 아카사카, 기온과 함께 일본 3 대 가이세키 요리 중 하나로 꼽힌다. 화려하고 우아한 칠기에 담겨 나온 음식들이 입맛을 돋우었다. 또 지부니로 대표되는 이시카와의 향토 요리는 담백했다. 3 게타타이샤. 이름을 풀이하면 ‘다수의 신들이 모인 신사’란 뜻이다. 인연을 이어주는 신사로 유명하다. 빽빽하게 걸려 있는 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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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지만 강렬하게 노토 반도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전원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노토 반도. 흙까지도 자상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따뜻하고 소박한 인정이 넘치는 곳이다. 8km 길이의 해안 사구를 감상하며 스릴 만점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지리하마, 기암괴석이 장관을 연출하는 노토 콘고, 1천여 개 논이 계단을 이루고 있는 센마이다 등 이곳에는 잔잔하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강렬함이 있다.

하산 후 자동차로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은 지리하마. 모래사장을 차로 달릴 수 있는 드라이브 코스인 이곳의 비밀은 고운 모래에 있다. 다른 모래와 비교해 4분의 1 정도로 고운 모래에 해수가 스며들어 차가 달릴 정도로 단단한 모래사장이 만들어진다고. 파도가 높은 겨울이나 밀물이 심할 때는 해안 도로를 오픈하지 않는다. 1년 열두 달 중 도로를 달릴 수 있는 날은 3개월 정도에 불과하다. 10년 전만 해도 야구 경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넓은 도로가 형성돼 있었지만 환경오염으로 그 폭이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 6km에 이르는 모래사장을 질주하다 출출함이 느껴진다면 해변가 포장마차에 들러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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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지마 아침시장을 둘러보며 맞이한 셋째 날. 일출과 동시에 일찌감치 자리를 잡은 부지런한 상인들의 선한 미소가 인상적이었다. 360m에 걸쳐 노점상 2백여 개가 펼쳐져 있다. 동해를 향해 비죽하게 튀어나온 노토 반도 지방은 예로부터 교통의 요충지로, 싱싱한 해산물과 채소가 많이 생산되는 곳이다. 시장에서는 갓 잡아 올린 생선과 조개, 채소, 산나물 등을 어부와 농부가 직접 가져와 판매한다. 남대문시장에서 봤음직한 일본 그릇들과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지갑을 열게 했다.

같은 바다여도 장소에 따라 그 매력이 다르게 느껴진다. 동해의 거친 파도로 만들어진 자연이 내린 조형물, 천연 동굴 간몬. 돌출한 암반에 뻥 뚫린 동굴 저편으로 끊임없이 일렁이는 파도가 보인다. 곶 정상에는 노송들이 무성하다. 자연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보여준다. 일본의 유명 추리소설 작가인 마쓰모토 세이초의 소설, 「제로의 초점」의 배경이 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석양이 특히 아름답다.

좁고 가파른 경사면에 작은 계단식 논들이 수없이 늘어선 센마이다. 2011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바다를 향해 펼쳐진 12,000㎢의 사면에 빼곡히 들어차 있는 기하학적인 모양에 한 번 놀라고, 그 수가 무려 1천 개에 달한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일일이 손으로 농사를 짓는다. 제일 작은 논의 크기는 신문지 반장 정도. 또 하나 흥미로운 사실은 수확이 끝난 후 가을이면 이곳에서 야외 결혼식이 열린다는 점이다. 매년 두 커플만이 선택받는다고 한다.

여정의 마지막을 장식한 아마하라시 해안. 만요집 「시부타니」의 노래로 만들어져 불린 곳으로 백사청송의 경관을 자랑한다. 일본의 아름다운 물가 100선 중 하나로도 선정됐다. 흐릿하게 보이는 눈(目) 앞의 눈(雪) 덮인 산은 바로 전날 올랐던 다테야마다.

ⓒJNTO

■글&사진 / 김지윤 기자 ■취재 협조 / 일본 관광청&일본정부관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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