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는 휴식 같은 산행 가평 호명산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리는 산이라는 뜻의 호명산, 높진 않지만 깊다. 예전이라면 참말이지 어디선가 불현듯 호랑이가 나타날 법도 하다. 걷는 내내 깊은 숲을 만날 수 있는 산이다. 질주하듯 빠른 걸음으로는 3~4시간에도 오르내릴 수 있지만, 쉬엄쉬엄 놀며 쉬며 가면 5~6시간 정도 걸린다.

마음을 다독이는 힐링 트래블
해발 632m의 호명산 정상. 이곳부터 호명호수까지는 능선을 타고 간다. 정상에서 호수까지는 약 3km의 부드러운 능선길이다. 걷다 보면 시나브로 호수에 닿는다. 호명산 위로 드러난 호명호수는 인공 호수다. 산 위의 호수라니 이색적이다.
호명호수에서 상천역으로 내려가는 길은 원시림에 가까울 정도로 거침없는 숲이다. 나무마다 넝쿨이 엉겨 있어 자연 본래의 기운이 흐르고 다듬지 않은 숲은 야생미가 넘친다. 옆으로 흐르는 계곡 역시 자연의 모습 그대로다. 울창한 숲을 지나고 산행이 막바지로 접어들면 난데없이 아름드리 잣나무 숲이 펼쳐진다. 500m가 넘는 길 전체가 잣나무 천지다. 오후의 햇살이 대부분 지고 엷은 볕이 아직 남아 있는 잣나무 숲은 한 편의 꿈처럼 아련하다. 배병우 작가의 소나무 사진들이 생각나는 그림 같은 장소다. 저절로 사색이 피어오른다. 사람이 없으니 더 호젓하다. 진한 향기의 숲에서 오롯한 휴식을 맛본다.
Tip 호명산 산행 루트(12km) 청평역-징검다리-약수터-전망대-호명산 정상-기차봉-호명호수-잣나무숲길-상천역
가평 올레길 남이섬, 자라섬, 청평호, 호명산 등 볼거리 많은 가평군을 한 바퀴 휘도는 걷기 코스다. 주 코스 6개에 부속 코스 4개를 합해 총 10개 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총 길이는 128km이다. 등산로, 수목원, 농·산촌 마을길, 시가지길, 섬길, 하천길 등을 두루 포함해 다채로운 코스를 체험할 수 있다.
대중교통 ITX 청춘열차를 타고 가평역에 내려서 다시 경춘선 청평역으로 간다. 혹은 지하철 7호선 상봉역이나 중앙선 망우역에서 경춘선 전철을 타고 청평역 2번 출구에 내린다. 청평역에서 청명유원지를 통과해 징검다리를 건너면 호명산 들머리가 나온다.
숲은 치유다 경북 영양 대티골
영양은 청송, 봉화, 울진, 영덕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깊은 산자락과 골짜기가 어우러진 때문인지 영양에는 걷기 좋은 길도 많다. 버선을 닮았다 해서 외씨버선길이라 이름 붙인 도보길은 청송, 영양, 봉화, 영월을 이으며 170km나 뻗어 있고, 태백의 매봉산에서 부산 다대포의 몰운대까지 한반도의 등뼈를 이루며 장장 약 400km를 달려 나가는 낙동정맥 등산로도 영양을 통과해 다시 길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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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비로소 그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때는 자연과 함께할 때다. 자작나무가 껍질을 벗듯, 번데기가 껍질을 벗듯, 사람도 한 꺼풀 가식을 벗고 순순한 얼굴로 햇빛을 쬐는 때는 아마도 자연 속에 폭 파묻히듯 안기는 때가 아닐까.
‘아름다운 숲’이 만들어놓은 길은 전혀 힘들이지 않아도 되는 길이다. 갈 때는 금강송이 가로수처럼 길을 따라 마중하는 넓고 큰 숲길을 걷고, 올 때는 계곡을 따라 한여름에도 낙엽이 잔뜩 쌓인 작은 오솔길을 걸어 내려온다. 낙엽이 쌓인 길은 맨발로 걸어도 좋다. 오래된 숲의 맛을 경험하는 순간이다. 발에 닿은 낙엽은 연신 보스락보스락 소리를 내고, 필자는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 더 느긋하게 걷는다.
Tip 자연치유 생태마을 대티골 일월산 아랫자락에 자리한 자연치유 생태마을로 고요한 휴식과 무공해 농산물로 만든 음식을 제공해 지친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대티골에 머물면 따로 이동하지 않아도 아침저녁으로 ‘아름다운 숲길’을 걷기에 좋다. 황토방은 홈페이지나 전화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문의 054-682-7903, www.daetigol.com
대중교통 서울 동서울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하루 5회 영양 가는 버스가 있다. 첫차는 오전 8시 20분, 막차는 오후 4시 10분으로 약 2시간 간격으로 운행한다. 영양까지 5시간 정도 걸린다. 서울에서 영양까지 바로 가는 버스가 많지 않으므로 안동에서 갈아타는 방법을 추천한다. 서울에서 안동까지는 약 3시간이 걸리고 오전 6시 35분부터 오후 11시까지 하루 26회 차가 있다. 안동에서 영양 가는 버스도 30분~1시간 간격으로 있으며 1시간 20분 소요된다.
중앙선 완행열차 타고 느리게, 느리게 군위군 화본역
하루에 단 여섯 번 기차가 정차하는 역이 있다. 이름도 생소한 화본역. 화본역이 있는 경북 군위군도 생소하기는 마찬가지다. 청량리행 열차 한 번, 강릉행 열차 두 번, 이렇게 상행 3회와 부전행(부산) 열차 한 번, 동대구행 열차 두 번, 이렇게 하행 3회의 열차가 화본역에 잠시 멈추어 섰다가 다시 제 갈 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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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에서 화본으로 가는 열차는 하루에 딱 한 번, 오전 8시 25분에 있다. 오전 8시 30분경에 탄 열차는 오후 12시 40분이 되면 여행자를 화본역에 살포시 내려준다. 내리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더 고즈넉한 시골 역. 1936년에 지어진 작은 화본역사는 아담하고 다정하다. 난로가 놓인 대합실과 철길을 그대로 넘어 기차를 탈 수 있는 얼마 남지 않은 기차역이다. 옛날 증기기관차가 다니던 시절, 기차에 물을 댈 때 사용하던 급수탑도 높다랗게 그 위용을 자랑하고 서 있다. 애니메이션 ‘라푼젤’이 떠오르는 풍경이다. 승강장 옆으로는 폐차한 기차를 이용해 만든 레일 카페도 있다. 차 한 잔 마시며 기차에서 못다 한 낭만을 마저 누려보는 공간이다. 화본역 옆에는 작은 마을도 있다. 역과 마을이 붙어 있다. 마을의 어느 집에서나 열차가 오고 가는 소리가 들린다. 옛 일본식 가옥을 그대로 살려놓은 관사에서 하룻밤을 청해도 좋다. 옛 역무원들의 관사를 지금은 리모델링해 여행자들을 위한 숙박시설로 활용하고 있다. 다다미방에 누워 있으면 한밤중에도 역사의 안내 방송과 기차 지나는 소리가 먼발치로 들려온다. 방 안에 누워서 듣는 기차 소리가 꽤 이색적이다.
Tip 군위군 문화관광과 054-380-6915 화본역 054-382-7788
대중교통 서울에서 화본까지 바로 가는 기차가 오전 8시 25분에 하루 1회 있다. 영주나 안동에서 갈아타고 올 경우 하루 2대의 기차가 더 있다. 영주에서는 오전 9시 24분, 오후 12시 20분, 안동에서는 오전 10시 25분, 오후 1시 14분.
천년왕국 추억하며 숨은 보물찾기 경주 남산
경주 시내 남쪽에 위치한 남산은 서울 남산과는 같은 이름, 전혀 다른 모습의 산이다. 서울 남산이 조선왕조 5백 년의 산이었다면 경주 남산은 통일신라 1천 년의 산이다. 남산에는 신라의 역사를 관통하는 다양한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다. 1백50여 개의 절터, 90여 구의 불상 그리고 98여 기의 탑이 산중에 굽이굽이 펼쳐진다. 산속에서 만나는 무수한 신라의 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마음도 슬며시 발걸음 따라 1천3백여 년 전 그때의 신라 서라벌로 옮겨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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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릉골 코스의 첫걸음은 배동 석조여래삼존불입상에서 시작한다. 계곡을 따라 오르다 보면 마치 회화를 그려놓은 듯 넓은 바위 위에 새겨진 불상, 삼릉계곡 선각육존불을 만난다.
산중 깊숙이 들어앉은 옛 시대의 유물을 보며 시대와 역사의 흐름이란 얼마나 아련하고도 무상한 것인가 생각하게 된다. 꿈같은 옛날이야기를 들으며 과거와 현재가 슬며시 교차됨을 느낀다. 과거를 돌아보며 불현듯 지금을 살아가는 새로운 시선 하나를 얻는다. 역사에서 오늘을 배운다. 과거의 길을 걸으며 내일의 갈 길을 본다.
남산 답사 코스는 삼릉골 코스 외에도 동남산, 서남산, 남남산 코스 등으로 다양하다. 또 경주남산연구소에서는 매월 보름 직전 토요일에 남산달빛기행을 운영한다. 저녁 7시쯤 시작해 밤 11시 30분까지 진행된다. 답사는 주로 주말에 진행되지만 여름방학 기간에는 주중에도 매일 운영한다. 모든 답사 참가비는 무료이며 전문 해설가가 동반해 안내한다. 참가 신청은 (사)경주남산연구소 홈페이지(www.kjnamsan.org)에서 할 수 있다.
Tip 문화재청과 지자체가 후원하는 사회적 기업인 사단법인 신라문화원에서는 경주에서 고택 체험을 할 수 있는 다섯 곳의 한옥을 소개한다. 월암재, 도봉서당, 종오정, 독락당, 서악서원 등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서악서원은 경북 기념물 제19호로 김유신, 설총, 최치원을 모시는 서원이면서도 현재 고택 숙박 체험 시설로 쓰인다. 1563년에 지어졌으며 문화공간으로도 활용 가능한 마당 넓은 고택이다. 고속버스터미널에서 택시 이용시 요금은 4천원가량이며 숙박비는 방 하나에 평일 4만원부터 주말 12만원까지 다양하다. 서악서원 054-775-1950, www.경주고택.kr 경주남산연구소 경주시 태종로 711번길 15, 054-777-7142
대중교통 KTX를 타면 서울에서 신경주역까지 약 2시간 소요된다. KTX 신경주역에 내려 50, 51, 60, 61번 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온다. KTX 신경주역에서 시내까지는 30~40분 소요된다. 일반 기차는 새마을호가 하루 2회, 오전 9시 40분, 오후 4시 5분에 서울역에서 서경주역까지 가며 4시간 40분~5시간 정도 걸린다. 시내에서는 시내버스 500, 505, 506, 507, 508번을 타고 남산길 초입인 삼릉골로 간다.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이나 동서울터미널에서 경주 가는 버스를 타면 4시간~4시간 30분 소요된다. 버스터미널은 시내 중심에 있어 유적지 왕래가 편하다.
뚝방길 걸으며 삶을 배운다
구례 섬진강 뚝방길 걷기
섬진강을 옆에 끼고 둔덕을 걷는 섬진강 뚝방길에서는 지리산과 섬진강 품에 안겨 걷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일이란 없다. 실은 그래서 좋다. 복잡했던 머리와 혼란했던 마음이 이 별스럽지 않은 한적한 풍경을 만나 고요해진다.
섬진강 뚝방길을 걷기에는 구례가 제격이다. 뚝방길은 작은 천변으로도 여러 갈래가 있지만 하동과 이어진 섬진강의 큰 줄기를 따라 걷는다면 토지면소재지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섬진강에서 잡은 다슬기로 탕을 만드는 식당도 몇 개 있으니 다슬기탕 한 그릇 먹고 뚝방길 걷기를 시작해도 좋겠다. 아무리 모든 것이 변했다고 해도 아직 시골의 시간은 느리다. 도시보다는 한결 천천히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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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터미널이나 구례구역에서 6km 정도 떨어진 곳에 구례 여행 목록에서 빠지지 않는 사성암도 있다. 절벽 위에 세워진 아슬아슬한 암자 사성암은 셔틀버스를 타고 가볼 수 있다. 사성암은 의상대사, 원효대사, 도선국사, 진각선사 4명의 고승이 수도를 했던 곳으로 오산 정상에 위치한다. 구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으로 유명하며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위태롭게 지어진 암자의 모습이 신기하고 영험해 구례에 온 여행자들이 꼭 한 번은 들러보는 곳이다. 노고단 운해나 섬진강 벚꽃길, 피아골 단풍과 같이 구례 10경에도 포함되는 명소다.
Tip 구례군 여행 안내 061-780-2450 사성암 전남 구례군 문척면 사성암길 303, 061-781-4544
대중교통 서울 남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면 3시간 정도 걸린다. 하루 7회 운행. 서울 용산역에서 기차를 타면 구례구역까지 4시간 30분~5시간 10분 정도 걸린다. 버스와 기차 둘 다 띄엄띄엄 있으므로 시간이나 취향에 맞는 교통수단을 선택하면 된다.
언젠가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살 만한 둔덕
홍천 살둔마을
사람들 드문 곳으로 어디라도 숨어들고 싶을 때는 홍천의 깊은 마을로 들어간다. 마을 이름이 ‘살 만한 둔덕’, 즉 ‘살둔’이다. 홍천 시내에서 살둔마을로 가는 길은 1990년대 초에 뚫린 길이다. 해발 1,500m가 넘는 산들로 둘러싸인 살둔은 「정감록」에 숨어 살기 좋은 곳으로도 이름을 올렸을 만큼 깊다. 속력을 내려고 해도 낼 수도 없고, 내서도 안 되는 길 앞에서 스스로는 줄이지 못했던 인생길의 속도가 슬며시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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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지는 못하더라도 살둔에 머물 수 있는 방법은 꽤 여러 가지다. 폐교를 활용해 만든 생둔분교캠핑장에서 하루를 보내는 캠핑은 자연 속에 오롯이 묻혀 주말을 보내기에 더없이 좋은 방법이다. 캠핑장 옆으로는 살둔계곡이 흐른다. 사이트 구획이 명확한 다른 캠핑장에 비해 생둔분교캠핑장의 매력은 무엇보다 자연스러움에 있다. 학교 운동장과 계곡 주변으로 원하는 곳에 텐트를 치면 되는데 내 자리, 네 자리가 따로 없다. 적당한 선에서 거리를 두고 자유롭게 머문다. 하루 이용료는 텐트 1동당 평일엔 2만5천원, 주말과 성수기엔 3만원이다. 운동장과 계곡 옆을 합쳐 총 30동 정도의 텐트를 칠 수 있는 생둔분교캠핑장은 살둔마을에서 공동으로 운영한다. 수익금도 마을의 공동 기금이 된다.
옆에 펜션 5동도 함께 운영하고 있어 캠핑이 번거로운 사람들이나 겨울에 머물면 좋다. 삼나무로 지어져 실내에 앉아 있어도 짙은 나무 냄새를 맡으며 자연에 안긴 듯 쉴 수 있다. 여름엔 펜션에 머무는 여행객에게 특별히 캠핑 사이트 한 동도 무료로 대여해준다. 마을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살둔마을 민박도 취향에 맞게 예약할 수 있다.
Tip 살둔마을 강원 홍천군 내면 율전리 18, 033-434-3798, saldun.invil.org
생둔분교캠핑장 강원 홍천군 내면 내린천로 638
대중교통 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홍천 가는 버스는 자주 있지만 홍천터미널에서 내면으로 가는 버스는 하루에 7, 8회밖에 없으니 시간을 잘 계산해야 버스를 놓치지 않는다(홍천터미널→내면: 오전 6시 45분, 오전 7시 10분, 오전 8시, 오전 9시 45분, 정오, 오후 1시, 오후 2시, 오후 4시 40분, 오후 6시 40분). 하지만 내면에서 다시 살둔마을까지 가는 15km 정도는 아예 교통편이 없어 사실상 대중교통으로 살둔마을까지 접근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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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공산성 성곽길 걷기&템플스테이
공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계룡산이다. 예로부터 신령한 기운이 서려 있는 곳으로 잘 알려졌다. 그런 장소들은 사색하기 좋은 고요하고 평안한 곳으로도 통한다. 걷다 보면 삶의 온갖 소용돌이 속에 들떠 있던 기운이 차분히 내려앉고 더불어 산과 숲에서 오는 좋은 기운을 받는다.
공주는 무엇보다 번잡하지 않아 좋다. 공주의 여러 장소들은 그 무명에 비해 가볼 만한 곳이 많다. 백제 때는 웅진성이라 불렸던 공산성은 64년간 백제의 왕성이었다. 공산성은 해발 110m로 금강과 공주 시내를 굽어보며 서 있다. 성의 길이는 2,660m로 한 바퀴 휘돌아 걷기에도 좋은 코스다. 깃발 펄럭이는 성곽을 따라 걸으며 공주 시내와 금강을 한눈에 내려다보면 그 풍경처럼 마음도 탁 트인다.
태화산 자락의 마곡사에서 템플스테이를 할 수도 있어 명상과 고요를 즐기며 머물 수 있다. 마곡사의 템플스테이는 꽤 체계적으로 진행된다. 휴식형과 체험형으로 나뉘어 있어 여행자의 취향을 존중한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상을 돌아보고 삶을 다시 단단히 붙들어 앉히고 싶다면 휴식형이 좋겠다. 절 뒤의 솔바람길을 걷고 차 한 잔 마시며 여유를 가질 수 있다. 혹은 불교가 궁금하고 절에서 행해지는 이런저런 의식을 경험해보고 싶다면 체험형을 택하면 된다.
공주에서는 마곡사 외에도 갑사, 불교문화원에서 템플스테이를 경험할 수 있다. 마곡사 뒷산의 솔바람길 걷기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도 포함돼 있다. 솔바람길은 3개 코스로 나뉘어 있는데 부담 없이 걷기에는 1코스 백범명상길이 좋다. 거리는 3km이고 1시간 정도 걷기에 무난하다. 마곡사에서 출발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순환 코스다. 백범 선생이 일본군 장교를 살해한 후 마곡사(당시 백련암)에 은거하며 수도 생활을 했던 것을 기리기 위해 백범명상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코스 중간에 백범 선생이 머물던 집터와 삭발터도 만날 수 있다. 초입의 경사길만 오르고 나면 소나무 가득한 숲길은 아늑하고 포근하다.
Tip 템플스테이 체험비 휴식형(월~금요일) 3만~4만원/체험형(토·일요일) 5만~6만원
충남 공주시 사곡면 운암리 567, 041-841-6226, www.magoksa.or.kr
대중교통 서울 고속버스터미널과 남부시외버스터미널 경부선에서 20~40분 간격으로 공주로 가는 버스가 있다. 동서울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1시간 간격으로 버스가 있다. 공산성은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걸어갈 수 있고, 마곡사는 공주 버스터미널에서 770번 버스를 타면 40분 정도 걸린다.
내 몸과 정신 바로 알아차리기
천안 호두마을 위빠사나 명상센터
프랑스 보르도에 틱낫한 스님이 세운 수행 공동체 플럼빌리지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천안 광덕리에 호두마을이 있다. 호두마을은 마을 이름이 아니라 위빠사나 명상센터의 명칭이다. 위빠사나란 부처님이 살아생전 쓰던 언어인 빠알리어로 ‘여러 가지로’와 ‘봄’의 합성어다. 수행의 대상을 여러 가지로 볼 수 있는 지혜라는 뜻이다. 위빠사나를 중심으로 수행을 행하는 이곳은 세상의 번잡한 물결로부터 벗어난 듯 한결 고요하고 평화롭다. 위빠사나 수행이 부처가 설법했던 수행인 만큼 불교적 색채를 띠는 것도 사실이지만 명상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종교에 관계없이 누구나 거부감 없이 참여할 수 있다.

마음을 다독이는 힐링 트래블
세상의 온갖 괴로움을 피해 명상의 시간을 갖고자 시시때때로 이곳을 찾는 전국 각지의 사람들. 짧게는 하루, 길게는 서너 달씩 이곳에 머무는 사람들은 호두마을에 있는 동안만큼은 자신의 모든 시간을 오로지 명상과 수행하는 데 전념한다. 그야말로 아침 먹고 명상, 점심 먹고 수행인 것. 눈 감으면 자고 눈 뜨는 순간부터 모든 행동과 그 알아차림이 바로 수행이 되는 것이다. 방은 1인 1실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묵언하기에도 어렵지 않고 수행하는 데 별다른 방해를 받지 않을 수 있어 좋다. 마치 선방에 들어가 ‘안거’하는 스님처럼 그렇게 욕실이 딸린 작은 방에서 혼자만의 명상과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세상 살아가면서 자신에게 오롯이 내 시간을 내어주기 벅찬 현대인의 삶에 그나마 시간을 할애해보는 공간이다. 내 몸과 마음에 가느다랗지만 작은 등불을 비추는 시간이다.
Tip 호두마을 충남 천안시 광덕면 광덕리 286-2 수행 참여비 1일 3만원(당일 수행 3만원, 1박 2일 6만원. 수행 가르침 외에 모든 숙식 포함) 문의 041-567-2841, www.vmcwv.org
대중교통 서울 고속버스터미널과 남부시외버스터미널, 동서울시외버스터미널에서 고속버스를 타거나 서울역 혹은 용산역에서 기차를 탈 수도 있고 혹은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천안역에서 내려도 된다. 버스터미널 혹은 천안역 동부광장 앞 정류장(1번 출구로 나와 우회전)에서 광덕사행 시내버스 600, 601번(배차 간격 30분)을 타고 광덕4리에서 하차 후 이정표 따라 마을길 도보 30분.
profile 글쓴이 이송이는…
신문·잡지 등에서 여행기자로 일하다 현재는 프리랜서 여행작가로 활동 중이다. 전국 방방곡곡은 물론 전 세계를 내 집처럼, 지붕 없는 삶을 산다. 「지리산 둘레길, 사람과 풍경이 만나는 곳」, 「여자 서른 산이 필요해」, 「길 위의 내 집, 게스트하우스123」 등을 썼다.
가평 호명산
경북 영양 대티골
■기획 / 노정연 기자 ■글&사진 / 이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