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곳,  日 돗토리 여행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곳, 日 돗토리 여행

ㆍ자연 속에 내려놓자 비로소 보이는 것들

가까운 만큼 잘 알고 있는 나라라고 생각했던 일본이지만 돗토리라는 지역은 정말 생소했다. “돗토리? 거기가 어딘데?”라고 반문했을 정도니까. 돗토리에 다녀온 지금은 누군가 내게 같은 질문을 한다면 “나 믿고, 일단 한 번 가보라니까!”라고 패기 넘치는 대답을 할 것이다. 시티 투어족인 기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곳, 자연 속 힐링&감성 충전 여행지 돗토리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어서 와~. 돗토리는 처음이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일본 해안 100선 중 하나인 우라도메 해안. 오랜 시간에 걸쳐 파도가 만든 천연 동굴과 특이한 모양의 바위가 장관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일본 해안 100선 중 하나인 우라도메 해안. 오랜 시간에 걸쳐 파도가 만든 천연 동굴과 특이한 모양의 바위가 장관이다.

고백하건대 돗토리를 다녀오기 전 기자가 생각하는 일본 여행 이미지는 대표적인 관광지를 둘러보고 쇼핑을 하며 맛있는 음식을 먹는 시티 투어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지금까지 다녀온 곳이 도쿄, 오사카, 교토, 고베 같은 도시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고베의 어느 료칸에서 노천 온천을 즐긴 것이 이색적이긴 했지만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일본은 그저 주말을 이용해 부담 없이 해외여행 느낌을 내기 좋은 여행지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인천공항에서 1시간 10분이면 도착할 정도로 도쿄보다 더 가까운, 일본 혼슈 남서부 동해에 면하는 돗토리 현의 중심 도시 돗토리 시에서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일본의 모습은 물론 자연과 하나 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잘 갖춰진 세련된 도시의 모습이 아닌 돗토리는 일본에서 유일하게 스타벅스가 없을 정도로 대도시는 아니지만 자연이 주는 즐거움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시계와 휴대전화 없이 자연이 이끄는 대로 저절로 따라가게 되는 여행은 오직 돗토리에서만 즐길 수 있다. 자연 속에 동화되면 몸과 마음이 힐링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바쁜 일상 속에 잊힌 감성까지 살아나는 건 시간문제다.

2 샤워 클라이밍의 클라이맥스는 바로 높은 바위에서 차가운 계곡물로 떨어지는 다이빙! 3 고요하고 깊은 산속에 위치한 산노 계곡에서 샤워 클라이밍을 즐길 수 있다. 4 노 젓는 방법만 배우면 바로 우라도메 해안에서 카약을 탈 수 있다.

스트레스 확 날려주는 익사이팅 레포츠
평소 스포츠와는 거리가 먼 기자는 여행 전 일정을 점검하면서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발길 닿는 대로 타박타박 걸으며 이곳저곳을 구경하는 여행을 즐기는 편이라 샤워 클라이밍, 바다 카약 등 레포츠 체험이 내키지 않았던 것. 더구나 샤워 클라이밍은 용어 자체부터 생소해 두려운 마음도 앞섰다. 하지만 이런 걱정과 불안은 체험을 마치고 난 뒤 말끔히 사라졌다.

요즘 유럽에서 유행하고 있는 샤워 클라이밍은 웨트슈트, 헬멧, 라이프 재킷을 입고 계곡 하류에서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는 계곡 등반 레포츠다. 돗토리 시 중심부에서 차로 약 50분 거리에 위치한 마을인 사지초의 단포리소 산노 계곡에 자리한 자연 체험 캠핑장에서 이를 즐길 수 있다. 물살을 거스르며 올라가다 보면 온몸에 땀이 흐르지만 시원한 계곡물에 한 번 들어갔다 나오면 바로 식힐 수 있어 여름 레포츠로 안성맞춤. 특히 산노 폭포 코스 끝에 나오는 다이빙 코스는 샤워 클라이밍만의 매력이다. 울창한 숲에 둘러싸인 3~5m 높이의 바위가 서너 개 있는데, 이 천연 다이빙대에서 깨끗하고 차가운 계곡물에 몸을 맡기는 순간 온몸에 짜릿한 전율을 느낄 수 있다.

레포츠 외에 계곡에서 직접 잡은 곤들메기를 꼬치에 끼워 훈제하고 산에서 채취한 벌꿀로 드레싱한 하치노코 요리 등 오직 야생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와 더불어 캠핑까지 할 수 있으니 온 가족이 여름을 만끽하기에 최적의 장소인 셈이다. 대자연 속에서 몸과 마음을 동시에 리프레시하고 싶다면 돗토리 여행에 단포리소 일정을 반드시 추가해야 한다. 샤워 클라이밍은 NPO법인 이나바의 산과마을(81-90-9614-0019, tottori-saji.cocolog-nifty.com/blog)을 통해 미리 예약할 것.

1 유명한 모래 조각가들이 만든 섬세하고 압도적인 존재감의 모래 조각상을 감상할 수 있는 모래미술관. 2 돗토리 사구의 명물 낙타. 낙타 옆에 서서 촬영하면 1백 엔, 낙타 위에 올라타서 촬영하면 500엔, 낙타를 타고 사구를 돌아다니며 촬영하는 건 1인용 1천3백 엔, 2인용 2천5백 엔이다. 3 초속 5, 6m 정도의 바람이 불면 나타나는 신비로운 모래 예술. 돗토리 사구를 대표하는 절경 중 하나다.

계곡에서 샤워 클라이밍을 했다면 이제 바다로 가보자. 깊은 바닷속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투명한 우라도메 해안은 파도에 침식되면서 만들어진 바다 동굴과 바위가 곳곳에 있어 카약을 타고 망망대해를 경험할 수 있다. 노 젓는 법만 알면 초등학교 3학년부터 즐길 수 있고 가이드와 함께 동승할 수도 있어 안전하다. 바위 사이와 동굴을 헤집고 다니다 보면 마치 탐험을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동굴 암벽에 붙어 있는 미역, 거북손을 비롯해 맑은 바닷물 속에서 헤엄치고 있는 물고기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오타니 부두에서 출발하는 산인 마쓰시마 유람선을 타거나 바닥이 투명한 카누를 타고 에메랄드빛 바닷속을 들여다보는 것도 우라도메 해안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다. 카누와 카약 체험은 어른 5천 엔, 어린이 3천 엔이며 이와미초리쓰나기사 교류관에서 예약하면 된다.

계곡와 바다를 느낀 뒤 발걸음을 옮긴 곳은 바로 돗토리 사구(砂丘)이다. 10만 년의 시간과 파도, 바람의 힘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모래 왕국은 동서 16km, 남북 2.4km 크기의 자연 예술품이다. 주고쿠 산지의 화강암이 풍화해 강으로 흘러내려온 뒤 해안에 쌓인 것으로 1955년에 천연 기념물로 지정됐다. 돗토리 시가 자랑하는 자연 관광 명소인 사구는 마치 사막에 온 듯한 이국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돗토리 사구에서는 신발은 벗어버리고 매우 고운 모래 입자를 발바닥으로 느끼며 어린아이처럼 마음껏 뛰고 온몸으로 굴러보기를 추천한다. 경사를 타고 내려오는 천연 모래 미끄럼틀을 비롯해 패러글라이딩, 낙타 타기 등은 돗토리 사구만의 이색 체험이므로 놓치지 말 것. 한여름에는 달걀이 익을 정도로 뜨겁기 때문에 계절과 시간을 잘 맞추는 게 사구 체험의 포인트다.

사구와 10분 거리에 위치한 ‘모래미술관’ 역시 놓칠 수 없다. 거대한 크기의 입체적인 모래 조각상을 감상할 수 있는데, 기간별로 테마가 다르다. 2014년은 러시아를 주제로 한 ‘대국의 역사와 예술의 도시를 찾아서’를 전시하고 있으며, 2015년 1월 4일까지 계속된다. 미술관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7~8m를 훌쩍 넘는 작품의 크기와 인물의 표정까지 살아 숨 쉬는 정교함에 압도될 수밖에 없었다. 오직 모래와 물로만 만든 모래 조각의 수명은 1년 정도. 완성된 순간부터 조금씩 흘러내려 어느 순간 모래 본 모습으로 돌아가는 자연의 신비 또한 모래 조각상 속에 녹아 있다. 관람료는 어른 6백 엔, 학생 3백 엔으로 부담 없다.

Tip 돗토리, 어떻게 갈까?
일본 43개 현 중 인구가 가장 적은 돗토리 현에 속해 있는 돗토리 시에 가려면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해야 한다. 인천공항에서 요나고 공항까지 1주일에 총 3회(화, 금, 일) 취항하므로 취항 날짜에 맞게 여행 일정을 계획할 것. 요나고 공항에서 돗토리 시 중심까지 리무진 버스를 타고 이동하며 2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것을 감안해 여유롭게 일정을 잡는 게 좋다. 또 동해항에서 출발하는 DBS크루즈 페리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는데 15시간 정도 소요된다. 돗토리 시는 오사카가 있는 간사이 지역에서 차로 3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있으므로 이곳을 거치는 것도 한 방법이다.

1 일본에서 일곱 번째로 큰 103cm 반사 망원경. 날씨가 맑은 밤에는 ‘별하늘 관측회’가 열린다. 2 일본 전통 다다미식 목조건물에 망원경을 설치한 펜션. 3 민박집 주인과 함께 차린 일본 가정식 저녁 밥상. 레스토랑에서 맛볼 수 없는 어머니의 손맛을 느낄 수 있다. 4 나무가 빽빽한 산촌, 사지초 마을에서 즐기는 시골 체험은 돗토리 여행만의 특권이다. 각 집마다 특색이 다르다.

고택과 천문대 펜션에서 감성 충전
돗토리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숙소는 깔끔하게 정돈된 호텔 대신 민박을 선택하기를 권한다. 현지에 지인이 있지 않고서야 여행객이 일반 가정집에 갈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지만 돗토리에서는 가능하다. 이 지역에서는 전형적인 시골 마을인 사지초의 1백 년 된 일본 전통 가옥에서 현지 주민들과 소통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리얼 로컬 체험을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농촌 체험과 비슷하지만 불편한 시골집을 생각하면 오산이다. 일본 전통 다다미식 주택이지만 욕실, 주방, 화장실 등을 요즘 스타일로 리모델링해 편리하고 깨끗하다. 집주인과 함께 초밥, 전통 떡 사사마키를 만들어 먹다 보면 일본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이 들 정도. 늦은 밤 깜깜한 하늘 아래 반짝이는 반딧불이를 본 뒤 다다미방에 누워 풀벌레 소리를 듣고 있자니 도심 호텔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일본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에 저절로 젖어들게 된다. 일본어를 모른다고 망설일 필요는 전혀 없다. 사람이 먹고 자는 데는 보디랭귀지와 눈치만 있으면 충분하다. 숙박과 식사가 포함된 요금은 1인 기준 1만 엔 정도. 홈페이지(5shi.join-us.jp)에서 예약은 필수다.

또 다른 방법으로 감성을 충전하고 싶다면 ‘사지 아스트로 파크 천문대’로 향하자. 별이 가장 밝게 빛나는 곳으로 유명한 사지 지역의 높은 산자락에 위치하고 있으며 최신 장비를 갖추고 있어 별자리를 관찰할 수 있다. 특히 메인 천체망원경은 일본에서 여덟 번째로 큰 크기. 직경 103cm의 전자동 반사 망원경으로 언제든 별을 감상할 수 있다. 또 별과 우주에 관한 다양한 전시와 영상을 볼 수 있어 초·중·고생의 현장 학습 장소로도 인기가 많다. 무엇보다 특별한 점은 전자동 천체망원경이 설치된 독채 펜션이 있어 별과 함께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는 것. 특히 천체망원경은 2층 다락에 있어 아지트 같은 분위기로 더욱 특별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다른 관람객이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천체 관측을 할 수 있는 점도 특징이다. 주방을 갖추고 있어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으며, 방이 넓어 여러 명이 함께 머물러도 전혀 불편하지 않을 듯하다. 이용 요금은 객실당 2만9천 엔. 최대 6명까지 추가 요금 없이 숙박할 수 있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온천
일본인들에게 유후인, 고베 지역만큼 유명한 온천 지역이 바로 돗토리다. 특히 돗토리 역에서 5분 정도 걸으면 도착할 수 있는 돗토리 온천은 일본에서도 드물게 번화가에 위치해 있다. 교외로 나가는 부담이 없어 현지인은 물론 다른 지역의 여행객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다. 약 1천 년 전에 발견된 요시오카 온천은 에도 시대에는 돗토리 번주가 직접 찾아왔을 정도로 역사가 깊다. 하마무라 온천은 물이 풍부한 온천 지대에 있는데 소박하고 따뜻함을 느낄 수 있으며, 근처에 바다가 있어 여름에는 해수욕이 가능하다. 성곽 도시에 있는 시카노 온천과 산인 지방에서 가장 오래된 이와이 온천은 일본의 옛 정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온천 명소로 유명하다. 몸과 마음에 쌓인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는 온천은 돗토리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묘미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곳,  日 돗토리 여행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곳, 日 돗토리 여행

Tip 외국인 여행객을 위한 1천 엔 택시
일본은 택시 요금이 비싸서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하지만 돗토리에서는 1천 엔으로 3시간 동안 마음껏 택시를 탈 수 있다. 택시 1대에 4명까지 탑승할 수 있으며 마음대로 코스를 정해 이동할 수 있는 것. 여행객 유치를 위해 돗토리 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택시 투어 프로그램이다.
마이스터라는 자격증을 소지한 택시 기사가 돗토리 시의 관광지를 안내하며, JR돗토리 역 내 돗토리 시 국제관광객 서포트 센터(0857-36-3767)를 통해 예약을 하거나 예약 없이 방문해도 바로 이용할 수 있다.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자원봉사자들이 상주하고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글&사진 / 박솔잎 기자 ■취재 협조&사진 제공 / 돗토리 시청 경제관광부, 일본관광신문(02-737-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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