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작심 조언 “무거운 게 없는 것보다 나아”

콩콩이는 여행 중

엄마의 작심 조언 “무거운 게 없는 것보다 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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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최적화된 아이 콩콩이와 엄마의 여행기가 벌써 12회를 넘겼다. 하늘을 장식한 대형 애드벌룬을 넋을 잃고 쳐다보던 ‘아기’가 어느덧 의젓한 꼬마 숙녀가 됐다. 그 시간만큼 모녀의 ‘여행력’도 한결 무르익었다. 이달은 콩콩이 모녀처럼 가족 여행을 꿈꾸는 독자를 위한 세세한 조언을 담았다.

[콩콩이는 여행 중]엄마의 작심 조언 “무거운 게 없는 것보다 나아”

[콩콩이는 여행 중]엄마의 작심 조언 “무거운 게 없는 것보다 나아”

아이와 함께 여행하기의 거의 모든 것은 짐 싸기, 여행 준비에 있다. 실제 여행하는 것보다 더욱 재미있다는 여행 준비에 아이가 동행한다는 단서가 붙으면 재미있지만은 않다. 아빠 없이 엄마와 단둘이 떠나는 여행 준비라면 설레는 그 느낌하고는 조금 거리가 생긴다. 아이를 데리고 여행한다는 것 자체가 애 고생, 부모 고생, 옆에 있는 사람 고생의 삼단 콤보 고생이라고들 한다. 아예 틀린 말은 아니다. 아이가 하나 딸리면 어느 하나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여행의 속도, 목적, 형태, 취향 같은 것은 모두 우선순위 두 번째 이후에 배치된다. 모든 것은 아이 위주로 재편된다.

한 손으로 아이 손을 잡았거나 아기띠, 유모차에 결박해두고 나머지 한 손으로 트렁크를 밀고 가는 엄마를 보면 사람들은 혀를 찬다. 특히 한국 사람에게서 발견되는 반응이기도 하다. 심지어는 그 상황에 관한 자신만의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나오면 모두 고생인데”, “기억도 하나 못할 걸 괜한 부모 욕심에…”, “나중에 봐봐요. 말짱 소용없지!”라는 말도 서슴지 않고 건넨다. 간혹 “부모 잘 만나 호강한다”라고 말하고 “고생한다”로 들리게 하는 말씀들도 하신다.

이때 아이 데리고 여행을 떠나는 엄마가 해야 하는 준비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수면으로 올라온다. 바로 오롯하고 굳은 내 마음가짐이다. 내 아이와 행복한, 아니 행복이라고 거창하게 갈 것도 없는 즐거운 한때를 생각하는 단단한 마음이 여행 준비의 절반이다. 고생처럼 보여도 내가 즐거우면 됐고, 실제로 고생한다 해도 그것조차 나의 엄마됨으로 피곤하지 않으면 끝이다.

아이를 데리고 하는 여행이 어려운 것은 아이에게 최적화된 일상의 환경을 벗어난다는 그 상황 때문이다. 그렇다면 단단히 준비하면 그만이다. 아이가 고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 그건 그 아이를 낳은 엄마가 제일 잘 안다. 집을 벗어나서 벌어지는 일이고, 때로 아무리 엄마가 준비를 철저히 해도 엄마가 직접 컨트롤할 수 없는 일이 생겨나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그것 역시 대비해서 챙겨가는 것이다.

[콩콩이는 여행 중]엄마의 작심 조언 “무거운 게 없는 것보다 나아”

[콩콩이는 여행 중]엄마의 작심 조언 “무거운 게 없는 것보다 나아”

여행 가방이 이삿짐이 되는 일이 허다하고 체크인 카운터에 가방을 올려놓으며 심장은 심하게 요동친다. 내 옷 하나 제대로 챙긴 것 없는데 30kg에 육박하는 트렁크를 보면 심란한 동시에 안심도 되는 것이 엄마와 아이의 여행이다. 아이의 월령에 맞는 먹고, 싸고, 자고, 노는 상황은 엄마가 제일 잘 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하면 그만. 어려울 것 하나 없다. 그리고 매우 고무적인 것은 아이가 자랄수록 준비는 수월해진다는 것이다. 물리적인 부피도 무게도 줄어든다.

황홀한 제안, 항공료 10%만 받습니다!
나를 비롯한 엄마들이 가장 심하게 흔들리는 유혹은 24개월 미만 장거리 여행 혜택이다. 오대양 육대주 그 어디라도 항공료 10%만 낸다는 것은 황홀하게까지 들린다. 그래서인지 공항에는 두 돌이 아직 안 된 아이들이 영유아 중에 가장 많이 보인다. 용기백배해 유럽까지 진출하는 부모들도 꽤 있는 듯하다. 예전에는 생각도 못할 시기, 백일이 갓 지난 아이들도 제주행 비행기에 자주 오르고, 서고 걷기 시작해 넓고 새로운 곳에 가면 직진 본능을 수행하는 돌 지난 아이들도 국제공항청사에 심심치 않게 보인다. 성수기 세부나 사이판 비행기 좌석의 2/3는 아이 동반-거의 아기띠나 유모차를 대동한-고객이고 괌, 하와이 비행기 안은 미취학 아동들의 캠프처럼 됐다. 그만큼 엄마들이 변했다. 아이에게 더 많이 보여주고 느끼고 누리게 하고, 부모도 그 속에서 함께 즐겁고 싶은 희망을 충족하는 중인 듯하다.

영유아 동반 여행은 그 처음이 어렵다. 그리고 그 처음이 중요하다. 첫 여행시 비행 시간 내내 울었다거나 여행지에서 먹지 않고 떼쓰고 아팠다면 아이가 좀 자랄 때까지 엄마들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여권을 서랍 속 깊숙이 넣어둔다. 그러나 아이가 잘해냈다면, 수월하게 비행을 했고 잘 먹고 잘 놀았다면, 설령 매우 힘든 과정이 사이사이 있었지만 여행지의 새로운 환경을 즐거워하며 해맑게 웃는 아이의 얼굴을 본 엄마들은 아이가 잠든 틈에 열심히 손품을 팔아가며 다음 여행을 기획하게 된다.

콩콩이는 6개월에 막 접어들었을 때 미국 뉴욕에 계신 증조할머니를 뵈러 가는 것으로 여권을 개시했다. 출장 많은 직업을 가졌기에 여행 짐은 아침 비행기라도 그날 꾸려가는 것이 아무렇지 않은 나였는데도 아이를 동반하는 여행에는 처음으로 리스트를 만들어두고 하나씩 지워가며 챙겼다. 모유 수유하는 아이라 먹는 것에 관해서는 오히려 짐이 가벼워야 했는데 기어 다니는 아이를 데리고 간다는 생각에 정말 이사라도 할 것처럼 짐을 꾸렸다.

접이식 욕조, 퍼즐 매트, 패브릭 부스터인 토트시트까지 가져갈 수 있는 건 다 가져갔다. 이 시기의 아이들이 욕조가 없는 곳에서 샤워만으로 씻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 그랬다간 한손으로는 들기 힘든 아이를 세면대에서 씻겨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어 가져갔던 접이식 욕조는 제 몫을 해냈다. 접으면 큰 트렁크 안에 들어가니 짐도 안 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미국이나 유럽의 호텔에서 카펫이 깔리지 않은 곳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 기어 다니는 아이라면 내려놓을 수도, 내려놓지 않을 수도 없다. 베이비크립을 주긴 하지만 이제 알 거 다 알아가는 아이가 그 안에만 있을 수도 없고, 있지도 않는다. 바닥에서 움직이게 해야 엄마도 편하고 애도 편하다. 정 없을 때는 이불을 내려 잠깐씩 바닥 생활을 할 수도 있지만 기어 다니기가 수월하지 않아 아이도 힘들어하고 엄마도 불편하다.

[콩콩이는 여행 중]엄마의 작심 조언 “무거운 게 없는 것보다 나아”

[콩콩이는 여행 중]엄마의 작심 조언 “무거운 게 없는 것보다 나아”

아이가 기어 다니는 시기라면 바닥이 어떤지 역시 숙소를 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부스터가 있으면 밥도 먹이기 쉽고 잠깐 놀기에도 좋다. 그런데 범보나 범보의자 형태의 부스터들은 정말 짐이다. 자동차를 렌트해 모두 싣고 다녀도 유모차와 범보가 함께 움직이는 여행은 불편하다. 임시방편으로 각종 의자에 고정해두는-묶어두는-패브릭 부스터를 가져갔는데, 콩콩이는 한두 번은 잘 있었지만 보이는 것 많고 만지고 싶은 것 많은 새로운 환경에서는 이마저도 최선의 선택은 아니었다.

분유를 먹는 아이들이라면 이 시기의 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게다가 먹던 분유, 먹던 젖꼭지, 먹던 온도로만 먹는 예민한 아이라면 그야말로 젖병세정제와 소독기까지 가져가야 한다. 그렇다면 이 가족의 경우는 레지던스가 답이다. 호텔 화장실에서 그 모든 걸 다 해결할 수는 없다. 예약시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요청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주방이 있는 곳이 편하다. 괜히 배앓이라도 하거나 변이라도 묽어지면 젖병에 관련된 모든 시간을 탓하게 되니 아예 집하고 똑같은 상황을 만드는 게 낫다. 그 정도가 아니라면 여행 몇 주 전부터 현지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액상 분유, 일회용 젖병에 달린 젖꼭지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좋다. 집을 나선 후부터 비행기 안, 도착 후 1박 정도만큼만 한국에서 준비해가고 나머지는 현지에서 사면 훨씬 편하다.

기저귀도 마찬가지다. 기저귀가 바뀌면 바로 발진이 생기는 아이라면 여행 기간 내 사용분을 모두 가져간다. 콩콩이는 기저귀 역시 예민한 아이가 아니었고 현지에서도 손쉽게 사서 쓸 수 있는 팸퍼스를 집에서도 몇 번 써보고 난 뒤 가서 바로 사려고 최소로 가져갔다가 ‘베이비저러스’에 아이에게 맞는 사이즈만 없어서 당황했었다. 기저귀가 똑 떨어지는 것만큼 엄마를 당황시키는 일은 없다. 콩콩이만큼 여행을 즐기는 아이의 친구는 기저귀에 매우 예민해서 바꾸면 바로 발진이 생기는데, 그 엄마는 진공 압축 팩을 이용해 부피를 최소화한다는 팁을 전해주기도 했다.

[콩콩이는 여행 중]엄마의 작심 조언 “무거운 게 없는 것보다 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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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나의 동반자
영원한 나의 동반자는 김 여사가 아니다. 콩콩이도 아니다. 유모차다. 뉴욕 여행 때부터 아기 때보다는 훨씬 좋은 조력자라는 것을 내 두 어깨로 확인했다. 차에 타고 내릴 때, 계단만 있는 곳을 만났을 때 난감하긴 하지만 그 불편함에만 익숙해지면 유모차 없이는 여행 가지 말라고 하고 싶을 정도다. 졸려서 칭얼댈 때, 다리 아프다고 할 때, 뭔가 노곤해져서 멍해지고 싶어 할 때, 간식 먹일 때, 엄마 머리, 어깨, 무릎, 발이 아플 때 유모차가 없었다면 어땠을지 상상조차 어렵다. 나도 처음에는 괜히 짐만 되나 싶어 가져갈까 말까를 정말로 고민했다. 그런데 아이가 앉아만 있으면 유모차는 절대로 짐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내 짐을 손잡이에 걸게 해주는 힘 센 동반자다. 그 동반자가 어떤 모습인지는 사실 큰 의미는 없다.

일반적으로 가볍고 핸들링 좋은 것, 휴대하기 좋은 자립형 등이 여행에 데려가기 좋은 유모차로 꼽힌다. 하지만 이런 것일수록 눕혀지지 않아 애가 자면 곤란하다는 단점이 있다. 절충형은 무겁다는 것이 단점인데 택시, 호텔 등에서 대체로 실어주고 내려주므로 무게는 큰 고려 사항은 아닌 것 같다. 엄마들에 따라 많은 짐을 손잡이에 실었을 때 그 무게 때문에 뒤로 넘어가지 않는 것을 고르기도 하고, 차양이 길어 햇볕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하는 것을 찾기도 한다. 콩콩이는 디럭스형, 절충형 등을 두루 써봤지만 여행할 때는 지금 쓰고 있는 콤비 f2를 가져갔는데 대만족이었다. 일단 가볍고 리노의 그 모래언덕도, 피렌체의 돌바닥도 굳세게 잘도 굴러갔다. 180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꽤 눕혀지고 차양도 길었다. 혼자도 잘 서 있어 따로 손이 필요 없어 좋았다.

콩콩이는 여행 하면 으레 유모차가 함께하는 줄 안다. 유모차가 빛을 발하는 곳은 공항이다. 도어투도어 서비스를 이용하면 드넓은 공항에서도 양팔이 자유로워진다. 다만 항공사마다, 공항마다 내려주는 곳이 달라 헤매게 만들 때가 있다. 내리면서 한 번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 바로 문 앞에서 주는지 짐 찾는 곳에서 주는지, 아니면 게이트 입구 앞쪽으로 좀 더 나가서 주는지만 알고 나면 기다리면 된다. 여기서 중요한 사항이 기다리게 되는 것. 제일 먼저 나왔지만 유모차를 기다리느라 제일 늦게 짐을 찾으러 간 적이 부지기수다. 그래서 아이와 하는 여행은 일정이 촘촘하면 절대 안 된다. 유모차는 나왔는데 ‘응가’를 하겠다고 할 수도 있고, 그래서 늦게늦게 짐을 찾으러 갔더니 이미 찾아가지 않은 수화물로 분류돼 멀리 떠나간 짐을 다시 찾아오느라 애를 먹은 적도 있다.

또 하나, 엄마 혼자 아이를 데리고 여행 중이라면, 도어투도어 서비스로 다시 받은 유모차에 아이를 앉혀 짐 찾는 곳까지 무사히 나오고 짐도 찾았을 때 바퀴 달린 2개의 커다란 물체가 엄마 차지가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바퀴 4개의 트렁크와 유모차를 각각의 손으로 하나씩 밀고 가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그것도 하다 보면 어렵지 않게 된다. 이게 정 힘들다면 트롤리 가방을 눕히고 유모차를 접어 그 위에 올리고 아이는 걷게 하거나 안는 게 낫지만, 힘들긴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아이를 트롤리 가방 위에 앉혀 가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니 하지 말아야 한다. 유모차와 큰 트렁크가 있는 엄마라면-아빠가 함께라도-공항에서 도심까지는 택시를 이용하는 게 낫다. 여행지에서는 시간과 돈을 바꿀 수 있다면 바꾸는 것이 낫다. 아이를 동반했다면 말이다. 최대한 일정을 여유롭게 짜서 예약 시간 등을 어른들만의 여행처럼 버리는 시간 없이 촘촘하게 만들어놓으면 절대로 안 된다. 그리고 비행시간 이후에는 아이의 컨디션을 바로 회복시켜줘야 한다. 어서 숙소로 돌아가 씻기고 쉬게 해야 첫 단추를 제대로 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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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는 무조건 큰 거 1개
반만 채워가더라도 큰 거 하나가 좋다. 애 짐은 뭐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갑자기 큰 인형을 사달라고 할 수도 있고, 말도 안 되게 싼 무언가를 발견할 수도 있다. 큰 가방 하나가 작은 가방 여러 개보다 효율성이 좋다. 그러나 그 큰 가방 안에 작은 가방 여러 개를 만들어 넣는 것이 짐을 쌀 때도 풀 때도 좋다. 옷 가방, 수영복 가방, 아이와 엄마의 뷰티 파우치, 속옷 가방, 신발 가방, 약 가방, 먹을 것이 든 보냉 가방과 일반 가방, 장난감이 든 그물 가방, 멀티탭과 멀티 어댑터, 각종 충전기가 든 가방까지 하나하나 쌓아놓고 무거운 것부터 바퀴 쪽에서부터 쌓는다. 어떨 때는 가방 안이 남기도 하고 꽉 차기도 한다. 아이 먹을 게 편한 곳이면 푸드 백이 확 줄고, 여름 나라로 가면 옷 가방의 부피가 준다. 하지만 그 대신 퍼들 점퍼, 튜브 등으로 그만큼 늘어나서 큰 트렁크는 언제나 비슷하게 차게 마련이다.

무거운 것이 없는 것보다 낫다. 약 가방을 먼저 챙겨두면 마음이 편해진다. 엄마들에게 가장 큰 걱정은 ‘아이가 아플까 봐’이니까. 자주 가는 소아과에 가서 아이의 일정을 말하고 새로 약을 받아둔다. 지사제, 복통약, 해열제, 항생제 등을 챙기고 체온계와 아이의 열을 잘 잡았던 해열제 시럽은 따로 한 병 넣는다. 콩콩이는 부루펜이 잘 듣는 편이라 늘 가져간다.

그리고 모기가 늘 문제. 모기 퇴치 스프레이, 스티커형 모기 퇴치제는 가방에 따로 챙긴다. 그다음으로는 모기에 물린 게 문제인데 알레르기는 아닌데도 콩콩이는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아이. 즉각적으로 연고를 발라줘야 하는데 모기 물린 자리를 열심히 공략해봤던 경험으로 보자면 아이가 금방 간지러워하지 않는 것은 호랑이연고라 불리는 타이거밤이다. 효과는 좋은데, 키즈용을 쓰더라도 나중에 그 자리에 거무스름하게 착색이 돼 가을이 지날 때까지 남아 내년 여름에는 안 쓸 것 같다. 리도맥스라는 피부과에서 처방받은 연고도 아주 얇게 펴 바른다. 이 연고를 바르니 물린 부위가 금세 가라앉고 간지러워하지도 않는데, 아주 넓은 부분에 크게 물려 며칠 사용했더니 그 부분만 각화되는 것 같아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물리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가장 중요하겠지만 물린 다음에는 안 긁게 얼음이나 뜨거운 물에 담갔던 숟가락-엄마가 만져봐서 따끈하다고 할 정도-을 대 간지러움을 잊게 하는 것이 제일 좋지만 여행 때는 그럴 수 없으니 연고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여름에는 제올라크림을 병원에서 추천받아 썼는데 아직까지는 제일 괜찮은 것 같다.

콩콩이는 집에서도 모기들이 싫어한다는 향기만을 모아 만든 향초를 켜놓는 편인데 여행 때도 가져간다. 아이는 향기가 집과 같아 편안하게 느끼고, 기분일지도 모르지만 각종 해충이 우리 방에는 덜 오는 것 같은 착각도 든다. ‘아이해이트 모스키토’라고 모기에 물려 고생하는 아들을 본 한 엄마가 만든 거라 동지애적인 믿음도 있고, 또 냄새도 순하고 효과도 좋아 여행 때도 늘 챙겨간다. 중국은 방에서도 담배를 피울 수 있어 금연층 방에서도 냄새가 많이 나는데, 이 향초 하나로 미간을 펴고 여행할 수 있었다.

콩콩이가 특히 더 챙기는 것은 식염수 10ml짜리 10개와 거즈다. 눈썹이 촘촘하게 났다는 이유 때문이라는데, 안검염이 자주 생길 수 있어 자기 전에 식염수로 속눈썹을 한 번씩 닦아준다. 참, 여기서 엄마를 위한 것도 하나 있다. 케토톱. 엄마가 캐내지 않으면 아이가 독박을 쓸 수도 있다.

[콩콩이는 여행 중]엄마의 작심 조언 “무거운 게 없는 것보다 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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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가방은 네가, 엄마 가방은 엄마가
콩콩이는 여행이 아니더라도 가방 없이 밖에 안 나가려고 한다. 뭐든 그렇게 넣어가고 싶은 게 언제나 많다. 말귀를 정확하게 알아듣기 시작한 때부터는 아이에게 여행 계획을 말하고 끌고 가는 가방, 메고 가는 가방 중에 하나를 고르게 한다. 그런 다음 가져가고 싶은 장난감, 간식을 넣으라고 한다. 아이는 잊지 않고 헤드셋, 스티커, 봉제 인형, 비타민 구미, 색칠공부, 피규어 등을 넣는다. 세부 콘텐츠는 달라져도 늘 이렇게 넣는다. 비행기에서나 이동 중인 차 안에서는 자기가 심심해지면 이 가방을 달라고 해서 혼자서도 잘 논다. 물론 엄마보고 토끼 해라, 꼬마 마녀 루신다 해라 등 요구는 많지만 뭘 하고 놀지는 스스로 정한다. 엄마는 엄마대로 어깨에 메고 갈 가방을 챙긴다. 입구가 오픈형이면 안 되고 구획이 전혀 없는 자루형 가방도 불편하다. 모양이 좀 잡혀 있는 패브릭 가방이 좋다. 그리고 어깨끈이 길어서 유모차에 걸 수 있으면 더 좋다.

엄마의 여행 가방에는 아이와 나의 여권, 지갑, 이티켓, 바우처 등이 든 파우치, 아이가 좋아하는 에피소드가 가득한 아이패드, 카메라, 수분크림, 아이용 치실, 칫솔치약 세트, 립밤이 든 파우치, 거즈 이불, 유모차에서 잠들 때를 대비한 코끼리 귀 모양 베개, 아이가 한 번도 보지 못한 스티커 북, 아직 못 읽은 작은 크기의 그림책, 베리너츠 세트, 물병(물은 승무원에게 달라고 해도 되니까), 기내에서 벗어버려 잃어버릴 때를 대비한 여벌 양말을 넣는다. 물티슈도 반드시 챙기고 항균 티슈도 엄마의 안심을 위해 꽤 유효하다. 구강 티슈도 챙긴다. 콩콩이는 충치가 잘 생기는 아이. 잠들기 전에 치실을 쓰고 구강 티슈로 닦아주면 자고 있는 것을 봐도 마음이 편하다. 잠들 생각이 없으면 비행 중 유일한 산책인 화장실 가기를 해서 직접 이를 닦고 승무원 언니를 보고 괜히 배시시 웃는다. 혹시 갑자기 기내에서 콧물이나 기침을 할 수도 있어서 작은 약병에 1회분씩은 따로 넣는다.

엄마를 위한 건 없다. 안 그래도 가방이 터지니,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에서 지루하거나 지겨울 시간 따위는 없으니까. 참, 기내에도 모기가 있다. 냄새가 너무 강한 팔찌형보다는 패브릭 스티커형 몇 장만 바지 뒷단 등에 붙여두면 괜찮았다.

옷가방은 그때그때 다르지만 잠옷은 늘 챙긴다. 잠옷을 입고 책을 읽어야 자는 줄 아는 아이의 ‘루틴’이 지켜지면 아이도 편안해한다. 그리고 긴 바지, 얇은 카디건은 여행지의 기후와 상관없이 늘 챙긴다. 우비와 바람막이도 마찬가지. 부피는 얼마 차지하지 않지만 여행지에선 매우 요긴하다. 모자도 챙기는데 현지에서 하나씩 사주는 재미도 있어 많이 챙기지는 않는다.

수영복 가방은 겨울 나라로 가도 반드시 가져가는 것. 호텔마다 수영장이 있는데 물장구 수준이어도 수영 한 번 하고 나오면 푹 잘 자고, 아이는 잘 놀았다는 생각을 하니 엄마에게는 일석이조. 수건이 걱정되기도 하는데 아이를 위해서는 속싸개로 많이 썼던 거즈 이불 몇 장이면 모두 오케이다. 수건으로도 쓰고 둘둘 싸서 안고 방으로 오기에도 좋다. 에어컨이 강한 곳에서는 담요로도 쓸 만하니까.

신발이 늘 문제인데 옷만큼이나 신발도 바꿔 신기 좋아하는 아이라 원하는 만큼 다 넣었다간 무게 초과로 못 갈 지경이 된다. 운동화, 구두나 샌들 하나씩만 챙긴다. 신은 것 제외하고. 밖에서 신을 신발은 간혹 가져가지 않아도 되는데 실내용 슬리퍼는 반드시 챙겨간다. 어른 것만 구비돼 있는 데가 많아서 아이는 맨발로 다니거나 어른 것 신고 넘어지기 일쑤다. 애들 것 달라고 하면 주긴 하지만 사이즈가 딱 맞기란 쉽지 않다. 차라리 엄마랑 아이가 같은 것을 가져가 신으면 좋아한다. 엄마랑 똑같은 모양의 버캔스탁 슬리퍼를 콩콩이는 좋아한다.

먹을 것도 엄마에게는 큰 걱정이다. 안 먹으면 어쩌나, 먹일 수 있는 게 없으면 어쩌나 하는 것. 햇반, 김, 미역국, 멸치볶음, 후리가케가 있으면 일단 안심이다. 콩콩이는 죽, 수프는 잘 먹지만 빵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준비를 하는 편이긴 한데 지금까지 햇반을 가져갔다가 먹고 온 적은 한 번밖에 없었다. 옥수수, 감자 등을 잘 먹으니 그런 것으로 탄수화물은 먹이고 우유를 좋아하는 아이라 가져간 멸균우유로 단백질 보충해서 여행하는 것. 고기 좋아하니 엄마 먹을 때 얇게 썰어주면 징그럽게 안 먹는 아이도 몇 번은 입을 벌린다. 멸균우유는 며칠 동안도 괜찮다.

콩콩이가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챙기는 건 없는 것 같다. 집에서와 똑같은 상태로 잠들게 하려고 가져가는 아이 베개와 이불 정도다. 다 꾸리고 나면 뿌듯하기보다 여전히 불안한 것이 여행 가방이다. 그것도 아이와 함께한다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우리는 그 아이를 제일 잘 아는 엄마다. 제대로 다 준비해 떠나서 때때로 힘든 상황이라도 함께 해결하자고 마음먹으면 납덩이같던 마음은 깃털처럼 된다. 가보는 거다. 내가 낳은 내 새끼인데…, 어떤 상황이라도 엄마가 함께하는데 어떤가!

profile 콩콩이는…
2011년생. 말 잘하고 밥 잘 안 먹는 여자아이. 잡지사 편집장 엄마에게서 태어난 덕과 탓에 생후 6개월부터 뉴욕행 비행기를 타기 시작해 현지의 시차와 상관없이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눕는 여행형 어린이로 성장 중.

콩콩이 엄마는…
「GQ」, 「W」의 피처 디렉터, 「Off」, 「magazine C」, 「RAUME」의 편집장으로 일했다. 한 끼의 식사가 지닌 의미와 그 사이의 감정들을 두루 쓴 「더 테이블」을 펴내기도 했다. 이따금 텔레비전과 라디오에도 나왔지만 지금은 잡지 「ojo」와 「magazine K」의 편집장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글&사진 / 조경아 일러스트 Scott 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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