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일본 북규슈 하사미&사세보

콩콩이는 여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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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누가 누가 더 웃기나”

여행지보다 여행을 하는 주인공이 더 궁금해지는 이상한 여행기. 콩콩이는 ‘같은 산후조리원 출신’ 절친 호새와 함께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일본 북규슈로 여행을 떠났다. 동갑내기 엄마들에게도 좋은 추억을 남긴 두 가족의 여정을 따라가본다.
[콩콩이는 여행 중](14) 일본 북규슈 하사미&사세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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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o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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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글램핑’으로 함께하는 여행의 맛을 본 꼬마 둘이 의기투합했다. 아이끼리 호흡이 좋으면서 엄마들까지 찰떡궁합이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내 아이가 좋아해도 남의 아이는 내 아이에게 별 관심이 없을 수도 있고, 아이들끼리는 죽고 못 사는 지경이라도 엄마들까지 그러기는 쉽지가 않다. 이상하게도 어른이 되면 배려도 양보도 이해도 할 수 있는데, 그런 걸 할 줄 모르는 아이보다 친구 사귀기가 쉽지 않다. 아이끼리는 ‘단짝 친구’인데 엄마들은 웃는 얼굴로 뒤돌아서서는 질시와 반목이 이어진다면 유아를 포함한 어린 시절 아이의 친구 관계는 오래가지 못한다. 그런 맥락에서 콩콩이는 매우 운이 좋은 아이다. 43개월 아이의 월령만큼 숙성된 친구 관계가 있다. 콩콩이는 같은 산후조리원에서 바로 옆 바구니에 누웠던 호새와 네 살 가을, 국경을 넘어 단풍놀이를 떠났다.

동갑내기 친구의 첫 해외여행
호새와 콩콩이는 모두 노산으로 아이를 낳은 동갑내기 엄마를 두었다. 두 아이들의 엄마는 키도, 염색 주기도, 밥 자주 많이 먹는 것도, 지은 죄 없이 남편 어려워하는 것도 닮았다. 감추는 것도, 부러 내놓는 것도 없이 가까워진 엄마들은 아이들을 더욱 친하게 만들었다. 이마에 땀이 맺히도록 놀다가 해가 지면 함께 더 놀고 싶다고 울던 아이들은 함께 잘 수 있다는 말에 환호했다.

여행지를 고르며 엄마들이 더 신이 났다. 비행시간이 짧을 것, 다양한 놀거리가 있을 것 정도를 염두에 두고 목적지를 물색해갔다. 물론 바다 탐험대 옥토넛에 열광하고 있는 호새에게는 수족관을, 키티는 물론이고 키티와 스탬프 빌리지에 사는 모든 친구들과 놀고 싶다는 콩콩이에게는 산리오 캐릭터 테마파크를 우선순위에 두었다. 도시에 사는 아이들이니 맘껏 뛰어놀 수 있는 산과 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인파로 붐비지 않는 놀이공원도 좋을 것 같았다. 기구를 타기보다는 엄마와 자전거라도 함께 타며 처음 보는 길을 돌아보는 재미는 엄마들에게 더욱 달콤한 추억이 될 것이다. 몇 달 전 침대에서 떨어져 빗장뼈에 금이 갔던 호새를 생각하니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침대보다는 바닥에서 뒹굴며 자게 하는 것이 안전하겠다는 것도 염두에 두었다.

1시간 남짓의 비행시간, 편안한 기차 연결, 시골, 다다미방, 수족관, 테마파크, 밥과 국이 있는 식사 등을 모두 만족시키는 북규슈로 결정하고 지역을 좁혀나갔다. 몇 년간 JR 규슈가 발행하는 가이드북과 매거진을 만드느라 북규슈 지역을 한 달이 멀다 하고 출장을 나갔던 터라 잘 아는 곳이라는 것도 큰 이유가 됐다. 함정이라면 그것이 거의 6,7년 전이라는 것이지만. 유명한 도자기 마을 아리타 옆 작은 동네인 하사미를 첫 여정지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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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공항에서부터 신이 날 대로 나 있었다. 맞춰 입힌 것도 아닌데 묘하게 커플 룩이 된 아이들을 어른들은 귀여워해주었다. 스타들의 공항 패션 단골 배경인 출국장 앞 횡단보도에서 아이들은 손을 잡고 나머지 손은 번쩍 들어 길을 건너는 어린이임을 천명했다. 연휴도 끝난, 아무날도 아닌 평일의 후쿠오카행 비행기는 아주 작았다. 호새 엄마는 3.3좌석의 비행기를 처음 탄다고 했다. 엄마, 아들, 딸, 엄마 이렇게 나란히 앉히는 게 이들을 위해 가장 좋은 배열이었으나 생각과 달리 아이들은 서로 창가에 앉겠다고 첫 싸움을 시작했다. 선점하는 사람이 무조건 이권을 취득한다고 생각하는 콩콩이와 더 갖고 싶은 사람이 이권을 양도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호새의 대립이었다. 이미 엉덩이를 넣은 콩콩이는 호새의 완력에 굴하지 않았고, 긴 힘겨루기 끝에 호새의 양보로 일단락됐다.

이런 형태의 싸움은 여행 내내 하루에 한 번씩은 일어났고, 아들을 신사로 키우는 호새 엄마는 “호새야, 여자친구는 보호해주는 거랬지?”라는 말로 분쟁의 불씨를 전소했다. 그럴 때마다 신사가 될 수밖에 없는 자신의 남자 됨이 억울하고 꿋꿋하게 힘으로 버티는 여자친구 콩콩이에게 섭섭해 눈물범벅이 되는 호새. 그런 아이를 보면 친구 엄마인 내가, 엄마 친구인 내가 백 배는 미안해졌다. 얄밉게도 콩콩이는 “그래 호새야, 이제 여기 앉아. 우리 재미있게 놀자!” 한다. 내가 호새 엄마였다면 제 엄마 모르게 콩콩이를 몇 번은 쥐어박았을 것 같았다.

맛으로, 멋으로 만난 일본
공항에서 나와 아이들이 있으니 바로 택시에 올랐다. 어렵지 않게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는 하카타 역이었지만 이동의 편리를 위해 여행의 필수 동반자인 유모차도 가지고 오지 않은 일정이었다.

천둥벌거숭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네 살 아이 둘과 작지 않은 트렁크 하나, 어깨에 멘 가방 하나씩을 끌고 메고 갈아타는 것 자체가 해서는 안 되는 일 같았다. 택시를 타고 하카타 역에 내려 3일간 북규슈 지역의 기차를 무제한으로 탈 수 있는 북규슈레일 교환권을 레일패스로 바꾸었다. 아이들은 내년 생일까지는 무료였다. 현지에서는 구입할 수 없고 한국에서 미리 구매한 뒤 바꾸는 것으로, 많은 여행사가 약간의 할인까지 해서 판매하고 있다. 성인 1인당 6만7천원 정도는, 웬만한 특급열차가 편도만으로도 5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일본에서 매우 싼 값이다. 지정석을 예약하고 약간의 시간이 남는 동안 아이들은 하카타 역을 즐겼다.

그 위치를 정확하게 몰라도 맛있는 냄새를 따라가기만 하면 긴 줄이 늘 늘어서 있는 빵집이 보인다. 달콤하고 진한 버터 냄새가 진동하는 줄에 서서 1개에 평균 5백원 정도 하는 크루아상을 종류별로 샀다. 그리고 2층으로 올라가 하카타 라멘 집에 들러 명란젓이 올라간 밥과 함께 나오는 라면 세트를 시켜 먹었다. 조금 짜다 싶었지만 꼬불거리지 않는 라면이 신기한 아이들은 맛있게 먹었다. 이후 하카타 역에서 2시간 남짓한 거리에 있는 아리타 역에 내렸다. 좀 예쁜 그릇이다 싶으면 그릇의 바닥을 보던 버릇이 있던 시절, 일식집에 가 마음에 들었다 하면 바닥에 써 있던 ‘有田’. 아리타에 와서야 그 그릇들의 고향을 알 수 있었다.

특급호텔 마케팅 담당이었고, JR 규슈 일을 할 때는 중요 교섭자였으며, 현재는 하사미에서 ‘은야’라는 식당을 하고 있는 김은형 이사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건강한 한국 요리 쿠킹 클래스를 절찬리에 진행 중인 그녀가 우리를 위해 일본의 저녁을 내주었다. 손맛 좋은 그녀가 내준 음식은 꿀맛이었다. 오쿠라, 브로콜리, 병아리콩, 아보카도 등이 든 샐러드, 무와 곤약이 어묵보다 더 맛있던 어묵탕, 밥보다 해물이 많아 보이던 짜지 않은 파에야, 녹말을 묻혀 쌀겨기름에 튀겨낸 닭날개 등은 우리를 라면을 먹은 적 없는 것 같은 사람으로 만들었다. 아이들은 도자기의 고장에 온 것처럼 다양한 젓가락 받침을 장난감 삼아 놀았다. 산속의 밤은 일찍 찾아왔다.

저녁 7시가 되자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았다. 북구의 겨울로 여행을 가겠다는 생각은 그날 사라졌다. 거한 식사를 마치고 일본의 일반 가정에서 하루를 지내보게 하겠다는 마음으로 노부부가 계시는 곳으로 향했다. 하다나카상의 민박은 정말 남는 방 하나를 비워 잠과 식사가 가능하게 한 곳이었는데, 도자기 축제를 할 때를 빼고는 개점휴업을 하는 곳과 다름없었다. 장성한 손주가 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네 살짜리 아이들의 등장에 환호하셨다. 아이들은 다다미방에 깔려 있는 이불을 보자마자 기성을 질렀다. 이불에 몸을 던지고는 물색없이 웃기 시작했다.

일본식 방은 추웠다. 온돌 시스템 없이 공기만 데우는 코타츠와 두꺼운 옷으로 겨울을 나는 일본 시골의 방은 누우면 코가 시린 밤을 선사했다. 아이들은 아랑곳없이 신이 났다. 호새 엄마는 자꾸만 ‘1박 2일’의 야영이 생각난다며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비행기에 기차까지 타느라 힘이 들었던 아이들은 금세 잠이 들었고, 아이들이 감기에 들까 봐 걱정하던 엄마들도 잠든 순간은 기억이 나지 않은 채로 아침을 맞이했다. 그렇게 추웠던 방에서 아이들은 땀을 흘리며 잤고 콧물을 흘리며 일본에 왔던 콩콩이는 괜찮아졌다. 정말 발은 따뜻하게 머리는 차갑게 해야 건강해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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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 마을의 가을
하사미는 가을의 문턱을 넘어가고 있었다. 아이들은 산책에 나섰다. 한국어로 된 지도 한 장을 콩콩이와 호새는 보물 지도라며 거꾸로 들고 골목골목을 헤집고 다녔다. 작은 도자기 마을인 하사미는 한 집 건너 하나씩 도자기 가게들이다.

1890년에 건축됐다는 아카이쿠라라는 갤러리 앞에서 우리의 산책을 도와주던 관광협회 사람은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아이들은 그 얘기를 알아들었다는 듯이 좋아했다. 그러나 정작 아이들이 좋아한 이유는 핼러윈을 맞이해 호박 모자를 쓴 고양이 입상 때문이었다. 마을의 곳곳은 도자기로 꾸며져 있었다. 아이들은 그것마저도 큰 관심이 없었고 낙엽 던지기, 도토리 뚜껑 따서 자기들 머리 위에 모자로 얹기 놀이 등으로 하루를 보냈다. 엄마가 역작으로 기획했던 것은 우리에게 하룻밤을 내주었던 하다나카상이 운영하고 있는 ‘시키샤’에서 도자기 가마에 넣어 굽는 피자를 만드는 것. 그러나 시키샤는 하필 그날 다른 큰 행사로 아이들의 피자 만들기 체험을 할 수가 없었다. 거푸 미안하다 허리를 굽히는 하다나카상에게 손을 흔들며 아이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총총히 떠나왔다.

도자기 마을에 왔으니 도자기 만드는 것도 한 번은 보여줘야겠다 싶어 관광교류센터 2층에 있는 전시장에 들렀다. 흙을 채취하는 것부터 가마에서 꺼내는 것까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해놓은 전시물에 아이들은 무척 즐거워했다. 그도 그럴 것이 피규어만 한 인형에 전동으로 움직이는 도자기 장인까지 쉽고 편하게 그릇을 만드는 과정을 알 수 있게 해둔 곳이었다. 하사미의 명소는 도자기 공방을 새로 꾸며 쓰고 있는 니시노하라. 아이들도 그곳을 좋아했다. 다른 공방도 도쿄에서부터 온 멋쟁이들로 가득했다.

그중에서 아이들의 시선을 빼앗은 것은 레트로풍의 카페도, 아기자기한 소품 가게도, 특급호텔 주방장이 와서 하고 있던 무료 프렌치 쿠킹 클래스도 아닌 물고기였다. 입구 우물에서 키우고 있는 알록달록한 잉어 종류들이었는데, 아이들이 와서 그랬는지 상냥한 주인은 밥을 주라고 했고, 아이들은 도자기 종지 하나씩 사료를 받아들고 작은 엄지, 검지를 비벼 ‘한 꼬집’씩 사료를 던져주었다. 그런데 주인을 알아보는지 물고기들은 오지 않았다. 주인이 지나가며 박수를 몇 번 치자 그제야 물고기들은 거의 파도를 만들며 모여들었다. 호새는 “콩콩아, 내가 박수를 칠 테니 네가 밥을 줘. 알았지?” 했다. 콩콩이는 박수도 치고 싶고 먹이도 주고 싶은지 잠깐 고민을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호새는 손바닥이 빨개질 때까지 박수를 쳤고, 수면에 떠 있는 수많은 먹이가 모두 사라질 때까지 콩콩이는 소리를 질러 물고기들을 불러댔다. 그 소리보다 훨씬 더 큰 소리로 아이들을 돌려세울 수 있었지만 엄마들은 정말 꾹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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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를 옮겨놓은 하우스텐보스
아리타 역에서 아이들은 서로 ‘누가 더 웃기나’를 내기하며 이상한 외계어를 하기 시작했다. 음 소거를 하고 보면 무척 재미있는 얘기를 하는 것 같았다. 들어보면 이상한 분절음들의 향연. 외국이어서 다행이었다. 기차에 올라 20여 분을 달리니 하우스텐보스 역이 나타났다. 물감 한 겹을 더 칠한 것처럼 채도가 진했던 일본색의 시골을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유럽이 나타난 것이었다. 아이와 함께 오니 역에서부터 단숨에 도착했던 호텔까지의 거리가 참 길기도 길었다. 오쿠라 하우스텐보스 호텔. 콩콩이는 공주홀릭답게 어떤 공주가 사는 성이냐고 했고, 호새는 큰 관심이 없어 보였다. 하우스텐보스는 작정하면 2박 3일도 아쉽고 또 핫 스폿만 보자 치면 반나절 만에도 둘러볼 수 있는 곳이다. 리조트 내에도 호텔이 있었는데 일찌감치 예약이 끝나 역과 리조트 사이에 있는 대형 호텔인 오쿠라를 선택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당일 내에는 재입장이 얼마든지 가능했고 다음날은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서울에서 미리 사간 원데이패스는 어른 1명에 5만9천원 정도로 저렴했다. 역시 아이들은 올해까지는 무료였다.

아이 둘을 데리고 샅샅이 이 잡듯 가이드북 만들 듯 할 수는 없는 노릇. 게다가 두 아이의 낮잠 시간이 달랐다. 생체 활력 징후도 다른 것 같았다. 밖에서 졸리기 시작하면 집에 가고 싶다고 징징대는 콩콩이와 짜증의 빈도가 잦아지는 호새가 같이 졸려도 잠들기까지는 엄마들이 커플로 죽을 노릇. 또 순차적으로 그 잠투정이 오면 그 시간의 합만큼은 뭔가를 도모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할 것 많고 탈 것 많은 곳에 들어가 눈이 휘둥그레진 호새와 달리 콩콩이는 인형 탈을 쓴 ‘튤리’를 사달라는 것으로 시작된 잠투정이 “엄마 대한민국에 가고 싶어. 대한민구우욱!”으로 정점을 찍었다. 콩콩이는 식당에서 잠이 들었고 호새는 엄마와 둘이 신나게 가을 하우스텐보스를 즐겼다.

콩콩이가 일어났을 때는 저녁이 오후를 밀어내고 있는 시점. 이미 조금 돌아보고 온 호새가 로봇이 아이스크림을 만들어준다며 콩콩이의 손을 잡아당겼다. 아이 둘은 아이스크림 2개를 들고 맥주 축제장 앞에서 아코디언과 클라리넷으로 연주하는 독일 민요를 즐겼다. 네덜란드를 옮겨놓은 곳답게 미피가 키티나 미키만큼이나 중요한 곳이었는데, 미피를 아는 호새와 콩콩이는 그곳에서 오래 놀았다. 둘이 번갈아 유치원 선생님이 돼 조르르 앉혀놓은 미피들을 교육하고 또 보육했다.

밤이 되면 하우스텐보스는 더욱 화려해진다. 불꽃놀이와 일루미네이션이 아이들의 눈을 크게 만들었다. 가면무도회장 앞에서 아이들은 가면보다 그 주변에 가득한 코스모스에 집중했다. 콩콩이는 “빨개졌대요. 물가의 코스모스 얼굴, 해님이 살짝 입 맞췄더니 빨개졌대요~”를 불렀고 호새는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를 했다. 둘이 누가 무슨 노래를 부르는지는 관심도 없는 채 심취해 부르는 모습에 국적 상관없이 엄마들은 모두 웃음으로 화답해주었다. 네온으로 반짝이는 풍차가 느긋하게 돌고 있는 밤의 꽃밭을 지나며 엄마들의 낭만적인 심상과 달리 아이들은 개구리를 봤다고 꽃밭 앞에 주저앉아 눈을 밝혔다.

오쿠라 호텔의 훌륭한 식사로 정평이 난 철판구이 식당 ‘오무라완’에서 아이들은 자신들의 스테이크를 받아먹으며 그 밤을 즐겼다. 맛있는 고기는 아이에게 먹여보면 된다는 우스갯소리를 아이들은 또 입증했다. 질기거나 냄새가 조금이라도 나면 아이들은 잘 먹지 않는다. 콩콩이와 호새는 꽤 먹는 것으로 레스토랑의 명성을 확인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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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하사미 관광교류센터 1층에서는 하사미의 특산품과 하사미 도자기들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고 2층은 전시실이다. 하사미 자기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곳. 광장 건너편의 ‘은야’도 좋은 선택. 재료 선택에 엄격한 한국 엄마가 오너 셰프로 있는 식당이다.
영업시간 오전 9시~오후 5시
주소 나가사키 히가시 소노기군 하사미초 이세키고 2255-2

하우스텐보스 모나코공국만 한 면적에 17세기 네덜란드를 재현한 나가사키 사세보의 리조트. 특히 봄의 튤립 축제, 겨울의 세계 제일의 일루미네이션 축제는 가볼 만하다.
문의 Korean.huistebbosch.co.jp

# Epi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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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밝았고 테라스에서 보이는 하우스텐보스의 전경에 아이들은 깜짝 놀랐다. 집도 작고 풍차도 작고 꽃밭, 배도 작아 보인다고 좋아했다. 그리고 이불 구름이 있다며 하늘에도 한참이나 눈을 두었다. 여유만이 아이와의 여행에서 살 길이라고 함께 주창하는 엄마들은 아이들을 또 풀어두었다.

“나 잡아봐라.” “너 거기 못 서.” 아이들은 달리다가 방향을 바꾸기도 하며 뛸 만큼 뛰었다. 이렇게 뛰고 기차에서는 숙면을 취하고 개운하게 낮잠에서 깨어나면 또 신나게 노는 일정. 아이들만큼이나 엄마들이 좋은 일정이라며 호새 엄마와 나는 소리 안 나는 하이파이브를 했다.

profile 콩콩이는…
2011년생. 말 잘하고 밥 잘 안 먹는 여자아이. 잡지사 편집장 엄마에게서 태어난 덕과 탓에 생후 6개월부터 뉴욕행 비행기를 타기 시작해 현지의 시차와 상관없이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눕는 여행형 어린이로 성장 중.

profile 콩콩이 엄마는…
「GQ」, 「W」의 피처 디렉터, 「Off」, 「magazine C」, 「RAUME」의 편집장으로 일했다. 한 끼의 식사가 지닌 의미와 그 사이의 감정들을 두루 쓴 「더 테이블」을 펴내기도 했다. 이따금 텔레비전과 라디오에도 나왔지만 지금은 잡지 「ojo」와 「magazine K」의 편집장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글&사진 / 조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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