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명문가였던 해주오씨 정무공파 자손들이 모여 살고 있는 곳으로 매년 제례를 올린다. 마을에는 덕봉서원을 비롯해 오정방고택, 경앙사, 백련정, 묘선재, 백운대 등 다양한 문화역사 자원이 남아 있어 전통문화를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다. 잊혀져가는 우리의 옛 문화와 유교에 대한 가르침을 널리 알리기 위해 인성과 예절 교육을 테마로 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옛 선비처럼 도포를 입고 절하는 법과 붓글씨 쓰는 법, 충과 효의 미덕 등을 배울 수 있다. 용맹한 장군처럼 국궁 체험을 즐기고 근엄하게 소나무 숲길을 걸으면 어느새 덕망을 고루 갖춘 선비가 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2 전통이 있어 더 아름다운 홍성 거북이마을
마을과 주변 산의 지형이 거북이를 닮았다 하여 ‘거북이마을’로 불리는 곳으로 조선 후기 문신인 약천 남구만 선생 생가터와 고택 등 전통 문화유산이 풍부하다. 이곳의 특징은 전통 방식의 성인식인 성년의례 체험, 농사 체험, 공예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 청소년기에 접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전통 의례인 성인식은 담양 전씨 사당인 ‘구산사’에 모여 제례복을 갖춰 입은 뒤 옛 방식 그대로 진행된다. 사당 내에 차려진 제물들에 대한 의미와 상읍, 중읍, 하읍과 같은 인사법 등 전통 예법도 배울 수 있다. 과거로부터 전승된 사고·행위 양식과 그 속에 담긴 의미를 깨달을 수 있는 좋은 체험이 될 것이다.
3 한산면의 보물 모시와 소곡주 찾으러 서천 동자북마을
모시풀 줄기를 이용해 만든 전통 섬유인 모시와 수작업으로 만들어 균이 살아 있는 생주인 소곡주로 유명한 마을로 지역 특산품 관련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묵직하면서도 단맛에 이끌려 취하는 줄 모르고 조금씩 마시다 그 자리에 주저앉게 된다 해서 ‘앉은뱅이술’로 불리는 소곡주 담기가 어른들이 좋아하는 체험이라면, 미니 베틀로 고운 색실을 엮어 팔찌를 만드는 체험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인기가 좋다. 특색 있는 전통 문화 체험을 즐긴 뒤엔 칼슘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모시 잎으로 만든 음식도 맛볼 수 있다. 마을회관에서 묵을 수 있으며, 올해 동자북 마을에 한옥체험관을 신축할 예정이어서 체험관이 완공되면 전통 숙박 체험까지 가능해질 거라고.
4 선조들의 삶의 지혜가 오늘의 추억이 되는 곳 영월 삼굿마을
삼굿 체험과 전통 혼례 등 선조들의 삶의 지혜와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체험을 운영하고 있다. 삼굿구이는 불에 달군 돌 위에 대마에 싼 감자, 고구마 등 음식물을 올리고 돌에 물을 끼얹을 때 발생하는 뜨거운 수증기로 익히는 전통적인 방식의 조리법. 마을 내에 과거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소규모 민속자료관과 전통 메주를 생산하는 황토메주방이 있어 조상들이 살아온 전통 방식을 체험해볼 수 있다. 옛 정취가 느껴지는 마을 풍경과 아름다운 경관 덕분에 실제 커플들이 이곳에서 전통 혼례를 치르기도 한다고. 매년 9월 말에는 ‘송이 따기 체험 및 삼-굿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5 조선 8대 명당 터에서 발견한 전통의 매력 완주 두억마을
완주군의 종남산과 서방산 자락에 위치한 두억마을은 우리나라 8대 명당 터 중 하나로 손꼽힌다. 두억(斗億)이란 말은 두럭(둔덕), 즉 언덕배기에 위치해 있다 해서 생긴 이름으로 마을 자체가 낮은 언덕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뛰어난 경관으로 사람을 압도하는 절경을 보여주는 곳은 아니지만 아기자기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휴식이나 휴양을 위한 곳으로 적격이다. 넓은 잔디밭이 어우러진 제사 공간(제실)을 중심으로 과거시험, 전통 놀이 등 다양한 체험이 이뤄지며 한옥에서 숙박을 할 수도 있다. 마을 해설가와 함께 명당 터인 밀양박씨 정경부인 묘소까지 올라가보는 체험도 진행 중인데, 명당 터에서 소원을 빌면서 걸으면 이뤄진다는 전설도 있다고.
6 도시 인근에서 즐기는 전통 체험 대전 무수천하마을
대도시 근교에서는 드물게 역사와 전통 문화, 농촌의 모습을 함께 보존하고 있는 마을이다. 하늘 아래 근심 걱정이 없는 마을이라는 뜻에서 ‘무수(無愁)천하’라는 이름이 붙었다. 안동 권씨 유회당 종가, 여경암, 거업제 등 역사적 문화재가 잘 보존돼 있다. 또 부추와 자운영쌀을 비롯한 친환경 농산물을 재배하고 있어 계절별 농사 체험이 가능하며, 고추장, 된장, 청국장 등 전통 장류와 떡, 한과 등 전통 음식을 직접 만들어볼 수도 있다. 여경암과 유회당에서 다도를 배우고 오래도록 아름다운 꽃을 감상할 수 있는 압화만들기에 푹 빠지다보면 일상의 근심 걱정은 저만치 날아가겠다.
주소 대전 중구 운남로85번길 5 문의 042-285-5557, musu.go2vil.org
7 외국인도 반한 전통의 달콤함 고령 개실마을
조선 전기 문신 김종직의 후손인 일선 김씨의 집성촌으로 김종직의 종택, 사당 등 고택과 점필재 등이 많이 남아 있어 한국 전통 마을의 정수를 느낄 수 있다. 흙담으로 꾸민 마을 안길과 우물, 한옥 등은 옛 고향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이러한 마을 자원을 활용한 예절 교육, 전통 혼례 및 전통 음식 만들기 등 전통 체험이 진행되고 있으며 한옥 숙박도 가능하다. 너무 달지도 않으면서 구수한 맛을 지닌 조청엿과 유과를 만들 수 있는 것도 이곳의 또 다른 매력. 여름 계절 프로그램으로 대나무물총·소리통 만들기, 미꾸라지 잡기, 뗏목 타기 등을 운영하고 있으니 피서지로 미리 점찍어둬도 좋을 듯하다.
8 2,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영암 왕인촌마을
백제 왕인박사, 신라 도선국사, 고려 최지몽 선생 등 역사 속 인물을 배출한 마을로 유형문화자원인 회사정, 국암사, 담숙제 등 12개의 누각, 정자와 전통 가옥, 돌담, 고목 등이 잘 보존돼 전통의 아름다움을 느끼기에 좋다. 마을의 안녕을 위해 매년 올리는 당산제와 구림 대동계 등 민속 문화가 전승되고 있다. 마을 내 ‘영암도기문화센터’에서는 1,200년의 역사를 지닌 영암도기를 재현하고 있다. 이외에도 한지공예관, 도기박물관, 도갑사 등에서 한지공예, 전통 혼례 등 다양한 체험을 해볼 수 있다. 혼례의 순서를 적은 종이인 ‘홀기’를 하나하나 읽어 나가며 치르는 전통 혼례와 한지로 연필꽂이, 과반, 손거울 등을 만드는 종이공예 체험이 대표적. 한옥이 잘 보존돼 있는 만큼 이른 아침이나 해 질 녘쯤 고즈넉한 돌담길을 따라 걸어보는 것도 좋겠다.
9 전통의 맛과 멋이 빛나는 봉화 달실마을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을 가진 마을로 유구한 역사를 두루 느껴볼 수 있다. 마을의 중앙 부위에 위치한 청암정은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정자 중 하나로 손꼽힌다. 유교 문화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어 교육 장소로도 제격이다. 기암괴석과 금강소나무 숲 사이로 내성천의 물줄기가 흐르는 석천계곡엔 여름철이면 피서객이 끊이질 않는다. 석천정사는 물론 바로 옆에 있는 삼계서원 또한 건축미가 뛰어나다. 한과로도 상당히 이름난 이 마을에서는 전통 한과를 직접 만들어볼 수도 있다. 손에서 손으로 내려온 기법으로 제작된 달실한과는 정성이 들어가 더욱 맛있게 느껴진다.
10 풍경과 소리에 취해 눈과 귀가 호강하는 여행 진도 사천마을(운림예술촌)
진도는 과거 유배 문화에 의해 시, 서(서예), 화(그림)와 더불어 진도아리랑, 남도들노래, 다시래기(부모상을 당한 상주와 유족의 슬픔을 덜어주고 위로하기 위해 벌이는 상여놀이), 진도북춤 등 소리 문화가 발달했다. 사천마을에서는 다시래기, 북놀이 등을 무형문화재 이수자에게 직접 배울 수 있다. 돌담길로 이어진 마을 어느 집에도 대문이 없다. 언제나 마을을 찾는 이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는 사천마을의 시냇가엔 물고기와 토종 새우가 살고 있어 한여름 물놀이를 나서기에도 좋다. 마을 주변에는 진도 최고의 목조 건물인 쌍계사, 운림산방, 진도역사관 등 다양한 문화·역사 명소들도 많으므로 진도 여행에서 빼놓지 말 것.
■글 / 노도현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사진 제공 / 각 마을, 봉화군청, 한국농어촌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