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3대 전통시장 ‘강원도 북평장’에 가면 눈도 입도 '호강'

시장 가는 레이디

전국 3대 전통시장 ‘강원도 북평장’에 가면 눈도 입도 '호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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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평장을 대표하는 명소 ‘북평주막’.  엄민용 기자

북평장을 대표하는 명소 ‘북평주막’.  엄민용 기자

동해시는 1980년 4월 옛 삼척군(현 삼척시) 북평읍과 명주군(현 강릉시) 묵호읍이 합쳐지면서 탄생했다. 이제 겨우 불혹의 나이가 된 ‘청년 도시’다. 하지만 젊은 도시 동해에는 전국적으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것들도 많다. 그중 하나가 성남의 모란장, 전북 익산장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시장으로 꼽히는 ‘북평장’이다.

북평에 장이 서기 시작한 것은 조선시대 중엽부터다. 1963년 발행된 삼척읍지 <진주지>에 따르면 ‘정조 20년(1796년), 북평장은 매월 3·8·13·18·23·28일 등 여섯 차례 장이 열리는데 장세를 받았다’고 기록돼 있을 정도다. 지금처럼 매달 끝자리가 3과 8인 날에 정기 시장이 열린 지 최소 220년이 넘었다는 소리다.

북평에서 이토록 오랫동안 장이 유지된 것은 이곳이 교통의 요충이기 때문이다. 강원도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7번국도, 태백과 이어진 37번 국도, 정선으로 통하는 42번 국도가 북평장이 열리는 곳에서 만난다. 다만 시장의 위치는 북평동 일대를 흐르는 전천(箭川)의 물길이 바뀌거나 홍수 때문에 조금씩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그러다 1932년부터 교통이 편리한 지금의 자리에 터를 내렸다.

북평장에서 옛날 통닭을 팔고 있는 상인.  엄민용 기자

북평장에서 옛날 통닭을 팔고 있는 상인.  엄민용 기자

북평장에서는 도심 시장에서 보기 힘든 옛 물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엄민용 기자

북평장에서는 도심 시장에서 보기 힘든 옛 물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엄민용 기자

북평장에는 건강과 관련한 농산물이나 임산물들이 그득하다.  엄민용 기자

북평장에는 건강과 관련한 농산물이나 임산물들이 그득하다.  엄민용 기자

그때만 해도 북평장은 쇠전(우시장)·미전(米廛)·채소전·강포전(江布廛:강원도산 베)·어물전·잡화전이 그야말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그중 쇠전은 북평장의 상징으로, 영동 일대에서 가장 큰 우시장으로 통했다. 또 강포전은 안동포·울진포와 함께 한국의 3대 삼베로 꼽히는 강포를 거래하던 시장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 속에 이런 장마당은 사라지고, 지금은 어물전·채소전·잡화전과 함께 ‘먹자골목’이 시장의 중심을 이룬다.

북평장은 진짜 5일장이다. 평소에는 150여개 점포가 죽 늘어선, 작은 도시의 평범한 거리다. 한산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장이 들어서는 날에는 지역 주민은 물론이고 정선과 삼척 등 인근 도시의 사람들이 모여들어 온종일 인파로 북적거린다. TV 인기 프로그램 <1박2일> 등에 소개된 뒤에는 단순히 시장구경을 하거나 맛집으로 소문난 거리음식점들에서 주전부리를 하려는 관광객들까지 모여들어 한 발을 내딛기도 힘든 풍경을 연출한다.

북평장은 북평교를 지나 북평사거리에서 시작되는데 여러 블록에 걸쳐서 난전이 펼쳐진다. 대로변에 줄지어 들어서는 좌판은 건물 사이사이의 작은 골목까지 가득 메운다. 그 수가 적게는 450여개에서 많게는 600여개에 이른다. 기존의 점포까지 합하면 600~800개의 점포가 생긴다는 얘기다. 장이 크고 상인들이 많다 보니 없는 것이 없다.

북평장의 어물전 풍경.  엄민용 기자

북평장의 어물전 풍경.  엄민용 기자

북평장에서 팔고 있는 옛날식 먹거리들.  엄민용 기자

북평장에서 팔고 있는 옛날식 먹거리들.  엄민용 기자

특히 온갖 임산물과 농산물이 장바닥을 가득 메운다. 북평장을 이곳 어르신들은 지금도 ‘뒤뜨루장’ 또는 ‘뒷두르장’이라 부른다. ‘북평’이 “북쪽에 있는 넓은 뜰”이고, 거기에 들어서는 장이라서 ‘뒤뜨루장’ 또는 ‘뒷두르장’이다.

이름 그대로 넓은 논밭이 있고, 연중 온화한 해양성기후인 북평에서는 당연히 농업활동이 활발하다. 인근의 높고 낮은 산지에서는 산나물과 버섯류 그리고 약초 등이 많이 나온다. 신선한 푸성귀들이 가격도 ‘착하다’.

게다가 맑고 깊은 동해 앞바다는 싱싱한 해산물들을 어부들에게 선물한다. 이들 모든 산물이 계절을 바꿔 가며 북평장으로 쏟아져 나온다. 임연수어를 생것으로 먹을 정도로 신선한 것들이다. 가격 또한 다른 시장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싸다.

그뿐 아니다. 예부터 북평장은 장돌뱅이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장이다. 이들이 강원도 각지는 물론 전국의 산물들을 함께 펼쳐 놓는다.

요즘의 시장구경에서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 점포들도 늘고 있다. 강원도 대표 먹거리인 메밀전병과 메밀국수를 비롯해 옛날 통닭과 옛날식 과자에다 요즘 젊은이들의 입맛도 만족시킬 호떡과 도넛 등 별의별 거리음식들이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다. 스타들이 들른 것으로 입소문이 난 점포들에는 늘 길게 줄이 서곤 한다.

북평장의 대표 먹거리 중 하나인 국밥.  엄민용 기자

북평장의 대표 먹거리 중 하나인 국밥.  엄민용 기자

그중에서도 북평장을 대표하는 음식은 ‘국밥’이다. 최소 40~50년씩 대를 이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국밥집들은 평소에도 ‘맛집 골목’으로 이름을 떨치는데, 장날이면 더욱 북새통을 이룬다. 집집마다 같은 듯 다른 맛의 국밥은 시장구경으로 허기진 배를 달래기에 최고의 먹거리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북평장 구경의 최고 재미는 상인들과 주고받는 구수한 입담이다. 워낙 장사가 잘 되는 장이다 보니 상인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밝다. 귀찮을 법한 질문에도 친절하게 얘기해 준다. 비싸다고 하면 깎아 주고, 손님이 애교를 부리면 덤도 준다. 우리 산천에서 건강하게 자란 푸성귀와 해산물들처럼 사람들도 팍팍하지 않고 넉넉하다.

최근 수년 새 시장구경이 새로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이때, 아직까지 동해 북평장을 둘러보지 않았다면, 그 사람의 시장구경은 아직 멀었다는 얘기다.

촛대바위.

촛대바위.

■삼척시 관광명소는 어디?

삼척시에서 떨어져 나온 동해시는 면적으로나 인구 면에서도 그리 큰 도시가 아니다. 하지만 시의 규모와 달리 유명 관광지가 많다. 무릉계곡도 그중 하나다.

무릉계곡은 ‘호암소’에서 ‘용추폭포’까지 약 4㎞에 이르는 구간인데, 무릉도원명승지 입구에 들어서면 초입부에 있는 신선교를 건너게 된다. 이어 무릉계곡이 두타산과 청옥산을 배경으로 멋진 자연절경을 펼쳐 놓으며, 기암괴석과 함께 수려한 장관을 자랑한다. 가히 무릉도원이라 불릴 만하다. 이곳에는 ‘무릉반석’을 비롯해 “호랑이가 건너뛰다 빠져죽 은 소”라는 전설이 있는 ‘호암소’, 구한말 유림들의 뜻을 기리기 위한 ‘금란정’ 등 볼거리가 많다.

동해 해돋이 명소인 ‘추암’도 동해시에 있다. 추암은 애국가 첫 소절의 배경 화면으로 유명한데,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의 가 볼만한 곳 10선’에 선정된 해돋이 명소다. 거북바위, 부부바위, 형제바위, 두꺼비바위, 코끼리바위 등 기암괴석이 온갖 형상을 연출하는 가운데 촛대처럼 기이하고 절묘하게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오른 바위가 있다. 많은 사진작가들이 최고의 ‘모델’로 꼽는 ‘촛대바위’다.

또 동해에는 생각 외로 많은 항구와 해변이 있다. 많은 이들이 아는 묵호항과 추암해변을 비롯해 망상해변, 어달해변, 감추해변, 대진해변, 하평해변, 한섬해변, 고불개해변, 노봉해변 등이 해안선을 따라 죽 늘어서 있다.

이들 관광지로 여행을 와 캠핑을 하거나 리조트 등에 머무르는 날에 마침 3·8일이 들어 있다면 ‘휘리릭’ 하고 복평장을 들르고 볼 일이다. 이곳에는 마트의 것보다 훨씬 신선하고 싼 먹거리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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