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북 최고’ 넘어 ‘강원 제일’ 꿈꾸는 양양전통시장

시장 가는 레이디

‘영북 최고’ 넘어 ‘강원 제일’ 꿈꾸는 양양전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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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5일장에서는 자신이 농사를 짓거나 인근 산과 들에서 직접 캐온 푸성귀들을 가지고 나온 ‘할머니’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br /> 엄민용 기자

양양5일장에서는 자신이 농사를 짓거나 인근 산과 들에서 직접 캐온 푸성귀들을 가지고 나온 ‘할머니’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엄민용 기자

강원도 양양군은 인제·홍천군과 함께 강원도의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다. 면적은 서울보다 조금 크지만 인구는 2만7000명에 불과하다. 지형은 험준한 산들이 많이 솟아 있고, 남대천 등 여러 하천을 따라 평야가 펼쳐지기도 하며, 바다까지 끼고 있다. 또 태백산맥의 급경사이면서 동해와 접하는 해안에 위치해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해양성 기후를 보인다. 강수량도 많다. 자연환경이 이러니 양양 땅과 하천, 바다 등에서 나는 것 또한 많다. 비록 사는 사람이 적어 군세(郡勢)는 약하지만 거둬들이는 산물은 그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복숭아·배 같은 과일과 느타리·표고·송이 등은 전국에서도 손꼽아 주는 특산물이다.

이들 양양의 산물들뿐 아니라 강원도, 아니 전국의 숱한 먹거리와 물건들이 ‘4’와 ‘9’로 끝나는 날이면 양양5일장으로 모여든다. 양양5일장은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지식백과 검색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곳을 다녀간 블로거들의 소개글이 고작이다. 그러나 그들 블로그 내용을 보면 하나같이 ‘깜놀’한 분위기다. 그냥 우연히 들렀다가 시장 규모에 한 번 놀라고, 갖가지 구경거리에 두 번 놀라며, 온갖 먹거리에 세 번 놀라는 눈치다.

양양전통시장 입구.  엄민용 기자

양양전통시장 입구.  엄민용 기자

구한말부터 들어서 100년이 넘는 전통을 지닌 양양전통시장은 시장 안 가게 60여개를 포함해 시장 인근의 가게들까지 150여개의 점포가 평소 손님을 맞는다. 5일장이 서는 날이면 여기에 난전 300여개가 더해져 450여 점포가 시장과 주변 바닥을 가득 메운다. 또 그곳에 자리를 잡지 못한 상인들은 전통시장에서 길 하나 건너 있는 남대천 둔치에 또다른 장터를 만든다. 두 장터는 난전들로 죽 이어져 둘이 하나를 이룬다.

특히 다른 시·군의 5일장은 이 장 저 장을 돌아다니는 일명 장돌뱅이가 대세지만, 양양5일장은 자신이 농사 짓거나 산과 들에서 직접 캐온 푸성귀들을 가지고 나온 ‘할머니’들이 중심을 이룬다. 이들 어르신들은 물건을 팔러 나온 것인지 사람구경을 나온 것인지, 바쁜 구석이 전혀 없다. 장터에 죽 앉아 두러두런 얘기꽃을 피우고, 오가는 이들에게 웃음은 전할 뿐이다. 그렇게 거리에 나앉아 계신 분은 양양 어르신들이고 텐트를 치고 장사를 하는 이들은 장돌뱅이라고 보면 된다는 것이 이곳 상인들의 귀띔이다.

양양전통시장에서 만난 옛날식 도넛.  엄민용 기자

양양전통시장에서 만난 옛날식 도넛.  엄민용 기자

양양전통시장에서는 옛날식 사탕이나 과자들이 추억을 소환하기도 한다.  엄민용 기자

양양전통시장에서는 옛날식 사탕이나 과자들이 추억을 소환하기도 한다.  엄민용 기자

시장을 지나다 막걸리 한잔을 걸칠 수도 있다.  엄민용 기자

시장을 지나다 막걸리 한잔을 걸칠 수도 있다.  엄민용 기자

새벽 바람을 뚫고 장돌뱅이 상인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해 아침 8시께부터 본격 펼쳐지는 5일장은 장이 파하는 해질녘까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양양군민과 인근 시·군 주민 그리고 멀리서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관광객들까지 사람이 사람을 밀고 다닐 만큼 북새통을 이룬다.

그렇다고 짜증을 일으키는 복닥거림은 없다. 기분 좋게 활기가 넘친다. ‘상인들의 친절과 미소가 시장을 살찌게 한다’는 내용의 글귀를 시장 한복판에 걸어놓은 때문인지, 상인들 표정이 밝다. 사지는 않고 이것저것 묻기만 하는 손님에게도 ‘대답 척척’이다. 그러다 마음에 드는 것을 사면서 에누리하는 재미가 쏠쏠한데 덤까지 안겨 준다. 파는 사람 사는 사람 모두 웃음보가 터진다.

양양전통시장에서는 도심에서는 보기 드문 물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엄민용 기자

양양전통시장에서는 도심에서는 보기 드문 물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엄민용 기자

재래시장에서는 다양한 모종을 구경할 수 있다.  엄민용 기자

재래시장에서는 다양한 모종을 구경할 수 있다.  엄민용 기자

그렇게 웃고 즐기다 살짝 다리가 아프면 상설상가 2층에 올라가도 좋다. 그곳에는 모든 사람들의 지친 걸음을 달래 줄 쉼터가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 거주하는 상인들을 위해 만든 ‘비밀 정원’이 그곳에 있다.

요즘 시장구경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맛집 순례’다. 그런 점에서도 양양5일장은 ‘엄지 척’이다. 100여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곳이라 수십년 된 칼국수·섭국(홍합탕)·막국수·메밀부침 맛집들이 기존 상가에 즐비하다. 여기에 장날이면 양양5일장 대표 간식으로 꼽히는 어묵을 비롯해 옛날 도너츠, 호떡, 치킨, 족발 등을 파는 가게들이 거리 곳곳에 자리한다. 이들을 하나둘 집어먹다 보면 금방 배가 빵빵해져 ‘진정한 맛집’을 지나치기 십상이다. 하지만 아쉬워할 것은 없다.

양양전통시장에는 주전부리할 것이 넘쳐난다.  엄민용 기자

양양전통시장에는 주전부리할 것이 넘쳐난다.  엄민용 기자

양양전통시장 대표 먹거리 중 하나인 칼국수.  엄민용 기자

양양전통시장 대표 먹거리 중 하나인 칼국수.  엄민용 기자

양양은 서울 대부분 지역에서 버스든 자가용이든 90분이면 충분히 닿는다. 또 양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시장까지는 걸어서 5분 거리다. 왠지 모르게 무료함이 밀려들어 문득 여행을 가고 싶다면, 또 미세먼지가 극성인 날에 잠시 서울을 벗어나고 싶다면 양양시장이 제격이다. 5일장이 서지 않는 날에도 기존 150여 점포가 여전히 손님을 맞고, 그중에는 ‘인생 맛집’도 적지 않다. 한마디로 양양시장은 ‘한 번도 오지 않은 사람은 있겠지만, 한 번만 오고 마는 사람은 없을 공간’이다. 따라서 양양전통시장을 찾을 때마다 하나둘 맛집 순례를 돌면 된다.

흔히 성남의 모란장, 전북 익산장, 동해의 북평장을 우리나라 3대 시장으로 부른다. 하지만 이는 곧 옛말이 될 듯싶다. 남대천 둔치에 들어서는 양양5일장이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영북 최고 시장’으로 통하지만, 강원 제일을 넘어 전국 1등 시장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시장. 바로 양양5일장이다.

■양양군 관광 명소는 어디?

강원도 양양군은 높은 산과 여러 하천 그리고 바다를 끼고 있어 관광자원이 많은 지역이다. 그중 최고의 관광명소는 ‘남대천’이다.

오대산에서 발원해 흐르는 물과 구룡령에서 발원한 물이 만나 큰 하천을 이루어 동해로 흘러가는 남대천은 봄에는 황어, 7~8월에는 은어, 10~11월에는 북태평양에서 3~5년간 자란 연어가 돌아오는 곳이다. 특히 연어들의 모천인 ‘어머니의 강’으로 불리며, 연어들의 힘찬 몸부림을 직접 만나 볼 수 있다. 남대천 둔치에서는 매년 9월에 송이축제가, 10월에는 연어축제가 열린다. 이곳 토착어종 뚜거리로 만든 뚜거리탕은 식도락가들이 즐겨 찾는 별미 중의 별미다.

조선의 개국공신인 하륜과 조준이 이곳에서 만년을 보내며 청유(淸遊)했다고 해서 이름 붙은 ‘하조대’도 양양의 대표적 관광명소다. 해안에 우뚝 솟은 기암절벽과 노송이 어우러져 있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탁 트인 검푸른 동해는 그 자체로 장관이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면 바다를 비추는 등대불빛을 보러 관광객이 찾아들기도 한다.

우리나라 최고의 일출 명소로 손꼽히는 ‘낙산사 의상대’는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에도 나올 만큼 유명하다. 의상대를 감싸듯이 서 있는 소나무가 바다와 어우러진 풍경은 낙산사에서 꼭 봐야 할 진경이다. 6각으로 만들어진 아담한 크기의 의상대는 낙산사에서 홍련암의 관음굴로 가는 길 해안 언덕에 자리해 전망대로서는 최적의 곳이다. 의상대 앞으로는 끝없이 맑고 푸른 동해가 펼쳐지고, 뒤로는 유서 깊은 낙산사와 울창한 소나무숲이 자리해 그 분위기가 사뭇 고즈넉하다. 길손의 걸음이 저절로 멈춰진다.

이렇듯 빼어난 절경도 ‘식후경’이라 했고, ‘식후경’을 만족시킬 최고의 곳은 양양전통시장이다. 그곳에서는 싼값에 푸짐하고 맛있는 강원도 전통 먹거리를 한껏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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