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구경은 우선 옛 추억을 떠올릴 물건들을 만나거나 그 지역만의 특산물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거래를 흥정하면서 느끼는 삶의 향기 또한 전통시장 구경이 안겨주는 색다른 즐거움이다.
하지만 전통시장에 간다고 해서 그냥 재미가 폴폴 풍기는 것은 아니다. 전통시장 구경의 즐거움을 한껏 누리기 위해서는 그 시장의 역사와 애환, 그 시장만이 간직하고 있는 이야기 등을 ‘공부’해 두는 것이 좋다. ‘우하하횡성한우시장’ 역시 알고 가면 더욱 재미난 우리의 전통시장이다.
‘횡성’ 하면 때깔 좋고 도톰한 한우 한 점이 불판에 올라 있는 모습부터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이 때문에 ‘우하하횡성한우시장’을 한우 고깃집이 밀집돼 있는 곳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우하하횡성한우시장’은 횡성을 비롯한 강원도에서 나는 온갖 산물들을 파는 종합시장이다. 고기를 파는 곳은 정육점 1곳과 셀프식당 2곳 등이 전부다.
서울과 경기에서 보면 횡성은 강원도로 들어가는 초입으로, 예부터 한양과 강원도를 오가는 사람들이 반드시 거쳐 가던 곳이다. 그만큼 물자의 왕래도 많았고, 자연스레 장이 섰다. 1770년(영조 46) 최초 편찬된 ‘문헌비고’에 “1일과 6일이면 횡성에 읍내장이 열린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곳에 장이 선 것은 250년은 훌쩍 넘은 일이다.
일제강점기에도 횡성장은 전국에서 손꼽힐 정도로 규모가 컸다. ‘동대문 밖 가장 큰 시장’으로 불릴 정도였다. 이곳 상인들을 가리켜 ‘제2의 개성상인’이라고도 했다. 횡성상인들이 ‘조선의 상인을 대표’하는 개성상인만큼 상권이 강하고 장사수완이 좋았다는 소리다.
또 일제의 등쌀이 심하던 그 시절에도 일본 상인들이 유독 횡성에서만은 맥을 못 췄다는 것이 이곳 주민들의 자부심이다. “횡성 사람들이 비단을 사는 척하며 만지기만 해서 꼬질꼬질 때가 타 결국 팔지 못하게 됐다”는, 지능적인 불매운동이 지금도 전설처럼 전해진다.
그렇게 200여년 동안 우리네 삶을 지켜온 횡성장이 ‘우하하횡성한우시장’이란 새 이름을 갖게 된 것은 지난 2013년이다. 횡성의 대표 산물인 ‘한우’를 앞세워 “들르기만 하면 ‘우하하’ 하고 함박웃음을 덤으로 얻어가는 행복한 시장”이라는 뜻을 담았다.
이곳에는 현재 137개의 상설점포가 1년 365일 손님들을 맞는다. 여기에 5일장이 열리는 날, 즉 날짜 끝자리가 1과 6인 날에는 130여개의 난전이 시장 주변을 빙 둘러싼다. 횡성에서 실제 농사를 짓거나 인근의 들과 산에서 온갖 푸성귀를 캐오는 ‘신토불이’ 어르신들도 이날이면 장 바닥에 당신들의 삶을 펼쳐놓는다. 또 장날이 겹치지 않는 토요일에는 ‘주말장터’가 열린다. 주말장터에서는 시시때때로 공연이 펼쳐지고, 여러 이벤트도 진행된다.
횡성은 많은 산들로 빙 둘러싸인 데다 남한강의 지류인 하천 18개가 지나는 곳이다. 그리하여 ‘횡성 앞들’로 불리는 비옥한 땅을 품안고 있다. 다만 태백산맥의 영향으로 농토보다 임야 면적이 훨씬 넓다. 자연스레 벼농사보다 밭농사가 활발하며, 임산물들이 많이 난다.
그중에서도 더덕은 횡성이 자랑하는 주요 특산물이다. ‘더덕이 오래 묵으면 산삼보다 낫다’고 하는데, 특히 횡성의 더덕은 고지대에서 생산돼 육질이 연하면서도 아삭한 식감을 자랑한다. 생산량도 많아 전국 최고 수준이다.
더덕 외에 한우를 비롯한 축산물, 쌀·잡곡과 말린 고추처럼 ‘신토불이’ 어르신들이 직접 농사지은 작물, 두부와 엿 등 옛날 방식 그대로 만든 먹거리, 엄나무·둥글래·산삼과 버섯 같은 임산물이 그득하다 . 이들 산물들은 대부분 횡성땅에서 나고 자란 것들이다. 그렇지 않은 것은 원산지 표시를 철저히 한다.
‘우하하횡성한우시장’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다양한 음식들이다. 더덕구이 정식, 묵밥, 취나물밥, 소머리국밥, 건진국수, 촌떡(총떡), 메밀부침개, 올챙이국수 등 무엇부터 맛보아야 할지 망설이게 만드는 음식점들이 시장 안에 늘어서 있다. 모두들 수십년 전통을 자랑하는 집들로, 수도권 유명 맛집들에 비해 그 맛이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
특히 이들 집집이 내려오는 ‘전설’들은 단순히 입만 즐겁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마저 푸근하게 한다. 예를 들어 3대째 내려오는 한 ‘빵집’의 경우 가난하던 시절 이 집의 찐빵을 훔쳐 먹은 소년이 지금 횡성군청에 근무하고, 누구는 시장의 한 모퉁이에서 장사를 한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횡성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먹어봤다는 이 집의 찐빵은 수도권 사람들이 ‘엄치 척’ 하는 안흥찐빵보다도 더 유명하고 맛 좋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한편 서울에서 횡성까지는 버스로 1시간30분이면 충분하다. 그리고 횡성버스터미널에서 ‘우하하횡성한우시장’까지는 걸어서 3분 거리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한 나절 안에 강원도의 온갖 특산물을 구경하고, 맛집탐방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장날이나 주말장터에서는 더욱 재미난 시장구경을 할 수 있다.
▶‘캠핑의 성지’ 횡성
횡성은 전국 각지의 캠핑족이 몰려드는 ‘캠핑의 성지’다. 그중 병지방계곡의 상류에 위치한 ‘병지방 오토 캠핑장’은 횡성군의 대표적 여름 휴식처로, 캠퍼들에게 즐거움과 편안함 그리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선물처럼 안겨 주는 곳이다.
6㎞에 이르는 병지방 맑은 물이 굽이쳐 흐르고 주위로 계곡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병지방 오토캠핑장은 총면적 6만2277㎡에 119면의 캠핑 사이트가 마련돼 있다. 또 샤워장, 화장실, 쉼터, 음수대, 물놀이장, 체육시설 등의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병지방 계곡 주변은 기암괴석과 들꽃들이 절경을 연출하고, 계곡을 넘어 어답산 정상으로 가는 등산로는 어느 명산 못지않게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이 때문에 ‘자연조차 쉬고 가는 곳’으로 불린다.
이 밖에 횡성군 갑천면 잣나무숲 그늘 아래 자리 잡아 ‘힐링 명소’로 통하는 선바위자연캠핑장을 비롯해 횡성별빛마을캠핑장, 올챙이캠핑장, 라라솔캠핑장 등 크고 작은 캠핑장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이들 캠핑장에 갈 때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 ‘우하하횡성한우시장’이다. 이곳에서는 횡성의 대표 먹거리이자 ‘캠핑의 감초’ 한우 고기를 축협보다 20~30%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고기에 곁들이는 갖가지 채소와 다른 먹거리들도 싸게 구입할 수 있다. 신선함은 두말 하면 잔소리다.
특히 캠핑장에 며칠 머무른다면, 횡성군의 모든 도로가 지나가는 곳에 위치한 ‘우하하횡성한우시장’은 마치 동네슈퍼 같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