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역축제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지만, 일부 축제들은 비대면 또는 온라인 축제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지자체들 사이에서 “지역 축제를 무작정 취소할 게 아니라 온라인 행사를 통해 지역 농수산물 판매로 연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라남도에서는 3∼5월 중 예정된 지역축제가 41개다. 이 가운데 이미 21개가 취소됐다. 또 하반기로 연기가 확정된 것이 6개이고, 10개는 미정이다. 이 외에 4개의 축제는 온라인 축제로 마쳤거나 준비 중이다.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도 그중 하나다.
진도군은 오는 27일부터 29일까지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를 온라인·비대면 축제로 연다. 지난해에는 전면 취소됐지만 올해는 온라인 축제로 바닷길이 열리는 현장을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해 실시간 생중계하는 등 42회째 축제를 벌인다. 주요 프로그램은 신비의 바닷길 현장 동영상 드론 촬영, 뽕할머니 제례와 진도북놀이 등 진도만이 간직한 전통 문화예술 공연 중계, 온라인 실시간 댓글 달기 이벤트 등이다. 또 진도군에서 직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진도아리랑몰’과 연계한 청정진도 농수특산물 홍보와 판매 행사도 진행한다.
곡성세계장미축제도 온라인 축제로 펼쳐진다. 이달 초 곡성군은 “5월 열릴 예정이던 세계장미축제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해마다 5월이면 4만여㎡의 장미공원에서 꽃망울 터뜨리던 수천만 송이의 장미를 올해도 못 보게 된 것이다. 세계장미축제는 행정안전부 2017년 결산 기준 전국 최고의 흑자축제이자 곡성 관광사업의 핵심이다. 따라서 축제를 열지 못하면 지역경제가 입는 타격도 크다. 그러나 코로나 4차 대유행을 우려해 결국 취소를 결정했다.
이렇듯 대규모 축제가 취소됐지만, 곡성군은 소규모 관광 활성화를 위해 비대면 홍보에 나섰다. 이를 위해 군은 유튜브를 기반으로 한 홍보 동영상 제작, 농특산물 실시간 온라인 판매, 온라인 거리두기 길거리 공연, 곡성세계장미 유퀴즈 이벤트 등을 준비하고 있다.
유근기 곡성군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축제를 열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면서 “하지만 다양한 비대면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니, 이를 통해 우리 군의 자연과 아름다운 장미를 만나서 코로나19로 지친 마음을 달래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은 이번 달 말까지 제25회 한라산 청정고사리 축제를 비대면 방식으로 열고 있다. 지난해에는 모든 프로그램을 전면 취소했지만 올해는 비대면으로 진행해 지역축제의 명맥을 잇기로 했다.
제주 고사리 가운데서도 서귀포 남원지역의 고사리는 몸통이 두툼하고 향이 좋아 최상품으로 꼽힌다. 매년 봄 열린 ‘고사리축제’는 서귀포 푸른 들녘에 서식하는 고사리를 직접 채집하는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어 큰 인기를 끌어왔다. 그러나 올해는 고사리 관련 영상 콘텐츠 제작, 그림그리기 대회 등만 열린다. 영상 콘텐츠에는 고사리 음식 레시피(오일파스타, 궁중떡볶이, 비빔밥 등)와 전통풍습 재현(삶고 말리기) 등의 내용을 담아 공개한다. 비대면 방식으로 제주도 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열리는 고사리 그림그리기 대회는 지난 16일부터 26일까지 우편·방문제출로 접수받는다.
4월 22일 ‘지구의 날’을 기념하는 ‘대구시민생명축제’도 지난 16일 시작돼 6월 5일까지 51일간 대구 전역에서 펼쳐진다. 대구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2021지구의날 대구위원회가 공동 주관하며 지역의 100여 개 기관과 단체가 참여하는 대규모 축제다. 하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행사들은 비대면으로 진행된다. 축제 기간 중에는 ‘걷기’ ‘자전거’ ‘에너지전환’ ‘자원순환’ ‘먹거리’ 등 5대 분야에서 51일간 시민들의 탄소 중립 실천을 유도하는 ‘탄소중립 챌린지51’을 비롯해 ‘대구 기후위기 영화제’와 탄소중립에 대해 시민들과 의견을 나누는 ‘탄소중립3355’ 등의 행사가 열린다.
한편 대구는 지은 지 100년이 훌쩍 넘어 하나하나가 근대문화유산인 붉은 벽돌집들이 오순도순 자리잡은 청라언덕을 비롯해 가수 김광석이 태어난 중구 방천시장 인근의 ‘김광석 다시 그리기길’ 등 호젓하게 걸으며 한가로이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날 관광지가 많은 곳이다.
이 밖에 충남 서천군이 올해 한산모시문화제를 주민들이 함께 만드는 온라인 대동제 형식으로 열기로 하는 등 지역축제들이 온라인을 통해 활로를 찾아가고 있다.
노박래 서천군수는 “친환경 천연섬유인 한산모시는 우리 민족의 우수한 전통문화 유산으로 이를 보존해 온 중요성을 계승하고 홍보하는 대동제로서한산모시문화제는 계속돼야 한다”며 “다만 코로나19의 확산세를 감안해 친환경 천연섬유 워크숍, 신진디자이너 공모전, 저산팔읍 길쌈놀이 다큐, 모시의 기억 전시, 지역 주민 영상 콘텐츠, 한산모시제품 판매 기획전 등을 온라인으로 펼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