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의 여행 트렌드는 어떻게 변화될까. 컨슈머인사이트는 ‘T.R.A.V.E.L’으로 정리했다.
현대인에게 세상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여행업계는 방역 조치인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큰 타격을 입었다. 팬데믹이 사그라든 2022년 1월, 국내에서는 단계적 일상회복의 일환으로 사적 모임 제한 조치가 해제되면서 여행산업도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2023년의 여행 트렌드는 어떻게 변화될까. 데이터융복합·소비자리서치 전문 연구기관 컨슈머인사이트는 ‘T․R․A․V․E․L’으로 정리했다.
T를 의미하는 ‘Target’, 즉 대상이다. 코로나 이전 국내 여행 경험과 계획은 남성이 더 많았으나 이제 그 차이가 크게 줄어들었다. 3040대 남성 우위 시장에 해외여행 길이 막힌 2030대 여성과 여행 소외층이던 20대 남성이 몰려들고 있다. 여행시장의 여성화와 젊은 층으로의 세대교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해외여행은 2022년 해빙기의 문턱에 도달했으나 원상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층에도 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해외여행 시장은 2030대 여성 중심이었으나, 코로나 기간 중 이들의 경험률과 계획률이 모두 크게 낮아졌다. 남성보다 보건위생에 민감하고 상대적으로 경제적 타격이 컸기 때문이다.
R은 ‘Resource’, 자원과 목적이다. 휴식과 자연 감상 중심의 여행은 코로나 이후 변화한 모습 중 하나다.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이유는 심각한 경제 상황 때문이다. 물가 상승으로 여행비 증가는 불가피해도, 여행 자체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비용이 많이 드는 볼거리·먹거리·놀 거리를 최소화하고 자연을 감상하며 휴식을 취하는 것이 소비자가 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다.
한편 코로나는 해외여행 자원을 단번에 초토화했다. 갈 곳도 없고, 갈 수도 없는 2년간, 업무상 출장이나 친지 방문 이외의 관광여행은 거의 사라졌다. 빙하기는 끝났어도 산업 인프라의 회복에는 시간이 걸린다. 보복심리로 한풀이 여행에 나서고 싶은 소비자의 마음은 엄청난 수요를 창출하고 있지만, 공급이 감당하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치열한 상품 개발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다.

2023년 국내 여행 시장은 소비자들의 높은 기대 심리로 인해 상당한 성장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열악한 경제 상황이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A는 ‘Accessibility’, 접근성이다. 언택트 추구 경향은 여행 시 이동수단으로써의 승용차 의존을 높였고, 타인과의 접촉이 적은 휴식과 자연 감상 중심의 체류형 여행을 선택하게 했다. 이에 더해 경제적 부담으로 여행 활동이 단순해지면서 관광지-숙소-식사 등을 위한 이동의 필요가 줄어들었다. 언택트와 경제적 부담이 접근성의 중요도를 낮춘 셈이다.
반면 해외의 경우 접근 용이성의 문제가 아니라 접근 가능 여부가 핵심적이다. 또한 과거의 유명 관광지가 여전히 가볼 만한지 알기가 쉽지 않다. 상업적인 정보도 줄고, 신뢰도도 예전만 못하다. 새로운 여행지 개척 시대다. 여행자들은 타인의 평가와 추천을 지도 삼아 목적지를 찾고, 뒤따를 사람을 위해 흔적을 남기고 있다. 물리적 접근성 이상으로 시의성 있는 정보가 중요하다.
V는 ‘Value for the money’, 비용 및 가성비다. 2022년도 여행비는 2019년보다 20% 이상 증가했으며, 소비자의 약 50%는 앞으로 여행비 지출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행비 부담이 커지는 만큼 숙박과 식사를 선택할 때 가성비를 따지며, 과거의 상업성 정보보다는 주변의 평가와 추천에 더 귀를 기울인다. 또한 소셜미디어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2022년 해외여행은 기간도 길어지고 비용도 크게 늘었다. 관광 목적으로 찾던 일본과 동남아 대신 업무와 친지 방문으로 북미, 남태평양, 유럽 등을 많이 찾았기 때문이다. 어렵게 기회를 잡은 2022년 해외여행 만족도는 2019년보다 낮다. 소문난 잔치에 실망한 격이다. 만족도의 분기별 변동은 미미해 조속한 개선 가능성은 감지되지 않는다. 가장 많이 찾은 아시아 지역에서는 선두 일본과 베트남을 태국이 높은 만족도로 뒤쫓고 있다.
E는‘E-connect’, 인터넷이다. 여행상품 구입 채널로 여행상품 전문 웹·앱의 이용이 증가했으나 숙소를 제외한 항공권, 렌터카, 입장권 등에서 직접 판매의 우세는 흔들림이 없었다. 특히 여행상품 구매 시 사용하는 디바이스에서 모바일의 우세는 확실했고, 그만큼 PC와 소셜커머스의 입지는 줄었다.
야놀자, 네이버여행, 여기어때 토종 플랫폼 3강의 기세는 더 커졌다. 네이버여행은 급성장해 여기어때를 추월했고, 성장률이 다소 둔화된 야놀자를 압박하고 있다. OTA 간의 경쟁과 함께 직접 판매 채널과의 경쟁 역시 흥미롭다.
해외여행 예약 채널 역시 모바일의 증가, PC의 감소가 있었다. 그러나 모바일로의 이행은 국내 여행보다 크게 늦어 2022년에 처음으로 모바일이 PC를 앞섰다. 아고다, 에어비앤비와 같은 글로벌 OTA의 이용 경험률은 코로나 기간 크게 줄어 국내 3강에 상당한 차이로 처졌다. 해외여행의 봉쇄 탓이다. 해외여행 시장이 본격 회복된 후에도 토종 OTA의 강세가 이어질지 관심사다.
L, ‘Loyalty’는 만족도, 재방문 의향이다.
2022년의 여행시장은 과거와는 다른 ‘새판 짜기’였다. 산업 환경은 크게 바뀌었고 소비자도 판매자도 변화했다. 여행의 뉴노멀을 함께 찾는 여정이 시작되었다. 여행자 입장에서 낯익은 여행은 모두 사라졌다고 보는 것이 맞다. 과거의 지식이나 체험은 더이상 유용하지 않다. 최근 경험자의 평가나 추천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2022년 하반기 제주도의 부진을 보면 그 위력을 알 수 있다.
반면 최근 서울 여행 경험자의 평가는 의미 있다. 서울은 2022년도 조사 결과 재방문 의향과 추천 의향(공동)에서 1위, 만족도에서 공동 2위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였다. 이런 평판은 향후 여행지 선정과 만족도 평가에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질 것이다.
해외여행의 경우 2022년도는 예년과 다르게 북미, 유럽, 오세아니아 등 장거리 지역 방문이 크게 늘었고, 평균 8박에 202만원의 경비(1박당 25만원)를 지불해야 했다. 현재의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절대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만족도는 오히려 지난 2019년보다 낮은 수치다. 업계는 당분간 해외여행 시장은 공급자 중심일 수밖에 없다고 예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