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뷰 루프톱 수영장에서 유유자적…라한호텔 전주의 여름

한옥 뷰 루프톱 수영장에서 유유자적…라한호텔 전주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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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한’은 우리말 ‘라온’과 한국의 ‘한’을 조합한 이름이다. 라한호텔 전주는 ‘문화예술의 도시’라는 지역 특색에 맞게 기획, 설계됐다.

‘라한’은 우리말 ‘라온’과 한국의 ‘한’을 조합한 이름이다. 라한호텔 전주는 ‘문화예술의 도시’라는 지역 특색에 맞게 기획, 설계됐다.

기와지붕 처마 사이에서 찾아낸 옛것의 흔적, 미로 같은 골목에서 발견하는 고수의 맛집. ‘아날로그’ 여행을 즐기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있을까. 유무형의 역사를 품은 전주 한옥마을을 더욱 가까이에서, 선명하게 둘러볼 수 있는 라한호텔 전주에 다녀왔다.

발길 닿는 곳곳에 여유가 있는 곳

지난 7월 26일, 열차 사고로 기차가 연착되면서 예정된 일정을 진행하기 애매한 시간에 전주역에 도착했다. 계획을 변경하고 호텔행을 택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찰나의 여유, 평소 ‘파워 J’의 성격대로라면 택시 안에서부터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했겠지만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이 넘치도록 가득한 전주, 게다가 한옥마을의 끝자락에 있는 호텔이 아니던가.

라한호텔 전주 로비의 풍경

라한호텔 전주 로비의 풍경

무엇이든 하게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불안감을 잠재웠다. ‘점심으로 무엇을 먹으면 좋을까요’라는 질문에 ‘장르별’ 메뉴를 읊어주신 택시 기사님의 공도 컸다.

마침내 도착한 라한호텔 전주. 로비에 들어선 순간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조용하고 아늑하다’라는 사전적 의미 그대로 호텔의 첫인상은 고즈넉했다. 창밖 너머 한옥 지붕과 맞닿은 하늘, 오래도록 자리를 지켜왔을 나무들이 채운 여백, 마치 한편의 수채화가 떠올랐다.

호텔 1층에 자리한 북스토어 ‘전주 산책’에는 북 큐레이터가 추천한 여행, 음식, 문학, 키즈 등 주제별로 엮은 도서 1만여 권이 준비돼 있다.

호텔 1층에 자리한 북스토어 ‘전주 산책’에는 북 큐레이터가 추천한 여행, 음식, 문학, 키즈 등 주제별로 엮은 도서 1만여 권이 준비돼 있다.

호텔 투숙객이라면 ‘전주 산책’의 도서와 장난감을 10%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호텔 투숙객이라면 ‘전주 산책’의 도서와 장난감을 10%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프런트에 짐을 맡기고 호텔 1층에 자리한 북스토어 ‘전주 산책’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유럽 여행에서 마주했던 시골 도서관이 떠오르는 이곳에는 전주를 테마로 한 이색 서가를 비롯해 북 큐레이터가 추천한 여행, 음식, 문학, 키즈 등 주제별로 엮은 도서 1만여 권이 진열돼 있었다.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창가에 앉아 책을 읽다 창밖을 내다봤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듯한 한옥 앞에 마치 시간 여행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옷 소매 붉은 끝동>부터 <미스터 션샤인>까지 스펙터클한 드라마 한편을 내 멋대로 찍고 나니 ‘체크인’ 알림이 울렸다. 창 한가운데에 적힌 ‘전주, 오길 잘했지?’라는 문구에 괜히 속내를 들킨 것 같아 뜨끔했다.

객실에서 바라본 해 질 무렵의 한옥마을 뷰.

객실에서 바라본 해 질 무렵의 한옥마을 뷰.

한옥마을을 품은 호텔

체크인 후 객실에서 본 한옥마을 뷰는 로비에서 봤던 것과 미묘하게 달랐다. 한복을 입고 곳곳의 포토존 앞에서 ‘인증’ 사진을 남기는 이들부터 부채 만들기와 에코백 그리기 같은 체험 행사를 즐기는 이들까지 저마다 취향을 반영해 여행을 즐기는 모습에서 활기가 느껴졌다.

2020년 4월 오픈한 라한호텔 전주는 한옥 위주의 숙박시설이 즐비하던 이 도시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팬데믹이라는 악재에도 세련된 감각이 반영된 인테리어, 다채로운 편의시설이 더해진 호텔은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입소문을 타며 MZ 세대와 가족 단위 여행객들의 성지가 됐다. 한 누리꾼은 ‘5성급 같은 4성급’이라는 호평을 남기기도 했다.

객실 내부는 정갈했다. 우리말 ‘라온’과 한국의 ‘한’을 조합한 이름처럼 문화예술의 도시를 감각적으로 담아낸 흔적이 액자 하나, 소품 하나에서도 전해졌다. 전주의 특색을 살린 부채 선물도 인상적이었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날씨에 서둘러 호텔을 나섰다. ‘맛집’ 투어 생각에 발걸음이 급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간 후문, 한옥마을은 그곳에서부터 시작됐다.

라한호텔 전주 루프톱 수영장에서 내려다본 한옥마을.

라한호텔 전주 루프톱 수영장에서 내려다본 한옥마을.

노을 질 무렵의 물속에서 바라본 한옥 뷰는 색다른 경험이자 힐링을 선사한다.

노을 질 무렵의 물속에서 바라본 한옥 뷰는 색다른 경험이자 힐링을 선사한다.

‘호캉스’의 꽃, 루프톱 수영장

허기진 배를 채우고 나니 다시 호텔이 그리워졌다. 더 정확히는 루프톱 수영장이 궁금했다.

라한호텔 전주, 하면 루프톱 수영장이 연관 검색어로 뜬다. 소셜미디어의 ‘전주여행’ 해시태그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핫플’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천편일률적인 여행의 틀에서 벗어나 호텔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 되는 곳, 독특하고 깊이 있는 경험과 색다른 영감을 주는 공간”이라는 호텔 지향점이 가장 빛을 발하는 공간이 아닐까 싶다.

3층에 위치한 수영장은 높이 약 1.2m의 성인 풀과 0.5m의 키즈 풀 두 공간으로 나누어져 있어 남녀노소 즐길 수 있다. 또한 구명조끼와 튜브 등이 준비돼 있어 여행 짐 부담을 덜어준다. 대형 호텔 수영장과 비교해 상대적 아담한 크기였지만 물놀이를 하기엔 충분한 규모였다.

이곳에서도 ‘한옥마을 뷰’는 이어진다. 특히 노을 질 무렵의 물속에서 바라본 한옥 뷰는 색다른 경험이자 힐링을 선사했다. 반대편 방향에는 나지막한 산 하나가 자리해 시야를 편안하게 만들어줬다. 언젠가 전주를 생각하면 초록과 파랑이 떠오를 것 같다는 아이의 표현에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오락가락 빗줄기에 행여 감기에 걸리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30도를 오가는 수온 덕에 추위를 느낄 틈이 없었다. 사이드바에서 주문 가능한 주전부리 역시 부담 없는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일행이 많았다면 널찍한 카바나를 예약했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수영장은 투숙객이 아니어도 이용할 수 있다.

한옥마을의 전망을 통창으로 담아낸 카페 ‘하녹당’의 대표메뉴 모나카 세트.

한옥마을의 전망을 통창으로 담아낸 카페 ‘하녹당’의 대표메뉴 모나카 세트.

뷰 맛집 찍고 곰탕 맛집 받고

총 195의 객실로 구성된 라한호텔 전주는 고층은 고층대로, 저층은 저층대로 한옥마을의 각기 다른 매력을 선물한다.

특히 한옥마을의 전망을 통창으로 담아낸 카페 ‘하녹당’에서는 파노라마 사진 한 장을 찍듯 한옥마을을 감상할 수 있다. 변덕 심한 여름 날씨마저도 아름답게 느껴지는 마성의 공간이다.

전통적인 문양의 과자 안에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녹차 아이스크림이 들어간 ‘모나카’ 세트와 치킨 세트가 이곳의 대표 메뉴다.

‘더 플레이스’의 셰프가 3일간 정성껏 끓인 가마솥 곰탕.

‘더 플레이스’의 셰프가 3일간 정성껏 끓인 가마솥 곰탕.

호캉스의 마무리는 조식이다. ‘더 플레이스’의 셰프가 3일간 정성껏 끓인 가마솥 곰탕은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진국이다. ‘리필’까지 하고 나니 하루의 에너지가 모두 충전되는 기분이 들었다.

모름지기 여행이란 평범한 일상과 다르게 특별한 추억을 쌓아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그러나 일상이 쌓여 만들어지는 삶, 그 어느 지점을 관통하는 순간이야말로 여행의 또 다른 이름은 아닐까. 푹 쉬고 잘 먹고 즐거운 시간으로 꾹꾹 눌러 적은 일상의 기록, 라한호텔 전주에서의 여정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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