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작가 김민수가 펴낸 신간 에세이 <나도 양 제주에 살암수다> 제공 얼론북
제주살이, 그 낭만의 이면에는 적응과 연습의 시간이 숨어 있다. 여행작가 김민수가 펴낸 신간 에세이 <나도 양 제주에 살암수다>(얼론북 출간)는 ‘살고 싶은 섬’ 제주에서 직접 살아내며 써 내려간 제주 생활기다.
수십 번 여행을 다녀도 알 수 없던 제주의 속살은, 생활자가 되어야만 비로소 보이는 법. 작가는 서울에서 제주로 삶의 기반을 옮기고, 3년째 초가집에서 생활하며 진짜 제주의 리듬을 몸으로 익혀간다. 풍경이 아니라 일상으로 남는 제주의 시간들, 그 곁에는 계절마다 바뀌는 제철 음식과 이웃의 온기가 함께한다.
책에는 고사리를 따는 중산간 도로의 풍경부터 표선목욕탕 언니들의 쌈밥, 오일장에서 만난 낯선 식재료까지, 도민의 눈으로 포착한 제주의 일상이 오롯이 담겼다. 바람이 불면 계획을 미루고, 햇살이 좋으면 하루를 시작하는 유연한 삶. 작가는 여행자였던 자신이 생활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담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기록한다.
“제주에서는 일하는 날도, 약속도 날씨에 따라 정해진다”는 말처럼, 이 책은 자연과 사람, 관계와 시간 사이에서 조율되는 삶을 그린다. 작가는 아내와 함께 초가집을 짓고, 마당의 잡초를 뽑으며, 이웃의 이야기를 듣고 배우는 과정을 통해 제주의 진짜 삶을 배워간다. 낯선 시골에서 허리 통증을 얻은 아내가 목욕탕에서 새로운 활기를 얻고, 유기동물 봉사와 파도타기를 즐기는 친구들에게서 ‘삶과 여행의 교차점’을 체득해가는 모습은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이다.
저자는 “이 책은 연습장 같은 책”이라며 “읽다가 얼굴을 덮고 낮잠을 자거나, 라면 냄비 받침으로 써도 좋다”고 농담처럼 말한다. 하지만 책장을 덮고 나면 어느새 독자도 제주 어딘가에서 고사리를 따고, 자리를 구워 막걸리를 마시고, 바닷고양이에게 인사를 건네는 상상을 하게 된다.
삶이 여행처럼 흐르고, 여행이 삶이 되어가는 과정. <나도 양 제주에 살암수다>는 여행 이후의 진짜 제주를 마주하고 싶은 이들에게, 생활의 속도로 섬을 느껴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반가운 한 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