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꼭 함께 가야 할까. 이 질문에 ‘아니어도 된다’고 답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여성 혼자 떠나는 여행이 증가하고 있다. 부킹닷컴·에어비엔비 등 글로벌 여행 플랫폼 예약데이터를 종합하면, 지난해 전체 솔로 여행자의 65% 이상이 여성이었다. 특히 여성 홀로 떠나는 여행객의 숙소 예약률은 팬데믹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여성 혼자 여행’ 관련 검색량은 최근 5년간 전 세계적으로 약 30% 증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안전에 대한 우려는 남아 있다. 미국 리서치 기관 토커 리서치가 교육여행 전문기관 로드 스칼라와 지난달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행객 응답자의 59%는 ‘밤에 혼자 걷는 것’을 가장 큰 불안 요소로 꼽았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최근 ‘여성 혼자 여행하기 좋은 나라’를 소개했다. 조지타운대학교 여성·평화·안보 지수(WPS Index), 글로벌 평화지수(Global Peace Index) 등을 종합해 여성의 안전, 사회 참여, 치안 수준 등을 분석했다. 여기에 실제 여성 여행자들의 경험을 함께 반영해 5개 국가를 주목했다.
코스타리카 - “혼자여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곳”
코스타리카 테노리오 화산국립공원. 위키피디아
코스타리카는 중앙아메리카에 위치한 나라로, 북쪽의 니카라과와 남쪽의 파나마 사이에 있다. 연중 기온이 20~30도 수준으로 따뜻한 열대 기후를 보이며, 건기(12~4월)에는 여행하기 가장 좋은 날씨가 이어진다.
중남미 국가 중에서는 정치·치안이 안정된 편에 속하며, ‘친환경 국가’로도 유명하다. 전체 전력의 대부분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할 만큼 자연 보호 정책이 강하다.
물가는 중남미 평균보다 다소 높은 편이지만, 북미·유럽에 비하면 부담이 적은 수준이다. 하루 여행 경비는 숙소 등급에 따라 약 7만~15만원 선에서 형성된다.
최근 WPS 지수에서 60위에서 34위로 크게 상승한 것도 이런 안정성과 무관하지 않다. 여성 혼행 전문 여행사 더 소셜 솔리배건트의 여행 컨설턴트 몰리 개그넌은 “혼자 여행하는 여성에게 사람을 만나기 가장 쉬운 나라 중 하나”라며 “서핑 수업이나 요가 클래스, 카페 등에서 자연스럽게 교류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에스토니아 - “작지만 안전한 유럽”
에스토니아 발라스테 폭포. 위키피디아
에스토니아는 북유럽과 동유럽의 경계에 있는 발트 3국 중 하나로, 핀란드 바로 아래에 위치한다. 여름에는 20도 안팎으로 선선하고, 겨울에는 영하로 떨어지는 전형적인 냉대 기후다.
정보기술(IT) 강국으로도 유명해 공공 시스템의 디지털화가 잘 돼 있고, 행정·치안 시스템도 안정적으로 운영된다. 수도 탈린은 중세 구시가지가 잘 보존돼 있어 유럽 특유의 분위기를 느끼기 좋다.
물가는 서유럽보다는 저렴하지만 동유럽보다는 다소 높은 편으로, 하루 약 10만~20만원 정도면 무난한 여행이 가능하다.
에스토니아는 WPS 지수 11위, 글로벌 평화지수 24위를 기록했다. 도보 이동이 쉽고, 범죄율이 낮으며, 도시 규모가 작아 길을 잃어도 부담이 적다는 점에서 초보 혼행지로 자주 추천된다.
베트남 - “카페문화 발달, 환영받는 느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베트남 대표 관광지 호이안. 위키피디아
베트남은 남북으로 길게 뻗은 지형 때문에 지역별로 기후 차이가 크다. 북부는 사계절이 비교적 뚜렷하고, 남부는 연중 25~30도의 더운 날씨가 이어진다.
한국인 여행객에게는 접근성이 좋고 물가가 저렴한 대표적인 여행지다. 식사 한 끼가 3000~7000원 수준인 경우도 많고, 하루 5만~10만원 정도로도 충분히 여행이 가능하다.
글로벌 평화지수 38위로 동남아시아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국가로 평가된다. 개그넌은 “카페 문화가 발달해 있고, 길거리 식사 등 일상적인 경험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교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여행 작가 트레이시 스미스 역시 “혼자 여행했지만 환영받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며 “혼행 초보자에게 심리적 장벽이 낮은 나라”라고 평가했다.
우루과이 - “조용하지만 안정적인 남미”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의 대표 건축물 ‘팔라시오 살보’. 1925~1928년에 건설된 이 건물은 한때 남미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꼽혔다. 위키피디아
우루과이는 남미 대륙 남동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사이에 위치한 작은 국가다. 연중 기온은 10~28도 수준으로 온화한 편이며, 사계절이 비교적 뚜렷하다.
남미에서는 드물게 정치·사회 안정성이 높은 나라로 꼽히며, 복지 수준과 치안도 비교적 좋은 편이다. WPS 지수 역시 35위로 기록해 여성 안전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물가는 남미에서는 높은 편으로, 하루 여행 비용은 약 10만~20만원 수준이 일반적이다. 대신 관광객 밀도가 높지 않아 한적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여행 작가 클라우디아 타바니는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차분하고 친절해 혼자 여행해도 긴장감이 적다”고 말했다. 특히 소도시 콜로니아 델 사크라멘토는 천천히 걷기 좋은 여행지로 꼽힌다.
노르웨이 - “안전과 자연을 동시에”
노르웨이 로포텐 제도 모스케네쇠위아 섬의 어촌 마을 전경. 장엄한 자연경관으로 유명한 북유럽 대표 여행지다. 위키피디아
노르웨이는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위치한 국가로, 피오르드와 오로라로 대표되는 자연환경을 갖고 있다. 여름에는 15~25도로 쾌적하고, 겨울에는 영하로 떨어지며 일조 시간이 짧아진다.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 국가이자 성평등 지수가 높은 나라로, WPS 지수 공동 3위를 기록했다. 전반적인 치안 수준도 매우 높은 편이다.
단점은 높은 물가다. 식사 한 끼가 2만~3만원을 넘는 경우도 흔하며, 하루 여행 경비는 20만~40만원 이상을 예상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 사진가 리사 미셸 번스는 “밤에 혼자 촬영을 해도 불안하지 않을 정도로 안전하다”고 평가했다. 오로라 촬영이나 로포텐 제도 같은 자연 중심 여행에서도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